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선사박물관, 20만년 전 ‘세계 최대 주먹찌르개’ 첫 공개

연천=이지윤 기자 2026. 3. 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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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만~25만 년 전 한반도에는 '직립한 사람'을 뜻하는 호모에렉투스가 있었다.

경기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이 상설전시실 개편을 마치고 12일 재개관하면서 '역대 최대 크기' 양면석기(兩面石器)를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개편된 전시실에는 초대형 석기와 같은 지층에서 출토된 가로날도끼, 주먹도끼 등 여러 석기가 함께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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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의 상설전시실 내 단독 진열장에 전시된 ‘초대형 주먹찌르개’.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 보고된 양면석기 가운데 가장 크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된다. 연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지금으로부터 20만~25만 년 전 한반도에는 ‘직립한 사람’을 뜻하는 호모에렉투스가 있었다. 이들은 오늘날의 한탄강 일대에 살면서 본격적인 석기 문화를 꽃피웠다. 단단한 돌을 정교하게 깨고 다듬는 당대 ‘최신 기술’로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 미국 고고학회에 따르면 석기 제작은 먹고살기 위해 “치명적 상처와 감염을 무릅쓴” 행위였다.

그런데 하루는 어떤 이유에선지 길이 42cm, 무게 10kg에 달하는 초대형 석기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석기가 성인 손바닥 안팎 크기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한탄강 일대에서 구하기 쉬운 화강편마암으로 만들어졌는데, 윗부분이 좌우대칭을 이루도록 떼어낸 뒤 끝 날을 정제한 모양은 ‘주먹찌르개’에 가깝다.

2021년 출토된 초대형 주먹찌르개(왼쪽)와 일반적인 양면석기의 크기 비교. 동아일보DB
경기 연천군 전곡선사박물관이 상설전시실 개편을 마치고 12일 재개관하면서 ‘역대 최대 크기’ 양면석기(兩面石器)를 처음 일반에 공개했다. 2021년 아파트 건설 공사를 앞둔 전곡리 85-12번지 부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곡리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층위인 20만여 년 전 지층에서 발굴됐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 보고된 양면석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것으로 확인된다. 양면석기에는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 주먹칼 등이 포함된다.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인 탄자니아 올두바이 고지(길이 31cm)나 프랑스 아라고 유적(길이 33cm)에서 나온 석기와 비교해도 길이가 길고, 무게는 2~3배에 달한다.

개편을 마치고 재개관한 상설전시실 모습. 연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박물관 측은 이 주먹찌르개를 ‘고인류의 도구 제작 목적을 새롭게 해석할 단서’로 보고 있다. 통상 주먹찌르개는 가죽을 찢거나 나뭇가지를 자르는 등 생존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 이한용 박물관장은 “초대형 석기는 실용적 기능이 떨어진다”며 “‘내가 이 정도의 석기를 만들 수 있다’는 힘과 능력을 과시하거나 의례, 장식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목적 등에 관한 연구 결과는 올 5월 개막하는 ‘땅속의 땅, 전곡’ 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개편된 전시실에는 초대형 석기와 같은 지층에서 출토된 가로날도끼, 주먹도끼 등 여러 석기가 함께 공개됐다. 전곡리 유적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 군인 그렉 보웬(1950~2009)이 해외 학계에 보냈던 보고서와 학자들의 서신 원본도 전시됐다. 김소영 학예연구사는 “보웬이 강변의 토층(土層·지각 맨 윗부분 흙으로 된 층)에서 석기를 발견한 것과 달리, 이번 전시된 석기들은 과거 지층에서 출토돼 연대가 비교적 분명하다”며 “전곡리 유적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층을 규명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천=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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