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 썼으니 끝?" 퇴직금 포기 강요에 법원 제동

조규덕 2026. 3. 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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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정산 합의서에 '향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었더라도, 근로자가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작성한 포괄적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퇴직 후 작성된 부제소합의(특정 분쟁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당사자들이 맺는 합의) 조항의 효력을 제한해 간이대지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 전액에 대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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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작성한 '부제소합의' 효력 엄격히 제한
법률구조공단 도움으로 미지급 퇴직금 전액 승소
"포괄적 권리 포기는 무효" 취약 근로자 보호 강화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경.

퇴직금 정산 합의서에 '향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넣었더라도, 근로자가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작성한 포괄적 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퇴직 후 작성된 부제소합의(특정 분쟁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당사자들이 맺는 합의) 조항의 효력을 제한해 간이대지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 전액에 대해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11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A씨는 B법인에서 약 3년 동안 근무한 뒤 퇴직했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 A씨는 B법인이 작성한 퇴직금 정산 합의서에 서명했다. 해당 합의서에는 '향후 고용·근로관계에 관한 어떠한 민사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조항의 의미와 법적 효과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였다.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간이대지급금 700만원을 받았으나 이는 전체 퇴직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이에 A씨는 나머지 퇴직금을 청구하기 위해 공단에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소송 과정에서 B법인은 이번 소송이 부제소합의를 위반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소송 제기가 적법하더라도 합의서 조항에 따라 A씨가 퇴직금 청구권을 포기했으므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공단은 ▷해당 합의 조항이 A씨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명확한 합의로 보기 어렵고 ▷합의서 작성 당시 간이대지급금만으로 퇴직금 전액이 충당되지 못할 것임을 A씨가 예상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해당 조항은 A씨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포괄적·추상적 합의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대전지방법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간이대지급금을 제외한 나머지 500여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법인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봐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심희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근로자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된 포괄적 부제소합의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함을 재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가 형식적 합의서를 통해 사실상 잔여 임금 및 퇴직금 청구권을 제한하려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