[논설실의 서가] 조선의 대학로 ‘반촌’의 진짜 얼굴

박영서 2026. 3.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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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로는 공연과 청춘의 거리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을 품은 '반촌'(泮村)이었다.

따라서 반촌은 '성균관이 있는 동네' 또는 '성균관 마을'이라는 뜻이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유생들의 하숙집과 반인들의 정육점이 공존했던 조선 시대 '대학가' 반촌의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점의 도판과 함께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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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학로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오늘날 대학로는 공연과 청춘의 거리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을 품은 ‘반촌’(泮村)이었다. ‘반’(泮)이라는 글자는 성균관을 지칭한다. 따라서 반촌은 ‘성균관이 있는 동네’ 또는 ‘성균관 마을’이라는 뜻이다.

책은 반촌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탐구서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유생들의 하숙집과 반인들의 정육점이 공존했던 조선 시대 ‘대학가’ 반촌의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점의 도판과 함께 이야기한다. 우리가 무심히 걷는 명륜동·혜화동·대학로 일대 켜켜이 쌓인 시간을 복원한다. 은행나무 단풍과 드라마의 배경으로 익숙한 성균관을, 꿈과 욕망이 뒤엉킨 조선 유일의 ‘고시촌’으로 되살려낸다.

저자의 시선은 유생과 반인의 독특한 관계에 오래 머문다. 반인은 성균관 소속 공노비였지만 도축업 등 다양한 상업 활동에 종사하면서 유생들을 뒷바라지했다. 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간 반촌은 그들만의 질서가 지배하는 또다른 세계이자, 외부에서 범죄자가 들어가도 형리와 포졸이 마음대로 쫓아올 수 없던 치외법권 지역이었다. 성균관은 인재 양성의 상징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와 권력의 역학이 촘촘히 얽혀 있었다.

책은 지역사이자 교육사, 동시에 욕망의 역사다. 출세를 향한 열망과 이를 둘러싼 경제적 이해가 어떻게 한 마을을 움직였는지를 보여준다.벽송정, 향석교, 정신국, 수복청 등 사라지거나 변모한 장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아래 숨은 역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제강점기 이후 도로와 행정구역이 재편되었어도, 교육 특구로서의 전통은 보성고, 동국대, 고려대 의대 등으로 이어졌다. 책을 읽고 나면 오늘의 대학로를 걷는 발걸음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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