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 유죄 확정된 공무원도, ‘송철호 캠프 별건 수사’ 연루자들도 재판소원 청구
직장 내 비위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전직 공무원이 제보자로 추정되는 직원을 고소했다가 역으로 무고 혐의로 고소당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재판소원을 청구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 소속 공무원이던 A씨는 자신의 무고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지난달 12일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이 기관장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A씨의 관계자 접대 지시, 채용 청탁 등 비위 의혹을 인지해 감찰에 착수한 게 발단이 됐다. A씨는 7주간 직위해제됐으나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중앙징계위원회에서도 ‘징계 없음’ 의결을 받았다. A씨는 파견 직원 B씨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꾸며내 제보했다고 보고 B씨를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직접 제보한 게 아니다’라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B씨는 역으로 “A씨가 허위 사실을 꾸며내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다시 고소했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B씨가 A씨를 청와대에 진정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A씨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 B씨를 무고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A씨의 형을 확정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A씨는 직장을 잃게 됐다.
이에 A씨는 재판소원을 청구하면서 “무고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법원 재판부가 전문 진술을 유죄의 핵심 근거로 썼다”며 재판청구권이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B씨가 A씨의 감사 당시 작성한 확인서 내용 중 “C씨로부터 ‘A씨가 접대 지시 등을 해 곤란하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들었다”는 대목 등을 근거로 A씨의 비위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B씨를 무고 혐의로 먼저 고소한 것은 오히려 A씨가 B씨를 무고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A씨를 대리하는 조기현 법무법인 대한중앙 변호사는 “형사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C씨는 ‘B씨에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는데도 이러한 법정 증언을 배척한 데 대한 재판부의 합리적 설명이 없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며 재판소원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본지 통화에서 “무고 혐의와 관련한 중앙징계위원회의 판단은 해임이나 파면이 아닌 감봉 1개월에 불과했고, 126명의 동료들도 무죄 판결을 탄원했으나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징계위와 법원의 판단이 사실상 정반대나 다름없어 헌재 판단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전 울산시장 캠프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거나 민원 해결 알선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지난달 유죄가 확정된 3명도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D씨는 송 전 시장 캠프 측에 불법 정치자금 1000만원을 건네고, 물류 단지 용도 변경 청탁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이 확정됐다. 민원 해결 알선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E씨는 징역 2년과 추징금 3000만원이 확정됐다.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F씨도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세 사람을 대리하는 심규명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심 변호사는 “대법원은 피고인마다 상고 이유가 다른데도 유사한 문구로 상고 기각 사유를 판시해 구체적인 판단을 빠뜨렸다”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영장 없이 통장 등을 압수한 증거가 재판에서 인정돼 영장주의와 적법 절차 원칙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지난 12일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는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16일까지 헌재에 모두 44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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