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vs 디에이치 vs 아크로…한강변 부촌 지도 바꿀 최후의 승자는 [이슈&트렌드]

박순원 2026. 3. 16. 16:3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칼리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현대건설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아파트 자율주행 로봇, DL이앤씨가 시공한 아크로리버파크 전경.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제공]


서울 재건축의 ‘끝판왕’ 압구정 재건축이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국면에 들어섰다. 압구정 재건축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을 재건축해 최고 70층, 1만여가구를 공급하는 개발사업으로, 공사비만 1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최근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잇달아 압구정 인근에 브랜드 홍보관을 열거나 조직을 정비하며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원베일리 등 성공한 재건축을 통해 한강변 최고가 아파트의 상징이 된 사례는 있지만, 압구정은 이미 4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압구정현대7차는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245㎡가 165억원에 거래되며 서울 아파트의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10년 전 ‘아리팍’처럼…부촌 상징 만든 랜드마크

건설사들이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 주목하는 것은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입지에 랜드마크 아파트가 들어서면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016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를 완성했다. 당시 하이엔드 브랜드로 지어진 아파트는 이곳이 처음이었는데, 시장에 상징적인 단지로 자리잡으면서 DL이앤씨의 브랜드 위상을 크게 격상시켰다.

아리팍의 상징성은 주택시장 전체를 크게 뒤흔들 정도로 컸다. 이 아파트는 준공과 함께 국내 최초로 3.3㎡당 1억원 시세를 돌파했고, 올림픽대로와 반포대교를 지나 강남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한강변 랜드마크가 됐다. 서울 한강변을 지나는 보행자들이 이 아파트를 보며 ‘강남 최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인식했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서울 부촌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이런 랜드마크가 들어서면 이 여파는 건설사의 다른 정비사업 수주전에도 영향을 준다. DL이앤씨는 아리팍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다른 정비 현장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됐다. 아리팍이라는 단지 상징적인 단지 하나로, 다른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아파트 브랜드 판도를 단숨에 흔든 것이다. 이후 건설업계 전반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이 본격화된 계기 역시 아리팍의 성공이 영향을 줬다.

◇자율주행 로봇부터 첨단서비스 경쟁까지…기술개발 목적지는 압구정

건설업계는 지난 수년간 고급 주거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이 중 현대건설의 아파트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로봇은 건설업계 최초로 무선통신과 관제시스템이 연동됐다. 아파트 단지 도로부터 지하 주차장, 공동 출입문, 엘리베이터, 세대 현관 등 아파트 전 구간을 누비며 택배, 음식배달, 순찰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기술들은 다른 건설사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로봇·모빌리티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앞으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주거서비스 분야에서도 현대건설은 다른 건설사에 비해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은 최근 준공한 디에이치 아파트부터 순차적으로 이런 ‘D2D(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수년간 개발해 온 이런 기술들은 큰 틀에서 보면 압구정 재건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재건축을 석권한다는 목표 아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 같은 움직임을 이어왔다.

현대건설이 지난 2015년 론칭한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역시 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출범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와 최대 재개발 한남3구역 등을 수주한 것도 큰 방향성에서 보면 모두 압구정 재건축을 위한 전초전이었다. 현대건설은 반포와 한남, 압구정을 잇는 한강변 삼각편대 벨트를 완성해 압구정에 최종 깃발을 꽂고자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압구정2구역 재건축을 성공적으로 수주하며 교두보를 확보했고, 이제는 3구역과 5구역 수주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의 권위자 삼성물산…‘넥스트 래미안’ 목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적인 초고층 건축 기술력을 내세워 압구정 재건축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압구정 재건축이 최고 70층 초고층 단지로 계획된 만큼 초고층 빌딩 준공 실적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물산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와 세계 두 번째 높이의 빌딩인 말레이시아 메르데카118(679m) 등 초고층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 주거단지에 맞는 새로운 설계와 시공 방식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지난 2024년 공개한 차세대 스마트홈 플랫폼 ‘넥스트홈’과 층간소음 저감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압구정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한 장기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압구정 재건축 승자가 향후 50년 좌우”

업계에서는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 결과가 향후 건설업계 50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을 수주해 이곳에 상징적인 랜드마크 단지를 완성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브랜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 재건축의 승자가 향후 펼쳐질 잠실과 목동 재건축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니라 건설사 브랜드 경쟁의 정점”이라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기술 개발과 브랜드 전략의 결과가 압구정 수주전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