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정상회담 앞둔 일본, 신중 모드 속 호르무즈 파병 검토하나

조성미 2026. 3.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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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9일 미일 정상회담서 해협 호위 군함 파견 압박 가능성
다카이치 "아직 미 측 요구 없어…법률 범위 안에서 검토 중"
해상자위대 파견 법리 검토 관측 …다카이치 우경화 행보 변수 되나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등 7개국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청한 가운데 미일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일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보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관측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일본'을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동맹 관계에 매진 중이지만, 전통적으로 이란과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점, 좁고 긴 해역에서 직접적인 군사 공격에 노출될 우려 등으로 인해 일본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미국과 동맹 관계는 더욱 밀착 유지해 보수 우경화 추진과 국내 지지율 제고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다카이치 총리가 전격적으로 파병 검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지난 9일 일본 국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호르무즈 군함 파견에 대한 질문에 "(미국 측에서) 아직 요구하지 않아 대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본 정부로서 필요한 대응을 할 방법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법률 범위 안에서 일본과 관계있는 선박, 승무원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지, 무엇이 가능할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국이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는 일종의 군사 동맹체인 '호위연합'을 결성할 당시 일본 정부에 참여를 요구했지만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이 여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우회 전략'을 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이번에도 비슷한 검토의 틀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당시 아베 정부는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등 해역에 2020년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파견, 방위성 설치법의 '조사·연구' 임무에 근거해 정보수집 활동을 벌인 바 있다.

닛케이는 당시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자위대가 참여할 법적 근거에 대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 또는 타국 군대의 후방 지원을 결정하는 안전보장 관련법을 활용하거나 자위대법이 명시한 해상경비 행동임을 내세우는 방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해적대처법을 활용하거나 특별조치법을 제정하는 방식도 거론됐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전통적인 우호국인 이란과의 관계가 미국과 관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위시해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자위대법에 근거, 호위함을 호르무즈 근해에 파견하고 정보 수집과 일본 선박 호위를 병행하도록 하는 우회로를 택하며 미국·이란 양국의 눈 밖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다.

이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일본 등에 요구된 호르무즈 군함 파견 역시 2019년 당시와 같은 4가지의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나 모두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닛케이 분석이다.

안보 관련법을 활용해 미국 요구에 응하려면 일본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는 자세를 국제 사회에 선명히 해야 하는 조건이 따른다.

일본 정부는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국제법상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을 적용하려면 그간 우호국이었던 이란을 완전히 적으로 간주한다는 태세 전환을 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외교 전략을 크게 수정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란에 적수를 두는 부담을 안고 집단적 자위권에 따라 호위 함선을 파견하더라도 집단적 자위권 근거 법령에 따르면 해상 자위대는 일본 선박밖에 호위할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범용적인 군사 지원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현실적 한계도 지적된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15일 NHK 토론방송에 출연해 호르무즈 해협의 일본 함선 파견에 대해 "굉장히 허들이 높다"고 언급하며 일본 정계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시사했다.

고바야시 정조회장은 "(함선 파견의) 법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이번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이야기"라며 "선박 보호를 위해 자위대를 파견할 근거를 둘러싸고 현시점에서 정부가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에 의해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요건인 '존립 위기 사태'에 현 상황이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2019년 호위연합 참여 요구 때와 달리 이번 전쟁의 실제적인 군사 충돌의 정도가 심하고 일본 석유 수입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가 시작돼 일본 정부가 '결단'을 내릴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4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방위대의 졸업식을 찾아 "우리나라(일본)와 국민을 단호히 지키기 위해 방위성·자위대 조직의 존재 방식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군함 파견을 요구한 7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에 대한 응답을 정상회담 이전에 내놓지 않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중·일·영·프 5개국을 거론하며 세계 에너지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사실상 요구한 데 대해 "호르무즈 해협 수혜자들은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적절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15일 밤 약 30분간 전화 회담했다고 발표했지만, 방위성은 군함 파견 문제가 의제로 올랐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후지TV에 출연해 미국이 함선 파견을 요구한 7개국에 중국이 들어가 있는 것이 지금까지 전개와 전혀 다르다면서 "(일본이) 이 점을 잘 의논해 되도록 대답을 질질 끌지 않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닛케이는 "이란 정세 혼란으로 일본이 외교력을 발휘할 여지가 좁다. 일본이 어려운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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