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난 거목의 숨결"... 청주 '운보의 집' 19일 재 개관

2026. 3.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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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이사진, 1년 6개월 대대적 혁신
소유권 분쟁 그늘 벗고 10여 년만 부활
재개관 맞춰 '예수의 생애 특별관' 조성
세계가 주목한 '갓쓴 예수' 화려한 외출
벌써부터 영화·드라마 촬영 문의 쇄도
"시민과 함께 복합문화예술 성지 도약"
운보의 집에 들어서면 운보의 어록을 새긴 돌비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더 넓어진 잔디 공원과 안채 정원 등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단아한 조경수, 분재가 어우러져 대규모 야외 전시타운을 연상시킨다.

한국화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의 예술혼이 깃든 청주 ‘운보의 집’이 긴 침묵을 깨고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한때 소유권 분쟁과 경영난으로 방치되었던 곳이 새 주인을 맞아 대대적인 환골탈태를 거쳐 명실상부한 문화관광지로 거듭났다.

운보문화재단(이사장 이용미)은 “지난 1년 6개월여간 운보의 집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을 진행했다”며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오는 19일 관람객을 맞이한다”고 밝혔다.

새롭게 단장한 운보의 집은 잔디광장을 넓혀 개방감을 높이고 조각공원을 더욱 내실있게 가꾼 것이 눈에 띈다. 운보가 기거하던 전통 한옥과 정자, 연못이 어우러져 방문객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예술 감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더 넓어진 운보의 집 잔디 공원. 다양한 조형물과 단아한 조경이 어우러진 대규모 야외 전시타운이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에 자리한 운보의 집이 문을 연 것은 1984년이다. 운보는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에 집을 짓고 머물며 말년 창작 의지를 불태웠다. 8만 5,000㎡의 수려한 산자락에 한옥과 정원, 미술관이 들어선 이곳은 대규모 문화예술 타운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1년 운보가 세상을 떠난 후 재단 운영이 표류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재단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과 경영난으로 일부 시설이 경매로 넘어간 후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연중 펼쳐지던 사생대회와 전시회, 문화예술 체험 행사도 중단돼 버렸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주민 등 지역사회 모두가 운보의 집 정상화를 바랐지만, 갈등과 분쟁을 풀지 못한 채 10년이 훨씬 넘도록 폐허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전통 한옥인 운보의 집 안채. 운보가 20여년간 생활하며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곳이다.

반전의 계기는 2024년 10월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면서 마련됐다. 새롭게 재단을 꾸린 이사들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지역의 대표 문화공간을 되살려보자”며 과감한 시설 개선 투자에 나섰다.

이번 재개관의 핵심은 개관 날짜에 맞춰 공개되는 ‘예수의 생애 특별관’이다. 기존 관람객 체험관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이 전시관에는 운보의 대표 연작인 ‘예술의 생애’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예수가 등장하는 이 연작은 1953년 서울에서 공개될 당시 한국 종교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에는 독일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전에 초대될 정도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걸작이다. 재단 관계자는 "운보가 한국전쟁 피난 시기에 제작한 예수의 생애 연작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든 것으로 평가된다"며 "작품 전시는 예수의 메시지를 현대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재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재개관에 맞춰 새로 조성한 '예수의 생애 특별관'. 운보의 대표 연작인 '예수의 생애' 작품 20여점이 전시돼있다. 왼쪽 벽면에 있는 작품(진품은 내부 전시)은 연작 중 하나인 '승천'이다.
'예수의 생애 특별관' 전시장

운보의 집 새단장 소식에 방송사 등 대중 매체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판사 이한영’의 주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된데 이어 각종 영화나 드라마 촬영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재단은 더 큰 걸음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운보의 집 주변 산자락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중간 중간에 예술 작품을 배치해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할 참이다. 또한 역사적 가치가 높은 운보 생가를 잘 보존해 향후 문화재 지정을 추진,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용미 운보문화재단 이사장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을 넘어 한국화 거목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들이 편안히 문화를 즐기는 복합문화예술 성지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펼쳤다.

청주= 글 사진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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