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상회담 연기’ 압박해도…중국산 희토류로 전쟁하는 미국, 에너지 여유 있는 중국

박은하 기자 2026. 3. 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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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6개월치 비축에 높은 전기차 비율
20년 ‘에너지 방화벽’ 투자에 상대적 안정
미국 미사일 필수 희토류는 100% 중국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나 본격 적 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사작전 동참을 압박하며 ‘미·중 정상회담 연기’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중국의 여유만 부각될 전망이다. 중국의 지난 20년간의 에너지 자립 정책이 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오히려 미국의 희토류 의존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원유 전략 비축량은 3~6개월치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다고 추정된다. 도이체벨레와 BBC에 따르면 영국 에너지·화물 데이터 분석업체 보텍사는 중국이 총 13억 베럴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으며, 이는 3~4개월 동안 경제를 유지하기 충분한 규모라고 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지하 저장시설 비축분을 포함시켜 중국의 비축분은 190일치라고 추정한다.

중국은 올해 초 이란 위기가 고조되자 선제적으로 비축분을 늘렸다. 해관총서의 지난 10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했으며 대부분 비축유로 활용됐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중에도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선박 추적 플랫폼인 탱커트래커스는 위성 사진을 토대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최소 117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중국으로 향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안전장치는 또 있다. 중국은 국내 소비되는 원유의 27%를 자국에서 생산한다.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릴 수도 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이며, 대형 트럭의 3분의 1 이상이 전기 트럭이다.

이런 구조에서 중국의 가정용 석유 소비 수요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2025년 국내외 석유·가스 산업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제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각각 2.4%와 4.4% 감소했다. 항공유(2.1%)와 화학제품 원료용(8.8%)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고유가에 ‘바닥 민심’이 들끓을 여지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독립 연구기관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중국 에너지 연구 책임자인 미할 마이단은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완충 장치와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며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이 중국 경제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중국의 유가 상승 방화벽은 20년 동안의 꾸준한 전략과 투자 결과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재임 중인 2003년 ‘말라카 딜레마’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대부분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는 해상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은 이후 해군력 강화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등을 추진했으며, 이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전기차·신재생 에너지 투자는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의 성과다. 올해 시작하는 15차 5개년(2025~2030) 계획에는 화석연료 전략 비축분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송·배전망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오히려 미국의 희토류 공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미국의 희토류 재고가 2개월치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2024년 수입한 희토류의 71%가 중국산이며, 특히 테르븀과 디스프로슘은 전량 중국산이다. 이 두 광물은 미사일 유도장치·전투기 엔진·드론 제조에 필수적이다.

마리나 장 시드니공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강화하면 미국으로선 핵심 무기 부품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라며 “첨단 무기 생산을 줄이거나 전략 희토류 비축분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SCMP에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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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160830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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