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첫 익스트랙션은 종로에서”, 좀비 아포칼립스 ‘낙원’

임영택 게임진 기자(ytlim@mkgamezin.com) 2026. 3.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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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타이틀 화면. 폐허가 된 낙원상가를 비추고 있다. 참고로 ‘낙원’ 속 낙원은 낙원상가에 있지는 않다.
익스트랙션은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파밍하면서 AI(인공지능)나 다른 플레이어의 위협에서 생존해 탈출하는 걸 목표로 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생환이 목표이기에 전투를 완전히 피하는 것도 엄연한 플레이 방식이 된다. 최근엔 ‘아크레이더스’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다.

그러나 익스트랙션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대부분이 총싸움을 중심으로 한 익스트랙션 슈터였기 때문이다. 슈터엔 ‘쥐약’이라 전투를 피하며 생존에만 집중해도 어디서 날아온 줄도 모를 흉탄에 목숨을 잃을 때가 비일비재하니 흥미를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런 기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익스트랙션이 있다. 바로 12일부터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시작한 넥슨의 ‘낙원: LAST PARADISE(이하, 낙원)’다.

클로즈 알파 테스트에서의 탐사 지역. 낙원상가를 중심으로 종로 남부, 종로 북부를 탐색할 수 있다.
‘낙원’은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에 직면한 한국 서울 배경의 익스트랙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브로커를 통해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 ‘낙원’에 들어온 탐색자가 되어 폐허가 된 서울 시내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파밍하고 좀비와 다른 생존자로부터 생환해야 한다.

‘낙원’의 한국에서는 좀비 사태에 직면했음에도 총기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칼이나 쇠파이프, 호미나 낫, 야구방망이, 도끼 등 근접 무기를 들고 탐색에 나선다.

총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낙원에서 구입하는 사제 권총은 가격 대비 위력이 약하고 좀 쓸만한 총기는 위험한 지역에서 파밍해야 하는 데다가 탐색 종료 시 회수되기에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총기가 없다고 해서 활이나 석궁 등 총기를 대체하는 원거리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돌이나 병을 집어 던질 수 있지만 대미지가 크지 않다. 즉, 불의의 공격에 즉사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소리에 예민한 좀비들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데 이를 활용해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에 버려진 차량에 병이나 벽돌을 던져 도난 방지 장치를 작동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좀비들이 아무리 느려도 둘러싸이면 순식간에 죽을 수 있기에 뭔가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들었다.

좀비와 달리 대응책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생존자와의 만남은 총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두려운 일이었다. 아크레이더스의 ‘돈슛 열풍’ 덕분인지 대부분은 서로 응원해 주고 헤어지거나 함께 움직였지만 양손에 칼을 쥐고 사정없이 공격하는 이들도 당연히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득을 위해 출구 근처에서 탈출하려는 생존자를 공격하는 사람보다는 공격 그 자체가 목표인 사람들이 의중을 알 수 없어 더 무서웠다. 인 게임 보이스 채팅으로 웃으며 달려오기까지 하면 공포영화 속 살인마가 따로 없다. 좀비보다 무서운 건 같은 인간이라는 좀비 아포칼립스의 진리는 ‘낙원’에서도 똑같았다.

탈출구 앞은 버려진 차량으로 길이 좁은데 좀비가 많다. 그래서 둘러싸이면 빠져나가기 어렵다.
사정없이 공격해 오는 생존자. 날붙이 상대로 방패가 밀리는 건 조금 불합리하다.
클로즈 알파 테스트부터 새로 선보이는 스킬 트리는 근접전투 위주라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탐색에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스킬 트리는 크게 신체단련, 근접전투, 특수공작, 야전생존으로 나뉘며 투자한 스킬에 따라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로 분화한다. 클로즈 알파 테스트 기간에는 스킬 초기화가 무료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

전투를 피하고 싶었기에 특수공작을 주로 올렸다. ‘소나센스’로 벽이나 문 너머에 좀비, 생존자가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암살로 좀비를 조용히 처리할 수 있었다. 제압이 통하지 않는 특수 좀비는 상자 뒤집어쓰기로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어 좀비도 사람도 믿지 못하는 입장에서 딱 맞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지인한테 답답하게 플레이한다고 한 소리 듣기도 했지만 일단 이런 방식으로라도 비싼 아이템을 파밍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가슴 벅찬 일이었다. 다른 익스트랙션 게임에서는 튜토리얼을 제외하면 생환 자체를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박스에 숨어 특수 좀비 ‘게더러’를 피하는 모습. 비겁한 게 아니다. 생존 전략이다.
‘낙원’의 배경 설정도 흥미를 돋운다. 단순히 플레이어가 탐색해야 할 장소가 한국이 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에 좀비 아포칼립스 사태가 일어났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핍진성을 갖추고 있었다.

시민 등급이 오를수록 사는 집이 점점 좋아지는데 현실의 유명 거주지들을 차용해 자연스럽게 플레이 동기를 부여한다든지, 배를 타고 낙원을 떠나 탐사를 떠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들려오는 안내 방송, 탐사선과 폐허가 된 도시 여기저기에 쓰인 낙서들, 차량 도난 방지 경보음이나 사이렌, 안내 음성 같은 음향효과 등 자신이 지금 폐허가 된 ‘한국 서울’을 탐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메인 스토리, 서브 퀘스트는 설정과 스토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플레이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처음에는 무난한 곳이 지정되지만 나중에는 특수 좀비가 배회하는 위험한 장소가 지정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생존을 위한 지식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시민 등급에 따라 허름한 컨테이너, 반지하를 지나 지상으로 올라왔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도 계급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묘하게 현실적이다.
클로즈 알파 테스트로 만난 ‘낙원’은 ‘한국 +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흥미로운 설정에 익스트랙션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 훌륭한 익스트랙션 입문작이었다.

익스트랙션 기피자였던 기자가 재미를 붙이고 계속 생환하는 걸 넘어 위험 구역 아이템 파밍까지 당당히 성공하며 반지하를 탈출한 14등급 시민이 됐을 정도다. 이후에도 13등급 시민이 되기 위해 서울 종로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익스트랙션에 맛을 들인 것이다.

물론 ‘낙원’에도 아쉬움은 있다. 배고픔 수치에 따라 인벤토리 수치가 변화하기에 식량 관리가 중요하지만 소비기한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전부 마우스 오버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하거나 창고 가구마다 아이템이 따로 보관되는데 관리는 한 번에 할 수 없다든지 하는 등 비전투 상황에서의 물자 관리 편의성은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도 익스트랙션에 흥미는 있었지만 적응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라면 ‘낙원’을 주목하길 바란다. 정신없이 빠져들 수 있는 첫 익스트랙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떨리는 탈출 직전. 위기를 이겨내고 생존했을 때 몰려오는 성취감이 정말 남다르다.
<문의식 객원기자 lonelyless@naver.com, 정리=임영택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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