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리사 수, 최태원은 젠슨 황…HBM 패권 놓고 '다른 동맹'

신지훈 기자 2026. 3.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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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I 메모리 판도 바꿀 확장 드라이브
SK, 엔비디아 독점적 협력 통한 1위 수성
빅테크 연합전선 속 기업별 대응 전략 극명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수장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섰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수장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확보 경쟁에 나섰다. 두 총수의 행보는 겉으로는 'AI 고객사 세일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실제 전략은 뚜렷하게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리사 수가 이끄는 AMD와 협력 확대를 통해 고객사를 넓히는 전략을 택했고, SK는 젠슨 황의 엔비디아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기존 시장 지위를 지키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AI 메모리 패권을 둘러싼 삼성과 SK의 다른 동맹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MD 리사 수 만나는 이재용 회장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하는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별도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수 CEO가 방한하는 것은 지난 2014년 취임 후 12년 만이다.

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는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 공급 확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MD는 엔비디아에 이은 글로벌 AI 가속기 시장 2위 기업으로 최근 오픈AI와 메타 등 빅테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인 'MI350'에 5세대 모델인 HBM3E 12단을 공급하고 있다.

수 CEO는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양산한 6세대 HBM인 HBM4의 공급 확대를 직접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올해 하반기 차세대 AI 가속기인 'MI450' 출시를 앞두고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업계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삼성 HBM4가 적용될 경우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기반으로 HBM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AMD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HBM4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루빈'에 공급하고 있어 AMD도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공급 및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AMD는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입장에서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AMD가 성장할수록 삼성전자 HBM 공급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 '엔비디아 혈맹' 강화

SK는 기존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행사인 'GTC 2026'에 직접 참석해 젠슨 황 CEO와 다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치맥 회동'을 가진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 자리에서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 공급 확대와 차세대 AI 반도체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온 핵심 파트너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엔비디아의 베라루빈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라루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가 모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 비중에서는 여전히 SK하이닉스가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는 SK하이닉스에게 상징적인 의미도 갖는다.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기술 로드맵을 따라 메모리 개발과 공급 전략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 '확장', SK '수성'…뚜렷한 전략 차이

이재용, 최태원 두 총수의 행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 차이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HBM 시장은 현재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고 삼성전자가 뒤쫓는 구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28%, 마이크로 18%로 예상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객사를 넓혀 시장 영향력을 키우는 '확장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기존 지위를 지키는 '집중 전략'을 펼쳐 시장 수성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AMD와 함께 성장하려는 전략이고, SK는 이미 확보한 엔비디아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HBM 시장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메모리 기업들의 전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가 향후 HBM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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