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삼석 칼럼] SXSW 2026과 BTS 컴백 이후 K-콘텐츠 과제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 2026. 3. 1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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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는 흔히 볼 수 있는 문화 축제나 기술 전시회가 아니다. 기술, 창작, 문화 산업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세계적인 융합 플랫폼이다.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가 기술 혁신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세계 최대 콘텐츠 축제인 SXSW는 그 기술이 인간의 삶과 문화, 콘텐츠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장이다.

2026년 SXSW에서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단연 인공지능(AI)과 콘텐츠 산업의 결합이다. 영화, 음악, 게임, XR, 창작 플랫폼 등 거의 모든 세션에서 AI가 핵심 기술로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콘텐츠 산업이 엔터테크(Entertainment+Technology)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SXSW 2026 키노트와 컨퍼런스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는 산업 현장을 넘어 문화 현장에서 창작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생성형 AI의 발전은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월 CES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과거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해 시나리오 작성, 영상 제작 및 편집, 캐릭터 생성, 음악 작곡까지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번 SXSW에서도 AI 기반 영화 제작이나 음악 창작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다수 소개됐다.

이러한 변화는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콘텐츠 제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개인 창작자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고, 이는 곧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SXSW에서 관심이 집중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크리에이터 경제였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핵심은 플랫폼과 팬덤이다. 과거 콘텐츠 산업이 방송사나 대형 영화 스튜디오 중심의 제작-유통 구조였다면, 최근 콘텐츠 산업은 ‘플랫폼-창작자-팬덤 커뮤니티’로 구성되는 새로운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소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개인 창작자들이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그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SXSW 2026이 보여준 또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팬덤 경제의 부상이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콘텐츠 산업 자체에서 커뮤니티와 팬덤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는 콘텐츠 소비를 넘어 팬덤 기반 플랫폼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음악 산업에서는 팬 커뮤니티 기반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고, 드라마나 게임 산업에서도 커뮤니티 참여형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즉 콘텐츠 산업의 가치 창출 구조가 콘텐츠 → 플랫폼 → 팬덤 → 커뮤니티 경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SXSW에서 눈에 띈 중요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는 확장현실(XR)과 AI가 결합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이다. XR 기반 인터랙티브 영화나 몰입형 콘텐츠가 크게 늘었고, AI를 활용해 관객의 반응에 따라 스토리가 변화되는 실험적 콘텐츠도 소개됐다. 이는 콘텐츠 산업이 보는 콘텐츠에서 ‘경험하는 콘텐츠’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콘텐츠 산업은 영화, 게임, 공연, 가상현실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SXSW 2026이 보여준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AI 기반 창작과 플랫폼 경제, 그리고 팬덤 커뮤니티와 몰입형 콘텐츠라는 네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 겸 국가AI전략위원회 분과위원

이러한 변화는 K-콘텐츠(한류)의 미래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지난 30년 동안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SXSW에서 확인된 변화는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단순한 콘텐츠 제작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콘텐츠 제작, 플랫폼, 팬덤 커뮤니티 그리고 기술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의 구축 여부에 달려있다.

한국은 강점과 동시에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K-팝과 드라마 등 콘텐츠 경쟁력과 글로벌 팬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는 여전히 미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콘텐츠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엔터테크 기반 문화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이 한류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 및 활성화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생산 방식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팬덤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은 팬덤 커뮤니티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글로벌 K-콘텐츠 파워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K-플랫폼 파워’의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도시 기반 창작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SXSW가 오스틴을 세계적인 창작 도시로 만든 것처럼 서울이나 인천, 경기도 성남 같은 도시를 ‘글로벌 엔터테크’의 중심 도시(허브)로 발전시킬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SXSW 2026이 K-콘텐츠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미래 콘텐츠 산업의 경쟁은 더 이상 콘텐츠만의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AI 기술과 창작자 생태계, 플랫폼과 팬덤 커뮤니티가 결합된 엔터테크 경쟁이다. 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콘텐츠 수출 모델을 넘어 K-콘텐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며,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콘텐츠 분야에서도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 즉 ‘엔터테크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고삼석 동국대 첨단융합대학 석좌교수/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koss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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