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칼럼] 바람 드센 중국 경제, 질적 성장으로 갈 수 있을까

2026. 3.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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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한성대 석좌 교수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024~2025년 5%에서 소폭 낮춘 것으로,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글로벌 경기 부진 등 악화하는 대외 환경과 내수 침체, 주택경기 냉각 등 대내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중국 경제는 더 이상 5%대 중속 성장을 지속할 경제 여력이 없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로디움 그룹은 중국의 실질 성장률을 3% 이하로 평가절하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중국이 수출 주도 성장 모델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유라시아 리서치 그룹의 디렉터 댄 왕은 중국 정부가 국내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기 성장률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로 파악한다. 낮은 성장률 목표는 정책 당국이 높은 성장률 집착에서 벗어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정책 의지로 해석된다. 내수를 촉진하고 경제구조를 개편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4% 비율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완만한 확장재정 기조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방정부의 중복 투자, 외형 성장 일변도의 재정 운영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비는 전년 대비 7%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미국과의 글로벌 헤게모니 경쟁, 타이완 문제 등이 증액을 추동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1900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일변도의 성장 전략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심화시켰고 트럼프 관세 인상을 촉발했다. 유럽연합과의 무역 갈등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최소화해 대외 부담을 완화하고 국내 경기 침체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계속될 것이다. 기술 주도 성장을 축으로 한 고품질 발전 전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반도체, 항공우주 , 바이오제약 등 상용화 단계에 이른 신흥 산업은 성장을 더욱 고도화시킨다. 미래 에너지, 양자 컴퓨팅, 피지컬 AI 같은 미래 산업은 차세대 산업 선도를 위한 전략적 육성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오는 2030년 세계 산업 생산 능력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제조업이 심화하는 글로벌 통상 압박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 지가 지속 성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인구, 부채, 주택 문제는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3대 변수다. 급격한 인구 증가율의 둔화로 총인구가 현재 14억1000만명에서 2035년 13억9000만명으로 감소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5%를 넘어 조만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다. 중국은 ‘부유하기 전에 늙은 사회’가 되버렸다. 2024년 결혼 건수도 630만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과잉 부채가 중국 사회를 짓누른다. 2023년 기준으로 총부채비율이 287%에 이르렀다. 정부부채 비율은 68% 선으로 위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내수 기반이 취약해 재정수입 증가율이 지출증가율 만큼 빠르지 않아 부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 마찰과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 의존도를 높인 것이 주요 원인이다. ‘빛의 만리장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배경이다. 국가사회주의의 구조적 병폐로 볼 수 있다.

주택 시장의 부진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2024년 600만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발생했다. 누적 미분양 아파트 수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신규 주택 판매가 15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의 급락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 대비 최대 80%까지 가격 할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건설 및 부동산 부문은 국가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부동산 침체가 지난 3년의 내수 부진을 대부분 설명해준다. 도시에 널려 있는 공실 아파트로 인해 중국 도시는 ‘귀성’(鬼城)이 되었다. 미분양율이 90%를 상회하는 중소 도시가 널려 있다. ‘많이 짓고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애국’이라는 중국공산당의 진공주의(進攻主義)가 주택 과잉의 주범이다.

중국 경제가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구조 전환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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