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3주째, 호르무즈 해협·핵무기급 우라늄 카드 쥔 이란 “오래 버틸 수 있다”

이영경 기자 2026. 3.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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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을 받은 태국 벌크선 ‘마유리 나리(Mayuree Naree)’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3주째 접어들었지만 전쟁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미·이스라엘의 파상공세로 이란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이란 신정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 석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은 조기 종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거듭 내놓고 있지만,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란 정권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전쟁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끝날 것이다. 그보다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며 조기 종전 의사를 강조했다. 하지만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을 요청한 적 없고, 심지어 협상조차 요청한 적 없다”며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며 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선택이지만, 끝은 그렇지 않다”는 마키아벨리의 오랜 격언이 이번 전쟁에서도 재확인된 셈이다.

미국·이스라엘은 2주간의 전쟁을 통해 상당한 군사적 성과를 거뒀다. 이란의 미사일 무기고와 방공망을 상당 부분 파괴했으며, 해군력을 궤멸 수준으로 약화시켰다. 또한 이란을 37년간 철권 통치해 온 하메네이를 암살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란은 방공망도 없고, 공군도 없고, 해군도 없다”며 “이란의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전쟁의 핵심 목표들은 달성되지 못했다. 이란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며, 이란의 핵무기 생산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이란의 재래식 전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이라는 카드로 미국에 맞서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드론 공격으로 연료 탱크가 피격된 후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유가 급등에 이어 해상 수송이 타격을 입으면서 비료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급등하는 유가와 하락하는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란 해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행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최소 16척의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이 소형 선박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이미 기뢰를 설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NYT는 이란군이 고속정을 타고 좁은 해협을 가로질러 느리게 이동하는 대형 유조선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선체에 흡착식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이란 정권이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해졌고, 곤경에 처하면 언제든 기습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또한 미국을 압박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지난해 6월 ‘12일 전쟁’ 이전 이란은 6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추가 농축 시 핵무기 약 10기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강경파들이 힘을 얻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란이 농축 우라늄에 접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인한 잔해 속에 파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농축 우라늄 대부분이 이스파한의 깊은 터널에 저장돼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쟁 초기 “사람들이 가서 그것을 가져와야할 것”이라며 농축 우라늄 회수를 위한 지상 작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지상군 파견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이스파한 핵 시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농축 우라늄 회수를 위한 작전은 수백명의 병력을 투입해야 하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전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특수부대 작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농축 우라늄 회수에 대해 “아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아직 그 단계와 거리가 멀다”며 작전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시사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회수하거나 이동시켰다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고농축 우라늄이 핵시설 공습 잔해 속에 여전히 묻혀 있다며 “현재로서는 우라늄을 회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핵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새로운 지하 농축 시설을 건설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미·이란 관계 전문가인 수전 멀로니는 “미국은 구체적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란이 종전을 좌우하고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계속 유지하는 한, 전략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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