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겐 자비도, 포로 대우도 없다”…미 국방장관 ‘살해 지시’ 논란

김미나 기자 2026. 3.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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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전쟁)장관이 자국과 전쟁 중인 이란군을 압박하면서 "적에게는 자비도, 포로 대우도 없다"(no quarter, no mercy for our enemies)고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포로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언급은 국제법상 전쟁범죄 행위로 규정되는데 공식 석상에서 사실상 미군에게 포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읽히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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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상 전쟁범죄 행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전쟁)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워싱턴 국방부 청사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전쟁)장관이 자국과 전쟁 중인 이란군을 압박하면서 “적에게는 자비도, 포로 대우도 없다”(no quarter, no mercy for our enemies)고 언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포로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언급은 국제법상 전쟁범죄 행위로 규정되는데 공식 석상에서 사실상 미군에게 포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읽히고 있어서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3일(현지시각)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헤그세스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이란을 겨냥해 “우리는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다. 계속 밀어붙이고, 계속 진격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헤이그협약과 제네바협약 등 국제인도법은 ‘포로를 살려두지 않겠다’는 선언을 금지하고 있으며, 부상자나 항복한 이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 또한 전쟁범죄로 간주한다. 라이언 굿맨 뉴욕대 교수(법대)는 15일 액시오스에 “미군을 무법천지의 길로 몰아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동맹국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이 남북전쟁(1861~1865)을 겪으며 군대가 전쟁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리버 코드’에도 몰살 명령이 금지돼 있다고 액시오스는 보도했다. 굿맨 교수는 “미 국방부 전쟁법 매뉴얼에는 이런 발언이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며 “미국이 2차대전 이후 독일 고위 군 간부들을 해당 범죄로 기소해 처벌받게 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당시 나치 지휘관들이 “포로를 잡지 말고 사살하라”고 명령한 것에 대해 전쟁 범죄로 처벌했던 전례를 언급한 것이다.

앞서 마크 켈리 민주당 상원의원(애리조나주)도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포로 불인정은 터프가이처럼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라며 “포로를 생포하는 대신 살해하라는 뜻이다. 무력 충돌법 위반이고 불법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선임 고문 브라이언 피누케인은 알자지라 방송에 “발언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러한 호전적이고 법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실제 전장에서 군사작전이 수행되는 방식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헤이그 협약 제4협약 23조 디(D)항에 따라, 생존자를 남기지 않겠다는 선언은 엄격히 금지돼있다고 밝혔다. 또 제네바 협약 제1추가의정서 40조에는 “생존자를 남기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이로써 적을 위협하거나, 이런 근거 위에서 적대 행위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국제형사재판소(ICC) 로마규정 제8조에는 ‘항복한 적에 대해 구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전쟁범죄 행위의 하나라고 명시돼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9월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을 폭격할 당시에도, 1차 공격 뒤 살아남은 ‘저항불능’ 상태의 생존자들을 재공격해 ‘전원 사살’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장관은 “작전은 미국법과 국제법에 부합한다”고 부인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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