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vs 소비기한…'조선호텔 5500만원 과징금' 항소심 핵심 쟁점

전제형 기자 2026. 3. 1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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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경과 향신료 단속 놓고 법리 공방 중
조선호텔 "소비기한 경과 아냐…조리사용 안해"
강남구 "소비기한과 동일 개념…행정처분 가능"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소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사 전경. [출처=연합뉴스]

유통기한이 지난 향신료 보관을 이유로 부과된 과징금을 둘러싸고 조선호텔앤리조트와 강남구청 간 행정소송이 항소심에서 본격적인 법리 공방에 들어갔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유통기한 표시 식재료를 소비기한 기준으로 해석해 행정처분할 수 있는지 여부다. 앞서 1심 법원은 과징금 처분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조선호텔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유통기한=소비기한' 해석 놓고 법리 충돌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강남구청은 과징금 부과 근거로 식품위생법 제44조와 제75조를 제시했다.

여기서 식품위생법 제44조는 음식점·호텔 등 식품접객업자가 위생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제공해야 할 의무와 함께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조리·판매 목적으로 보관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또 식품위생법 제75조는 이러한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강남구청은 이 두 조항을 근거로 조선호텔 측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청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유권해석 공문을 근거로 유통기한 경과 제품 역시 소비기한 경과 식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식약처 질의 결과 유통기한 표시제는 소비기한 표시제로 전환된 것으로 단순히 표현만 달라진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도 소비기한 경과 제품으로 해석해 행정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선 팰리스, 게이트 모습. [출처=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 "조리에 사용된 적 없는 향신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3년 식품접객업소 위생 점검이다.

당시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뷔페 레스토랑 '콘스탄스' 후방 창고에서 향신료 '오레가노분'과 '백후추홀'이 유통기한 약 2주가 지난 상태로 보관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강남구청은 과징금 5500만원을 부과했고,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조선호텔 측은 해당 향신료가 조리에 사용된 적이 없으며, 소비기한이 경과한 식품도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적발된 건조 향신료는 유통기한이 경과했지만 당시 법령에서 규제하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이 아니었다"며 "실제 조리에 사용된 사실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식재료 관리 체계는 내부 점검을 통해 관리되고 있으며, 식약처 위생등급 지정 제도에서도 '매우 우수' 수준의 위생 관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심 "유통기한 경과만으로 처벌 어려워"

앞서 1심 재판부는 조선호텔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023년부터 시행된 개정 식품위생법은 소비기한이 경과한 식품 보관을 금지하지만 유통기한 경과 제품 보관 자체는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통기한은 판매 허용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으로 의미가 다르다"며 "유통기한 경과 제품을 소비기한 경과 제품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행정처분 대상자에게 불리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청 전경. [출처=강남구청]

◆"소비기한 제도 전환기 혼선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소비기한 제도 도입 이후 행정 해석과 법률 적용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식품위생 분야 한 법률 전문가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 초기에는 유통기한 표시 제품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이번 판결이 향후 지자체 단속 기준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관계자 역시 "소비기한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단속 기준이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며 "이번 판결 결과가 호텔·외식업 식재료 관리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기한 시대 첫 법리 시험대

이번 사건은 유통기한 표시제가 소비기한 표시제로 전환된 이후 단속 기준을 둘러싼 첫 주요 법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특히 유통기한 경과 식재료를 소비기한 기준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식품접객업소 단속 기준과 행정처분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5월 14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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