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행으로 영구제명된 선수에게 학생들 맡기는 대학 농구부…“한 방 때렸을 뿐” 두둔까지

박효재 기자 2026. 3.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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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호가 2021년 4월30일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동료 폭행에 관한 재정위원회에 출석했다. KBL 제공

프로농구(KBL)에서 동료를 폭행해 영구제명된 기승호(41·전 울산 현대모비스)를 그의 모교인 동국대가 농구 2부 팀 감독으로 앉히려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징계 이력 때문에 감독 등록은 무산됐지만, 재능기부 형식으로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학교의 방침이다. 담당자는 취재 과정에서 기승호를 두둔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기승호는 2021년 4월 현대모비스 시절 플레이오프 탈락 직후 가진 선수단 술자리에서 취해 동료 선수 4명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중 후배 장재석(부산 KCC)은 안와골절로 수술까지 받았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기승호와 즉시 계약을 해지했고, KBL은 재정위원회를 열어 그를 영구제명 조치했다.

기승호는 형사재판에서도 상해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개월,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기승호는 프로농구에서 폭행으로 영구제명된 최초의 선수다. 동국대에서 농구 2부 팀 지도자 선임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지난 12일 통화에서 기승호를 감독으로 검토했다가 철회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감독을 시키려고 했지만 징계 이슈가 있어서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폭행 전력을 알고도 학생 지도를 맡기느냐는 질문에는 “아무 상관 없다. 내가 알기로는 한 방 때렸다. 술도 먹었고 팀도 졌고 그런 상황에서 언짢은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사정 때문에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것 아니냐”고 답했다.

2020년 12월 당시 울산 현대모비스 소속이었던 기승호(왼쪽)과 장재석이 나란히 서 있다. KBL 제공

기승호는 현재 동국대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동국대 담당자에 따르면 기승호는 학교에 출입하며 재능기부 명목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 농구 2부 팀 학생 선수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보수는 받지 않고 말 그대로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냥 한 방 때린 것”이라며 매우 주관적인 기준으로 과거 사건을 바라보는 학교의 시선 자체가 충격적일 정도로 사회적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다.

기승호의 지도를 계속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이 담당자는 “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며 당장 중단시킬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학농구연맹도 이 상황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통화에서 “동국대에서 기승호를 감독으로 세우려 한다는 이야기를 제3자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기승호의 징계 이력을 감안해 지도자 등록이 가능한지를 대한농구협회에 문의해온 사실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도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공식 대회에 참가할 수 없지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학교 내부 사정이라 연맹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농구협회 경기인 등록 규정은 ‘관계 단체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 징계를 받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지도자 등록이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KBL에서 영구제명된 기승호는 이 규정에 따라 정식 감독이나 코치로 등록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식 등록을 안 해도 되는 재능기부식 지도에 대해서는 규정상 사각지대가 있다. 대한농구협회 지도자 등록 담당자는 16일 “협회는 경기인 등록 규정을 운용하기 때문에 등록 신청이 들어왔을 때 적용하는 것”이라며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기승호가 영구제명 전력에도 학생 선수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학교에서 그게 가능한가”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국 “협회 쪽에서 제지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와 체육계가 폭력 전과 지도자의 현장 퇴출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KBL 영구제명에 형사처벌까지 받은 인물이 학생 선수를 가르치는 현실은 제도의 빈틈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프로농구에서 영구제명까지 된 폭행을 별일 아닌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학교 당국의 무개념한 대응은 매우 위험하다. 이를 알고도 규정 적용 여부만 따지며 방관하는 협회와 농구계도 다르지 않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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