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뒤는 죽어도 싫다" 말했는데, 日 감독 이게 최선이었나…출루왕 '13타수 무안타' 쇼크→8강 탈락+감독직 사퇴 엔딩

한휘 기자 2026. 3. 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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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ALKOREA] 한휘 기자= "죽어도 싫다. 부담이 너무 크다."

콘도 켄스케(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 대타로 출전했다.

콘도는 팀이 5-8로 밀린 채 탈락이 눈앞에 다가온 9회 말 1아웃에서 대타로 나왔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대기 타석에 있었지만, 콘도는 허무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결국 그대로 패한 일본은 사상 처음으로 WBC 8강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콘도에겐 이번 대회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으리라. 1라운드 4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콘도는 1라운드 체코전부터 사토 테루아키(한신 타이거스)에 밀려 벤치에 앉았다. 이날 대타로 출격했으나 끝내 13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WBC를 마무리했다.

심각한 부진에 시달린 콘도는 사실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OPS 히터'다. 주전 도약 후 3할 전후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0.9에 육박하는 OPS를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좌타 외야수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출루에 일가견이 있다. 퍼시픽리그 출루율 1위만 4번이나 차지했다. 부상으로 75경기 출전에 그친 지난 시즌에도 타율(0.301)보다 출루율(0.410)이 1할 넘게 높았다. NPB를 대표하는 '출루 기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콘도는 일본 대표팀에서 '리드오프' 역할을 원했다. '풀카운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콘도는 지난 1월 한 토크쇼에 출연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번 타자가 재밌을 것 같다. 내가 할 일이 확실한 타순"이라며 1번 타자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중심 타순보다는 밥상을 차리는 역할을 원했다. 콘도가 나가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같은 선수들이 타점을 올리길 바랐다. 콘도는 "이번에 참가하는 투수들의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하다"라며 "(오타니 같은 선수에게) 다 맡기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오타니 다음 타순에 누가 치느냐다. 나는 죽어도 싫다"라며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자리는 메이저리거들에게 맡기고 싶다. 스즈키 세이야나 무라카미 무네타카, 오카모토 카즈마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났다. 콘도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지난 6일 대만과의 1라운드 첫 경기의 '리드오프'로 오타니를 낙점했다. 다저스에서 꾸준히 1번 타자로 뛰어온 점을 고려한 적절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번 타자로 콘도를 낙점했다.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오타니 뒤는 죽어도 싫다"라고 강조한 선수를 오타니 바로 뒤에 배치한 것이다.

사실 콘도는 2번 타순에 정말 잘 어울리는 선수다. 전통적인 '테이블 세터' 관점에서는 출루율이 높은 만큼 밥상을 차리기 좋다. '강한 2번' 관점으로 봐도 타격 생산성 자체가 워낙 뛰어나기에 매우 적합한 옵션이다.

문제는 콘도 본인부터가 오타니 바로 다음 타순에서 타석에 서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벼운 분위기의 토크쇼였다고 한들, 한국에 비해 직설적인 표현을 비교적 꺼리는 일본에서 공공연히 저런 의견을 표출한 것은 가볍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국 콘도는 WBC 내내 부담감에 시달린 것인지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타구 질 자체가 좋지 못했고, 강점인 '눈야구'도 볼 수 없었다. NPB '출루왕' 콘도는 그렇게 13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일본의 탈락과 함께 이바타 감독의 아쉬운 경기 운영이 '십자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오타니 뒤는 죽어도 싫다"라고 밝힌 선수를 굳이 오타니 뒤에 배치한 것도 재발굴됐다. '출루왕'을 '혈막'으로 만든 댓가는 8강 탈락, 그리고 이바타 감독의 사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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