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탄소 측정하고 규범으로 증명해야

기호일보 2026. 3. 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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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원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ESG경영지원단장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ESG경영지원단장
대한민국 제조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온 산업 현장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에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투명하게 증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ESG 요구는 제조기업들에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자동차 산업의 주요 고객사들은 협력사에 탄소 배출 데이터와 노동·인권 관리 수준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이미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도 ESG 경영을 요구한 것이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탄소를 측정하는 것이다.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탄소발자국(CFP)을 산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공장 내부의 에너지 사용량만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원료 조달부터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는 전과정평가(LCA)로 보아야 한다.

특히 제조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협력사와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까지 포함하는 Scope 3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는 앞으로 글로벌 규제 대응의 핵심 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측정된 수치는 글로벌 규범 속에서 관리되고 검증돼야 한다. 전자와 IT 공급망에서 널리 적용되는 Responsible Business Alliance(RBA)는 노동, 안전, 환경, 윤리 등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을 점검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기준이 되고 있다.

또 기업의 ESG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EcoVadis는 정책, 실행, 성과를 기반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점수와 등급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탄소 데이터는 환경 성과의 기초가 되고 RBA를 통한 개선된 현장의 노동·안전 관리 수준은 기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도록 하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EcoVadis 평가에서 높은 등급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앞으로 제조기업에 필요한 것은 탄소 계산 전문가, 평가 대응 전문가도 아니다. 기업의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글로벌 규범과 연결, 외부 평가로 증명할 수 있는 통합적 ESG 역량을 가진 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시장의 규칙은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금의 시장은 우리 기업의 탄소를 어떻게 정확히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글로벌 규범 속에서 어떻게 관리하며 그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투명하게 증명해 낼 것인가를 요구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숫자로 측정된 탄소와 규범으로 증명된 책임경영이 바로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탄소를 측정하고 규범으로 증명하라'라는 말은 결국 탄소 데이터가 곧 재무 데이터만큼이나 중요해졌음을 의미하고 데이터가 없으면 규제에 대응할 수 없으며 증명되지 않으면 글로벌 수주 시장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CEO는 탄소 중립을 비용이 아닌 본원적 경쟁력으로 정의해야 한다.

탄소 감축은 더 이상 기후에너지환경부서만의 숙제가 아니라 재무적 위험이자 새로운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실질적인 '돈의 언어'로 바꿔 전 직원이 체감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내부 탄소 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를 전격 도입해도 한다. 나아가 우리 공장의 배출량만 줄이는 것을 넘어 공급망 전체를 재편하는 '저탄소 SCM(Supply Chain Management) 전략'을 수립, 탄소 중립이 기업 문화의 DNA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CEO는 거버넌스를 통해 변화의 길을 열고 ESG 담당자는 무결점 데이터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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