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거센 파병 반대…"이 대통령 단호히 거부해야"
전국시국회의 "전쟁 공범 돼…일고의 가치 없어"
참여연대 "헌법·국제법,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배"
시민평화포럼 "청해부대 이동, 임무 범위 이탈"
민주노총 "미국 침략전쟁 뒷받침하는 군사동원"
![11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2026. 03. 11 태국 왕립 해군 제공. [EPA=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552865-A1PVkLX/20260316115849543rlag.jpg)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공개 압박하자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거센 반발 움직임이 재연될 수도 있는 기류다. 청와대는 일단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진보 진영의 원로들이 주축인 전국시국회의는 15일 논평을 내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상 안전 협력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을 뿐, 실상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노골적인 압박"이라며 "대한민국을 불의한 침략전쟁의 공범으로 세우려는 요구로 검토할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을 짓밟은 명백한 침략전쟁이다. 그 대가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로 치러지고 있다. 이란에서는 대부분이 초등학생인 175명이 목숨을 잃는 등 어린 생명까지 희생되는 참혹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군함을 보내라는 요구는 사실상 학살의 현장에 동참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파병은 평화 유지가 아니라 전쟁 공범이 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불법행위이자 국제법상 침략범죄"라면서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일 뿐이다. 대(對) 이란 군사작전에 동맹국을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견 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한국 군함 파견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에 군대를 파견하고 침략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우리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이란에 대한 공격행위가 '임박한 위협'에 대한 '예방 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란이 두 국가에게 어떤 임박한 위협을 가했다는 것인지 증거를 제시한 바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5조 1항에서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2항에서 국군은 '국가의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를 의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무력 행사의 요건을 엄격히 제한한 유엔 헌장에도 반하는 일이다.
둘째, 현 상태에서 한국이 군함 파견을 결정한다면 미국의 불법적 선제공격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게 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한다고 적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동맹국이 공격을 받거나 공격의 위협에 직면했을 경우 지원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지, 공격과 점령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상의 의무와도 무관한 미국의 일방적 침략 행위에 국토방위의 의무를 지닌 우리 군을 보내는 것을 누구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행동 참여는 이란의 한국 군함 및 대사관 등에 대한 공격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 선박 보호와 에너지 자원 안보를 명분 삼아 군함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즉시 미국 주도 군사행동에 대한 편입으로 해석돼 이란의 공격 타깃이 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영국 주재 이란 대사가 영국 본토 공군 기지에 미군 폭격기가 배치되는 것을 허용한 영국 정부를 향해 "영국도 우리의 합법적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째, 우리 군함의 파견은 한반도 안보에도 부담을 더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는 것은 국토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안보 자산을 분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패트리엇에 이어 북핵용이라고 주장하던 사드를 반출하는 등 주한미군 자산의 중동 전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군사 자산을 중동 분쟁 관리에 투입하는 것은 한반도 방위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군사력은 중동 전장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 유지에 우선 배치돼야 한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호르무즈 추가 파병과 사실상의 임무 확장에 반대하는 국가적 원칙을 분명히 천명하는 일"이라며 "만일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선박 안전을 확보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싶다면 미국의 편에서 군사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공격 중단과 휴전을 요구하고 평화적 해결,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르자 멜로니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3. 14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552865-A1PVkLX/20260316115852212serw.jpg)
시민평화포럼도 성명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과 이란의 보복 반격의 후폭풍이 중동과 세계 전체로 커져가는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등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전장에 와서 미국을 도우라는 압박이다. 정부는 청해부대 및 여하한 군부대의 이란 파견 요구에도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군대의 파견 또는 임무 변경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이 전쟁은 미국이 국제법에 반해 일으킨 침략전쟁이다. 한국을 비롯한 유엔 가입 국가들은 이 침략을 규탄하고 멈추도록 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침략을 돕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또한 청해부대 이동은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 아덴만 이외의 분쟁지역 파견, 특히 미군 등과의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호르무즈 해협 파견은 국회가 동의한 청해부대 임무 범위를 벗어난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위험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해상 안전을 위한 국제적 협력으로 포장된 미국의 전쟁 확대 전략에 편입되는 길이다. 이번 중동 사태의 출발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적인 군사 공격이며, 그 결과 중동 전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군함을 보내는 것은 해협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전쟁을 뒷받침하는 군사적 동원에 다름 아니다"고 규정했다.
또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국제 분쟁을 확대하고 한국을 또 다른 전쟁의 당사자로 만드는 위험한 선택이다.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하며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전쟁 전략에 종속된 국가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다. 자주국가로서 명분 없는 미국의 압박과 협박을 단호히 거부하고 침략전쟁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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