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싣고 AI로 달린다"…HD현대, '초격차'로 해양패권 쥔다

미디어펜 2026. 3. 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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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서 SMR 논의·ABS 협약…'무탄소' 차세대 동력 선점
아비커스 자율운항 350척 돌파…CES서 엔비디아도 극찬
일주일 새 2조 원…고부가가치 선별 수주로 중국 따돌려
HD현대, 연이은 '친환경' 선박 수주...선제적 투자 결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글로벌 조선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HD현대가 친환경과 디지털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양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HD현대는 전통적인 선박 건조 중심의 제조업을 넘어 암모니아·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무탄소 하드웨어에 자율운항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며 기술력을 통해 앞장서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조선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HD현대가 친환경과 디지털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양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국제 환경 규제에 발맞춰 이산화탄소(CO2)와 황산화물(SOx) 배출이 전혀 없는 완전 무탄소 선박 시장을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세대 동력원으로 꼽히는 SMR 기반 원자력 추진선 기술 개발은 올해 들어 가장 역동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를 직접 만나 SMR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며 글로벌 동맹을 굳건히 다졌다.

이러한 최고경영진의 비전은 즉각적인 실무 성과로 이어졌다. HD현대는 지난 9일 미국선급협회(ABS)와 1만6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한 '원자력 연계 전기추진시스템' 공동개발 협약(JDP)을 체결했다. 최대 100MW급 출력을 내는 SMR을 전기추진 시스템에 접목해 장시간 고속 운항이 필요한 대형 선박의 새로운 동력 표준을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전체 선박 연료의 4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암모니아 선박 분야에서는 이미 확고한 기술적 우위를 점했다. 앞서 세계 최초로 중형 암모니아 추진선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에 대한 글로벌 선급(LR·ABS)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특히 치명적 단점으로 꼽히는 독성가스 배출을 제로 수준으로 차단하는 기술까지 확보해 안전성 검증을 마쳤다.

소프트웨어 역량도 빠르게 본궤도에 올랐다. 선박의 설계 및 생산부터 실제 대양 운항까지 전 생애주기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작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HD현대의 사내 1호 벤처 아비커스는 대형 상선용 자율항해 솔루션 '하이나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단순한 항해 보조 수준에 머무르는 경쟁사 솔루션과 달리, 주변 선박과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판단해 조타 명령까지 직접 제어하는 진정한 레벨 2 자율운항 시스템이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약 1만 km 대양 횡단 자율운항에 성공하며 100차례의 충돌 위험을 회피하고 연료 7%, 온실가스 5% 절감 효과를 입증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 1월 HMM 선대 40척에 솔루션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등 지금까지 총 350여 척의 대형 선박에 시스템을 적용했다.

선박이 만들어지는 조선소 현장은 '미래 첨단 조선소(FOS)'로 진화 중이다. 2030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FOS 프로젝트는 2023년 1단계인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으며, 현재 설비와 공정,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2단계 '연결·예측·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지멘스와 손잡고 2028년까지 차세대 CAD, PLM, DM 시스템을 아우르는 '차세대 생산·설계 플랫폼'을 완성할 계획이다. 모든 FOS 구축이 완료되면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건조 기간은 30% 단축된다.

이러한 HD현대의 디지털 혁신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글로벌 IT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대담회에서 최신 블랙웰 GPU 기반 디지털 트윈을 테스트 중인 HD현대와의 협력을 직접 언급하며 "CAD뿐 아니라 컴퓨팅과 전자 시스템까지 통합해 하나의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구현하고 있는 훌륭한 사례"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미래를 향한 선제적 투자는 수주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29% 대폭 상향한 233억 달러로 잡았으며 1분기부터 하이엔드급 친환경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지난 5일 미주 선사와 1조4872억 원 규모의 초대형 LNG 운반선 4척 건조 계약에 이어 6일에는 원유 운반선 2억(2632억 원), 10일에는 유럽 선사와 LPG 운반선 2척(3402억 원) 등 일주일 새 2조 원 규모를 연달아 수주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속에서도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물량만을 선별해 도크를 채우는 전략이 통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가 보여준 수주 랠리와 SMR 공동개발 협약 등은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친환경 하드웨어와 AI 소프트웨어 융합의 시너지가 폭발한 결과"라며 "단순 조선소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해양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시장에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