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가 바꾼 해양 경제지도…조선은 웃고, 해운은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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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해양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해상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국내 선박들이 사실상 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선박 회전율이 낮아진 점도 해운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이란 분쟁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활발한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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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급망 재편 조짐…조선업계는 선박 수주 급증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해양 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돼 해상 운송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다. 해운업계는 물류 대란으로 해상 운임이 상승했지만, 보험료와 연료비 부담 또한 덩달아 증가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선박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공급망 재편의 수혜자로 떠올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상 운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3일 기준 해상운임지수는 4만1670달러를 기록했다. 분쟁 발발 첫 주였던 6일(5만1319달러)보다는 20% 하락했지만, 지난해 연평균 해상운임지수(2만6836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탱커(유조선 및 정유제품운반선) 운항이 사실상 멈춰서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한 달 전인 2월13일 대비 52.8% 치솟았다.
해운업계는 앞선 2024년 수에즈 운하 봉쇄로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은 만큼 이번 분쟁 또한 수익성 강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컨테이너선 등이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해 물류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확대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운임 상승 폭보다 보험료·연료비 증가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수익성을 오히려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국내 선박들이 사실상 대기 상태에 들어가면서 선박 회전율이 낮아진 점도 해운업계에는 부담 요인이다. MSC, 머스크 등 글로벌 10대 선사는 현재 운송 리스크 확대에 따라 약 2000~3000달러 수준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대신 대체 항만을 선택한 HMM도 중동 지역 운송 화물에 대해 컨테이너당 약 1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단기간에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단순한 물류 대란 수혜만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선사들의 비용 부담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분쟁 장기화를 예상하면서 수익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HMM은 지난 11일부터 중동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으로 향하는 화물의 신규 예약을 일시 중단하고, 운항 중인 선박은 우회 항로를 통해 운송하기로 했다. 높은 운임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선박과 선원, 화물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데다 우회 항로에 따른 연료비 부담도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운임은 상승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물동량 위축과 연료비 전가 한계 등으로 해운사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운임이 상승했음에도 중장기적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해운사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공급망 재편에 조선업 수주 '잭팟'
반면 조선업계에서는 대체 운송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선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동에 치우쳤던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노후화된 선박을 대체하기 위한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탱커, LNG 운반선 등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3월13일 기준 올해 신조선 누적 수주량은 450척으로 전년 동기(184척)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고 선박 역시 전년 대비(342척) 53% 증가한 524척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란 분쟁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활발한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HD현대삼호는 지난해 12월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 4척을 최근 유조선 4척으로 변경 계약했다고 4일 공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다음날인 5일 미국 선주로부터 초대형 LNG 운반선 4척을 수주했으며,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20일 LNG 운반선 1척, 이달 10일 원유 운반선 3척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예고 없이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상황에서 선주나 선사들이 즉각적으로 운송장비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며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운송 자산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에 대비해 운송장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투자도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해운사 중 이번 분쟁으로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둔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중견 해운사인 장금상선(시노코)은 전쟁 시작 전 매입·임대했던 VLCC의 용선료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오르면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장금상선이 선박 대여료로 하루 약 50만 달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장금상선이 보유한 선박 가운데 최소 6척의 유조선을 전쟁 한 달 전 이란 페르시아만 인근으로 이동시켜 대기시켰던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전쟁이라는 위기가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지만 한국의 한 해운사에는 유례없는 기회가 됐다"며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해운시장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장금상선과 같은 선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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