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 감독 “친형의 희생, 엄마라는 존재…모든 게 녹아든 ‘메소드 연기’”[인터뷰]

이민주 기자 2026. 3.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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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소드 연기’ 이기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배우 이기혁이 아닌 ‘감독 이기혁’의 시선은 정직했다. 첫 장편 데뷔작 ‘메소드 연기’를 들고 마주 앉은 그는 창작자로서의 설렘보다 작품에 투영된 삶의 무게를 먼저 꺼내 보였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난 이기혁 감독은 “긴장되지만 기분 좋은 설렘”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첫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부터 자신의 가장 내밀한 가족사까지 가감 없이 털어놓은 그의 인터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깊이 있는 영화적 고백이었다.

이기혁 감독이 단편 ‘메소드 연기’를 장편으로 확장한 데는 윤종빈 감독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멘토링 수업에서 만난 윤 감독은 “단편의 앞뒤 서사를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출발하라”는 실무적인 가이드를 건넸다.

“그 한마디가 엄청난 동력이 됐어요. 제 단편 세계관 중 두 편을 장편 시나리오로 옮기는 작업을 거쳐 지금의 ‘메소드 연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단편은 영화제 아니면 관객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며 얻은 피드백들이 큰 힘이 됐어요. 어떤 부분에서 웃어주시고 좋아하시는지 알게 되니 장편으로 갈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영화 ‘메소드 연기’ 속 이동휘. 스틸컷

주인공 이동휘는 이기혁 감독에게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단편 시절 노개런티 출연은 물론 스태프 회식비까지 지원했던 이동휘를 보며 이 감독은 “입봉작은 반드시 동휘 배우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장편으로 확장하기 전 단편 ‘메소드 연기’에서도 이동휘가 주연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넘어온 지점도 있어요. 거기에 한편으로는 단편 영화 촬영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제작비 측면에서도 그렇고 이동휘 씨가 노개런티로 출연해 주는 바람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웃음) 가끔 회식비까지 지원해 주니 마음의 빚이 늘 있었어요. 물론 빚 때문만은 아니에요. 제가 이동휘라는 배우 자체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영화 ‘메소드 연기’ 이기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영화 속 가족 이야기는 이기혁 감독의 실제 가족사가 깊게 투영된 지점이다. 극 중 형 캐릭터는 배우의 꿈을 접고 회사원이 된 실제 친형을 모델로 했으며, 어머니 역할의 김금순 배우 장면들 역시 이 감독의 내밀한 기억에서 출발했다.

“친형을 보며 항상 ‘희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어요. 저보다 먼저 연기를 시작했지만 집안 사정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형이, 제가 영화 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도 정복자라는 캐릭터에 담았어요. 집에서 엄마의 휴대전화 문자를 우연히 봤는데, 누군가의 친구이자 동생으로서 존재하는 ‘인간 엄마’를 마주했을 때의 충격이 컸거든요. 그 복합적인 감정들이 병실 장면에 녹아들었습니다.”

영화 ‘메소드 연기’ 이기혁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이 감독은 엄마라는 배역을 내려놓고 ‘인간 정복자’로 존재하는 순간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저마다의 ‘메소드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뇌를 ‘배우’라는 직업군에 투영시킨 셈이다.

논술을 좋아하고 영화의 모든 공정을 핸들링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던 소년 이기혁은 이제 당분간 연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편 한 편을 완성하며 배우와 감독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미 차기작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그의 눈빛에선 창작자의 고집이 느껴졌다.

“흥행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제가 가족의 사랑을 다시 표현하게 됐다는 점이 더 큰 의미입니다. 개봉 확정까지 오는 모든 과정이 기적이라 생각해요. 투자해주신 분들께 죄송하지 않도록 손익분기점인 70만 관객을 넘겼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관객분들의 마음에도 이 영화가 따뜻하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민주 기자 leem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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