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체 수 늘었지만...판다에게 여전히 남은 6가지 위기

우다영 기자 2026. 3.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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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 지역에서 포착된 나무 줄기 위에 올라간 판다 (사진 Juan Carlos Munoz_WWF)/뉴스펭귄

3월 16일은 '판다의 날(National Panda Day)'이다.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자이언트판다(Giant panda)는 오랫동안 멸종위기종 보전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 판다는 국제 보전 노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도 자주 언급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6년 판다의 적색목록 등급을 '위기(Endangered)'에서 '취약(Vulnerable)'으로 한 단계 낮췄다. 보호구역 확대와 밀렵 단속, 서식지 복원 등 장기간 이어진 보전 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세계자연기금(WWF)이 3월 16일 '판다의 날'을 맞아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 조사 기준 2014년 야생 판다 개체 수는 약 1864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1980년대 약 1100마리 수준으로 추정됐던 개체 수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판다의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서식지 단절과 인간 활동, 먹이 자원 변화, 기후위기 등이 여전히 판다 개체군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① 서식지 파괴와 단절

판다는 중국 쓰촨(Sichuan), 산시(Shaanxi), 간쑤(Gansu) 지역 고산 대나무 숲에 제한적으로 분포한다. 이 지역은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산림 생태계로, 판다는 이 생태계를 대표하는 '우산종(umbrella species)'으로 알려져 있다. WWF에 따르면 판다 서식지를 보호하면 황금원숭이와 타킨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도 함께 보호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농경지 확대와 벌목, 도로 건설 등 인간 활동이 확대되면서 판다 서식지는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왔다. 2019년 국제학술지 Biological Conservation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판다 서식지가 현재 여러 산맥 지역에 파편화된 형태로 분포하며 일부 개체군은 고립 위험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② 대나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단
중국 청두 판다 번식 연구 기지에 살고 있는 판다. (사진 Staffan Widstrand, Wild Wonders of China_WWF)/뉴스펭귄

판다는 분류학적으로 곰과에 속하는 육식목 동물이지만 식단 대부분이 식물이다. 국제 곰 연구 학회 자료에 따르면 판다 먹이의 약 99%는 대나무로 구성된다. 하지만 판다 소화기관은 육식동물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다. 맹장이 없고 장 길이도 비교적 짧아 섬유질이 많은 대나무를 효율적으로 소화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판다는 하루 평균 10~18kg, 많게는 30kg 이상의 대나무를 먹어야 하며 하루 약 14시간을 먹이에 소비한다. WWF는 이러한 특성이 판다를 환경 변화에 특히 취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③ 대나무 개화 주기와 먹이 부족

대나무는 일정 주기마다 집단으로 꽃을 피운 뒤 고사하는 특성이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의 대나무 숲이 사라지면 판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식지 단절로 인해 이러한 이동 전략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Biological Conserva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판다는 먹이 부족이 발생할 경우 다른 대나무 숲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생존해 왔지만, 도로 건설과 개발로 서식지가 분절되면서 이동 자체가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④ 가축 방목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가축 방목으로 서식지 파괴 위험이 있는 중국 쓰촨성 왕랑 자연보호구역. (사진 Michel Gunther_WWF)/뉴스펭귄

가축 방목 역시 판다 서식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국제학술지 Animal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가축 방목이 판다 서식지의 질을 낮추는 주요 인간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진이 중국 쓰촨성 메이구 다펑딩 자연보호구역에서 조사한 결과, 가축 방목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판다에게 적합한 서식지 면적이 101.87㎢에서 80.64㎢까지 감소했다. 원인으로는 가축이 숲을 돌아다니며 식물을 먹고 토양을 밟는 과정에서 대나무 숲 구조와 토양 환경이 변화한 것으로 꼽힌다.

⑤ 대나무 영양 성분 변화

위와 같은 연구에서 가축 활동이 대나무 영양 성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방목이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대나무의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감소하고 섬유질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가축 배설물로 토양 화학성이 바뀌고 토양이 압축되면서 대나무 성장 환경이 변할 수 있으며, 이는 판다가 이용할 수 있는 먹이 자원의 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⑥ 기후위기

기후위기 역시 판다 서식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친링산맥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1세기 동안 판다가 먹이로 이용하는 주요 대나무종 분포가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후위기가 대나무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경우 판다 먹이 자원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암컷 판다와 생후 1개월 새끼 판다. (사진 Susan A. Mainka_WWF)/뉴스펭귄

판다 보전은 국제 자연보전 역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WWF에 따르면 1980년대 초 중국 정부와 국제 연구진은 쓰촨성 워룽 자연보호구에서 최초의 야생 판다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보호구역 확대와 서식지 복원, 생태 통로 조성 등이 이어졌다.

현재 WWF는 판다 서식지 사이의 이동을 돕기 위한 생태 통로 조성, 적외선 카메라와 GPS를 활용한 야생 개체 모니터링, 지역 주민과 협력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생태관광 프로그램 등을 통해 판다 보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판다가 서식하는 산림은 탄소 저장과 수자원 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자연 생태계이기도 하다. WWF는 "이러한 숲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 역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판다는 멸종위기 상징에서 회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서식지 단절과 먹이 자원 변화, 인간 활동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판다 개체군의 장기적인 안정성은 여전히 영향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판다 보전 정책이 개체 수 증가뿐 아니라 서식지 연결성과 생태계 관리까지 포함하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