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주택 잡기의 ‘역설’… 빌라 전월세난에 서민주거 ‘흔들’

안다솜 2026. 3. 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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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 등 전세수급지수 ‘103.6’
가격 상승·공급부족 물량 적어
아파트 임대시장과 동조화 흐름


올해 여름 결혼을 앞둔 최모(32) 씨.

그는 서울에 있는 아내 회사와 자신의 직장 근처에 신혼집을 구하려 했지만 원하는 위치와 가격에 맞는 아파트 전세 물건이 없었다. 빌라 전세도 알아봤지만 조건에 맞는 물건을 찾지 못했다. 가격대를 맞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아파트 못지않게 물건이 없어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 주택 등 서울 비아파트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과 전세난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등으로 비아파트에 대한 전세 수요 감소세보다 최근 2년간 비아파트 공급 감소가 더 컸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다세대의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1월 기준 103.6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논란이 컸던 2023년 77.4까지 하락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다시 100을 초과하기 시작하더니 올해 1월(103.6) 2021년 10월(10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으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연립·다세대의 중위전세가격도 지난해 5월(1억9100만원)부터 꾸준히 상승하며 올해 1월 기준 1억9600만원까지 상승했다.

실거래 사례에선 1년새 1억원 가까이 오른 경우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동 제일그린빌라의 전용 70.60㎡은 지난해 4월 2억7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들어 동일평형 물건이 각각 3억5000만원, 4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1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최소 8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강북구 미아동 진한하이츠의 전용 47.27㎡의 경우도 지난해 5월 1억5000만원(1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는데 올해 2월엔 동일평형 같은 층 물건이 2억원에 신규 세입자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로 인해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줄었어도, 그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도 불가피해 보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수요가 줄었지만 그만큼 공급도 빠르게 감소했다”며 “비아파트 전세의 경우, 전세보증보험의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보증금을 집주인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만큼 월세로 전가시켜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도 있고, 가격이 높은 아파트와 달리 임차료가 낮아 5만~10만원만 올라도 상승률 체감도는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전반적인 공급 감소에 따라 연립·다세대의 월세수급지수 또한 올해 1월 기준 104.3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100을 밑돌았는데, 3월(100.6)부터 100을 초과하더니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사태 이후 아파트 임대시장과 비동조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공급 부족 영향이 더 크다보니 아파트 만큼은 아니지만 비아파트도 상승세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아파트 공급은 아파트보다 단기간에 빠르게 가능하고 서민 주거 안정 역할을 하는 만큼 민간 투자 수요가 들어올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행업체 관계자는 “비아파트는 정책적으로 빠르게 공급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이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며 “민간 임대사업 자체를 통제하는 분위기고, 보증보험 강화로 투자자들의 초기 투자금도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의 유입이 줄고, 그에 따라 임대차 매물도 감소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빌라는 매매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임대 투자자들이 통상 1~2개 정도 갖고 있는 편인데 서울 빌라는 매수해도 취득세 중과 등 비용 리스크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비아파트에 한정해선 투자 수요 유입을 늘려야 아파트처럼 공급 부족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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