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사장이 수십 억 사재 털어 만든 곳...일본의 전통과 게임이 만나다
닌텐도 어벤저스<5·끝>
세계 3대 게임기 업체 중 하나인 일본의 닌텐도는 독특한 명소를 갖고 있다. 바로 게임 박물관이다. 지금은 명칭과 쓰임새가 바뀌었지만 닌텐도는 일본 교토에 독특한 문화 명소인 시구레덴에 이어 닌텐도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게임 박물관을 운영하는 게임업체는 흔치 않다. 국내에서는 넥슨이 제주도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지만, 고인이 된 창업자 김정주 전 회장의 개인적 취미로 모은 기기들을 전시하는 곳이어서 닌텐도 뮤지엄과 성격이 다르다.
닌텐도의 시구레덴과 뮤지엄이 독특한 이유는 일본과 닌텐도의 전통과 문화, 역사 등을 게임을 즐기면서 알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장소들 역시 닌텐도를 키운 어벤저스들이 주도해서 만든 유산으로, 기업이 제품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전통 문화와 게임이 만난 시구레덴
2006년 일본 교토의 닌텐도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이와타 사토루 사장이 기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강력하게 추천한 곳이 시구레덴(時雨殿)이다. 시구레덴은 고인이 된 제4대 사장 이와타 사토루 재임 시절인 2006년 1월 닌텐도가 설립해 교토시에 기부한 이색 게임 박물관이다.
교토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북서쪽으로 달리면 사가노라는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 시구레덴이라는 산장이 있었다. 시구레(時雨)는 일본에서 늦가을에 내리는 가랑비를 뜻한다. 옛날 교토에 살던 일본인들은 야트막한 오구라산에 내리는 처연한 가랑비를 보며 시를 읊었다고 한다. 이를 위한 장소에 가랑비의 집이라는 문학적 이름을 붙였다. 또한 시구레덴은 일본 전국시대 때 포르투갈 난파선에서 나온 카드(트럼프) 뒷면에 시를 적어 즐기는 놀이 '백인일수'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닌텐도의 제3대 사장 야마우치 히로시와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이 같은 문화적 전통을 살리고 화투·카드 제조사로 출발한 닌텐도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시구레덴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야마우치 사장은 당시 화폐 가치로 수십 억원의 사재를 내놓았다.
과거의 전통이 첨단 문명으로 거듭난 시구레덴은 일본의 전통문화와 게임이 만난 곳이다. 당시 800엔이었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일본 여성들의 전통 복장인 기모노를 입은 안내원들이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라이트'를 나눠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4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70장이 바둑판처럼 바닥에 깔려 있다. LCD에 교토시를 내려다 본 위성사진이 뜨고, 손에 든 게임기 화면에 교토의 명소들이 표시된다. 게임기 화면에서 그 중 한 곳을 선택하면 바닥에 깔린 LCD에 새가 나타나 해당 지명으로 안내한다. 새를 따라가 해당 장소의 LCD를 밟으면 커다랗게 확대되며 설명과 영상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교토의 명소를 움직이며 구경할 수 있다. 게임기를 색다르게 활용한 방식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를 이용해 놀이도 즐길 수 있다. 게임기 화면에 그림카드가 나타나면 같은 그림을 바닥에 깔린 LCD에서 찾아 밟는 게임이다. 그렇게 한참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게임을 하면 전시실 대형 화면에 참가자들의 점수와 등수가 표시된다.
벽면에는 일본의 시와 그림을 그려 놓은 병풍이 펼쳐져 있다. 그 앞에 서면 손에 든 게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와 시를 읽어주고 해설을 한다. 2층에는 백인일수 게임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전시실과 여기에 쓰인 카드들이 놓여있다.

특이한 것은 전자우물이다. 우물 한 가운데 두레박 대신 터치 화면이 설치 돼 있다. 이를 이용해 수수께끼를 푸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시구레덴에 쓰인 기술들은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닌텐도 답게 간단한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를 전통 문화와 엮어낸 아이디어다. 관람객들은 이런 전시물들을 보고 게임을 즐기며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시구레덴이 바뀌었다. 교토시는 이 곳을 2019년 사야카와 박물관으로 개칭한 뒤 닌텐도 시설을 철거하고 백인일수 게임과 시 등을 전시하는 장소로 바꿔 놓았다.

마리오가 숨어 있는 닌텐도 뮤지엄
닌텐도가 2024년 10월 교토 인근 우지시에 문을 연 닌텐도 뮤지엄은 닌텐도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닌텐도가 개발한 각종 게임기부터 온갖 장난감, 게임 등이 전시돼 있고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 곳을 기획한 주인공은 닌텐도의 상징 '마리오'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 대표이사 겸 펠로우다. 그는 이 곳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기획부터 설계, 전시물의 배치와 각종 작동방식까지 모든 것을 주도했다. 그는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역사를 알리고 이용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뮤지엄을 기획했다. 그래서 장소도 과거 닌텐도 공장 부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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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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