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親이란 무장세력 꿈틀대는데…예멘 후티반군, 존재감 흐릿해진 이유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 “이란 침략에 맞설 것” 말만
지난해 미군 공습 이후 아직 재기 못했나
장기전 염두해 이란과 합의한 ‘의도적 침묵’ 분석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3주 차로 접어든 가운데, 이란의 핵심 대리 세력으로 꼽혀온 예멘 후티 반군이 직접 참전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후티가 지난해 미군 공습으로 입은 피해를 회복하면서도, 장기 소모전을 염두에 둔 ‘대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 ‘저항의 축’은 연일 이란 주변 걸프국을 공습하며 ‘제2전선’을 확대,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연합 조직 이라크이슬람저항(IRI)은 수도 바그다드 미 대사관 옥상 헬기장에 미사일을 발포했다. 그보다 앞서 이스라엘 북부 일대에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해 온 레바논 헤즈볼라는 12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합동 작전을 감행, 이스라엘 전역의 목표물 50여 곳을 타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저항의 축 세력 중 가장 파괴적인 위력을 자랑해 온 예멘 후티 반군이 이례적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13일 후티 반군의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쿠드스의 날(팔레스타인 지지 연례 행사) 기념 연설에서 “이슬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은 이란 지역 전체와 주민들을 향한 잔혹한 침략에 맞서는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으나, 아직까지 후티는 별다른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앞서 중동 갈등에서 후티 반군은 산발적인 공격을 감행,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당시, 홍해를 지나는 국제 상선과 미국 군함 등에 500회 이상의 집중 공격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지난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후티를 ‘해외 테러 조직’으로 재지정, 예멘 전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양측은 휴전 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후티가 당장 전쟁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파레아 알 무슬라미는 후티가 지난해 미군의 공습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후 아직 회복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3월 이뤄진 미군 공격으로 후티의 통신망과 중간급 지휘 체계가 상당 부분 파괴됐으며, 아직 본격적인 군사 활동에 나서기 시기상조라는 셈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수도 사나 북부 알자라프 지역과 동부 슈브 지역에서 여러 차례 공습이 있었으며 민간인 9명 이상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후티의 침묵이 의도된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제분쟁 연구기관 크라이시스그룹(ICG)의 예멘 전문가인 아흐메드 나기는 “후티와 이란이 장기 소모전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나기는 “후티와 이란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시간”이라며 “전쟁을 장기화해 미국과 이스라엘, 걸프 국가들이 버티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티가 지금 공격을 자제하는 것은 계산된 선택이며, 이란과 완전히 조율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후티 지도자인 압둘 말리크 알 후티는 “우리의 손은 방아쇠 위에 있다”며 전투 준비를 마쳤음을 시사한 바 있다. 홍해 연안과 예멘 서부 항구 도시인 후데이다 주변에는 병력을 증강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후티 무장대원들은 연일 소셜미디어(SNS)에 미사일 발사 장면과 성조기를 불태우는 영상 등을 게시해 긴장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리스크 분석업체 바샤 리포트의 모하메드 알바샤 창업자는 “많은 이가 후티가 아직 로켓이나 드론을 발사하지 않은 것에 놀라고 있지만 이는 해체나 후퇴가 아니다”라며 “후티는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즉각적인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티는 여러 차례 걸프국들을 공격하며 전투력을 입증한 만큼, 참전 시 전쟁 장기화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후티는 하마스 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무차별 발포, 일부 공격은 수도 텔아비브까지 도달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예멘 내전의 연장선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공격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으며,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 연합군을 이끌고 예멘 내전에 개입하자 사우디에도 미사일을 발사해 석유 시설과 인프라를 위협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후티가 아직 사용하지 않은 군사적 카드도 남아 있다고 본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호위를 강화할 경우 후티가 아덴만과 홍해를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좁은 수로로, 세계 해상 석유 운송량의 10%가 지나는 지점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스 크럼리치 전 미 중부특수작전사령부(SOCCENT) 참모장은 “후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능력을 아직 갖고 있다”며 “이란은 필요 시 대리 세력을 통해 이 전략적 레버리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사우디와 예멘 평화협정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후티가 전면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도 나온다. 예멘 정책 전문가인 압둘가니 알이랴니 선임 연구원은 “지금은 후티가 사우디와 2023년 체결 직전까지 갔던 예멘 평화협정을 성사시킬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후티가 상징적인 군사행동을 할지라도 전면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저항의 축을 이루는 또 다른 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란을 향해 주변국 공격 자제를 촉구하며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하마스는 14일 성명을 통해 “침략자에 대응할 이란의 권리를 인정한다”면서도 “이란 형제들이 주변 국가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피해 달라”고 호소하며 국제사회의 전쟁 종식 노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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