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키맨’ 신동국…영향력 커졌다
신 회장, 지자수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0%로 늘려
한미약품 이사진 개편안 정기주총 상정

한미그룹 경영권 갈등이 최근 해소되며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사진> 한양정밀 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신 회장은 작년 2월 마무리된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키웠고, 지난달 한미약품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약 30%까지 늘렸다.
또 경영진 성추행 논란에 최근 불거진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간 갈등도 박 대표의 사임으로 일단락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외부 인사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 개편 안건을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를 포함한 한미약품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이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됐다. 황 대표는 한미약품의 새 전문경영인 대표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이 외부 인사를 대표로 영입하는 것은 53년 만이다.
앞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던 박 대표는 1993년 입사해 30년 넘게 한미약품에서 근무했지만 이번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 한미그룹은 2024년 OCI홀딩스와의 통합 추진 과정에서 창업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당시 송 부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OCI와의 지분 교환을 통한 전략적 통합을 추진했지만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형제 측에 힘을 실어주며 표 대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같은 해 하반기 신 회장은 모녀 측,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 등과 이른바 ‘4자 연합’을 형성했고, 형제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이후 4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확보하며 그룹 내 권력 구조가 재편됐고 가족 간 갈등도 일단락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다 올해 들어 또 다른 갈등이 불거졌다. 한미약품 내부 성비위 사건 징계 문제를 놓고 박 대표와 신 회장이 충돌한 것이다. 박 대표가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이를 제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박 대표가 신 회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양측 충돌은 공개적인 갈등으로 번졌다. 일부 임직원들은 본사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최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비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임원 징계 절차와 관련해 어떠한 간섭이나 압력도 행사한 바 없으며 관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박 대표가 연임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분만 발췌돼 마치 조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것처럼 기사화됐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 역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달 4일 직원 100여 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연임 여부에 개의치 않겠다”며 “회사를 비리 조직처럼 매도하는 대주주에게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입장문을 통해 “대표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송 회장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60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4자 연합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의결권 공동 행사 등을 약정하는 주주 간 계약 체결을 어겼다는 이유다. 신 회장이 지난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계약 위반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 송 회장 측은 사실상 지분 처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신 회장 자택과 일부 지분을 가압류했다. 관련 사건의 첫 변론기일은 이달 12일 예정됐지만 5월로 연기됐다.
한편 박 대표가 물러나고 황 대표가 새로 합류하면서 향후 그룹 방향에 대한 여러 해석도 나온다. 사모펀드 출신 경영인인 만큼 장기적으로 전략적 투자자 유치나 지분 거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 신 회장은 “4자 연합 내부 갈등이나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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