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노동자 사망에 전 국과수 원장 “부검감정서 재검토해야” [창 플러스]
회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쓰러져 숨진 19살 청년이 있었다. 이름은 박정현. 종이 만드는 회사, 전주페이퍼에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사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며 '회사 책임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KBS 시사기획 창 취재팀 확인 결과, 정부 조사는 허점투성이었다. 사망 날짜도 틀린 3쪽 짜리 국과수 부검 감정서 역시 많은 의문이 남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법의학자 서중석 전 원장은 "박정현 씨 부검 감정서는 재검토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시사기획 창 '아들의 첫 출근' 중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박정현 씨 사망 당일,
회사 내부 영상입니다.
<녹취> 유가족/
우리 정현이가 이런데서
내 말이 이 더운데서...
박정현 씨는 종이를 만드는 회사,
전주페이퍼에서 일을 하다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녹취> 유가족/
이런 데서 일을.. 저거 정현이 신발이에요? 말이 되냐고
5일간 멈췄던 기계를 다시 가동하기 전,
원료가 잘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작업 중이었습니다.
<녹취>전주페이퍼 관계자/
현재 이 상태로 저희들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상태예요. (머리가 어느 쪽?) 머리가 이쪽이고, 다리가 이쪽이에요.
<녹취>
내 아들 살려내라! 살려내라!
유가족은 유독가스, 황화수소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공장에선
종이를 만들고 남은 물, 백수로
배관을 청소하는데,
기계를 5일 멈추는 동안
배관에 낀 종이 찌꺼기가 썩어
다시 가동하기 전 원료를 넣을 때
황화수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증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전주페이퍼 전 직원(음성변조)
물이 용수가 비싸니까 재활용을 해요, 물을 백수를 재활용을 하는데 원료가 한 5%, 6% 정도는 섞여 있어요. 청소를 하다 보면 배관에 그 잔재물이 남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게 여름이니까 엄청 썩죠. 화학물이 포함돼 있고 하니까. 예전에 협력사 직원들이 3명이 질식해서 떨어져가지고 저희들이 급히 가서 구한 적이 있어요. 세 명을. 그때 나온 가스들이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녹취> 강성규/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급성독성이라서 굉장히 치명적인 그런 가스입니다. (고농도의) 황화수소에 노출되는 순간에 수 분 또는 바로 이제 사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거는 노출이 안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측정을 바로 하는 것도 되게 중요하겠네요?) 좀 지난 다음에 측정하고 환기가 되면은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제 바로 가서 측정을 하면은 이제 높게 나올 수가 있겠죠. 그런데 환기, 그 환기되면 금방 떨어지니까.
<녹취> 박영민/ 노무사(유가족 대리)
황화수소는 유출될 수 있다. / 보통 신규 사원에게 그런 점검 작업을 한다고 하면 2인 1조로 가서 함께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혼자 보냈었고 사고 발생한 지 약 50분이 돼서야 발견이 됐습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순찰 업무라 2인 1조 작업이
필수는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유독가스가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아예 공개적으로 재측정에 나섰습니다.
<녹취> 전주페이퍼 직원/
오해가 계속되고 증폭되는 과정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또 저희가 하면 또 안 믿을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정부에서 인증받은 공인 기관을 대동해서 오늘 재측정을 하게 된 겁니다.
유독가스가 없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녹취> 전주페이퍼 직원/
저희는 황화수소가 없을 것으로 확신을 했었는데 오늘 측정에 미량이나마 검출됐습니다. 사실은 미량이지만 약 4ppm 정도로 나왔어요. 저희도 사실 상당히 당혹스럽고.
그러나 이날 검출된 황화수소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삐삐삐
해당 장비가 측정할 수 있는 최대치,
99.9 ppm도 검출됐습니다.
그런데도 당일에
이 수치는 알리지 않은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 조사는 제대로 이뤄졌을까.
취재진이 입수한
경찰 조사 보고서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박정현 씨가 숨진 당일엔
황화수소를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년간 제지공장에서
황화수소 중독사고가 발생했고,
휘발성이 강한 만큼, 보통 사고 당일에
바로 유해가스를 측정하는데
이날은 아예 조사가 안 된 겁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음성변조)/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 사고 추정으로 저희 쪽에 이제 보고가 들어와서 (그러면 6월 16일에는 유해가스 측정은 안 한 거네요?) 네.
유해가스 측정은
사망 다음 날부터 이뤄졌는데
발견된 장소, 기계 곳곳을
단순히 재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망 당일 근무 환경과
최대한 유사한 조건을 맞췄다는
6월 23일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배관을 청소할 때 쓴 물이 달랐습니다.
박정현 씨 사망 땐
종이를 만들고 남은 물, 백수로 청소했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전엔
종이 찌꺼기가 없는 물, 3급수를
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 (음성변조)/
21일날 3급수로 물청소를 한 다음에 (3급수요?) 네. 그다음에 이제 22일하고 23일 날 측정이 있었던 거거든요. (그러면 21일에 청소한 물은 그 백수가 아니었네요.) 21일은 3급수로 확인이 되고요. (그거랑 백수랑은 다른 거네요?) 네
물 청소 시점도 달랐습니다.
박정현 씨 사망 땐 5일 전에 청소를 해
종이 찌꺼기 부패 가능성이 컸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땐 유해가스 측정 직전에
물 청소를 했습니다.
<녹취> 전주페이퍼 전 직원(음성변조)
그때는 물 청소로 다 해버려 갖고 아무것도 없어. 거기에. 아무것도 없는 그 체스트에 가서 재니까 안 나오죠. 물로 그게 공업용수인데 그걸로 싹 밀어버렸다는 거야. 두 번을, 두 번에 걸쳐서. 그래 놓고 측정을 한 거예요. (노동청이 조사 오기 전에요?) 네 그렇죠. 그렇지. 그러니까 노동부도 잘못된 측정이고
<녹취> 고용노동부 관계자(음성변조)
(왜 백수가 아닌 그냥 3급수로 청소한 거를 알고도 그냥 측정을 했는지 그게 궁금하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까지는 수사 기록상 확인되기는 어려워서.
고인이 숨진 장소에서
절대 나올 리 없다던 유독가스가
공개적으로 검출된 사건.
그러나 경찰은
‘단순 사망’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정부 조사에선
황화수소가 나오지 않은 점,
그리고 국과수 부검 결과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고인의 사망 날짜가
잘못 표기돼 있는 부검 감정서.
고인의 혈액에서
황화수소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심장 비대, 고도의 동맥 경화로 인한
심근경색증으로
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혹시 박정현 씨에게 지병이 있었을까.
축농증 뿐이라는 가족의 진술이 있고,
경찰이 요양급여내역도 살펴봤지만
병력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법의학자를 찾아가
부검 결과에 대해 물었습니다.
<인터뷰>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법의학자
이 부검감정서는 조금 더 면밀한 검토와 자료를 분석한 후에 재판단하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유는 왜 그럴까요?) 일단 주어진 소견만으로 심근경색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좀 성급한 판단이었던 것 같고 더더군다나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황화수소가 현장에서 어느 정도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 그 두 가지는 반드시 이 부검감정서에서 한 번은 검토가 되어져야 되는 부분인데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한 점, 두 번째는 젊은 남자아이가 갖고 있는 해부학적 특징 또 여러 가지 병리적인 소견 이런 걸 종합해 볼 때 너무 급진적으로 심근경색증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황화수소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부검 과정에서
접근법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녹취>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법의학자
황화수소에 노출돼서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서 중점을 두고 부검을 하게 되면 일단 부검을 하는 도중에 검사해야 될 검체가 달라집니다. 혈액도 물론 굉장히 중요하고 또 폐 조직, 나아가서는 이 대사물인 티오설페이트라는 것을 쉽게 검출할 수 있는 소변. 이런 여러 가지의 검체를 잘 채집을 해서 그것을 신속하게 잘 밀폐.. 밀봉 시킨 다음에 그거를 전문가에게 빨리 의뢰하고 또 그거를 잘 검사할 수 있는 분들에게 검사를 의뢰해야 됩니다.
그런데 이 기록에 보면 그러한 것들이 좀 생략되어 있고 만약에 이런 것들이 검사를 해도 나오지 않더라도 논문에 보면 상당수에서 황화수소에 노출된 사람이 부검을 해도 검출이 안 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법의학 전문가는 반드시 현장 상황을 재조사해서 이게 죽음에 관련되었을지 안 되었을지를 판단해야 됩니다.
이대로라면 박정현 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녹취> 김현주/ 고 박정현 유가족 지인
내 자식이 일하다 쓰러져서 사망했는데 이게 개인의 지병이라고...기가 막힐 노릇이죠.
회사는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고,
서면으로만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박영민/ 노무사(유가족 대리)
회사는 끝났겠죠. 그런데 유가족은 끝나지 않았어요. 그 어머님의 시간은 계속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방송 일자: 2026년 3월 10일(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취재기자: 김지선
촬영기자: 임현식 김상민
영상편집: 이종환
자료조사: 백은세
조연출 : 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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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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