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사이언스의 부상(浮上) [이민형의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최근 메타사이언스(Metascience)가 과학연구 시스템의 새로운 연구분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메타사이언스는 데이터·방법·도구 등 과학적 접근을 통해 과학연구 시스템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연구 분야에 내재된 오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분야이다. 과학 연구 시스템은 연구과제의 결정과 수행 및 확산과정이 엄밀하고 투명, 공정해야 하며 적용방법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도록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과학연구가 갖고 있는 고도의 전문성과 불확실성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실제 운영에서는 상당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과학 연구는 해당 분야에 대한 관련 지식과 정보를 가진 전문가인 동료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이 적용된다. 그래서 과학연구의 과제 선정은 대부분 동료평가(Peer review)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연구 현장에서 동료펑가는 보수적이어서 변혁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가 선정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또한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의 일관성이 부족해 평가패널 구성의 운(運)에 의해 선정이 좌우된다는 의견도 있다. 과학연구 시스템을 지탱해 온 동료평가 제도가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학연구 분야는 과학 활동의 전문화, 문제의 복잡성 증가 등으로 인해 참여 인력 규모가 큰 대형 과제가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과연 대형 과제가 생산하는 지식과 기술의 속성이 소형 과제와 다른가, 특히 대형 과제가 소형 연구과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성과를 창출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짚어봐야 한다. 이러한 연구비 배분방식에 관한 분석 수요는 과학계의 연구비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과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에 따른 투자 효율성 요구 강화가 결합되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과학연구 시스템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하려면 연구자들의 불만 사항을 조사하거나 단순 통계치 활용만으로는 분석의 타당성 확보가 어려워 과학적 데이터 분석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
미국 과학재단(NSF)과 국립보건원(NIH)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과학적 접근에 대한 분석을 추진하였다. NSF는 ‘과학과 혁신정책의 과학화(SciSIP, Science of Science and Innovation Policy)’ 프로그램을 설치해 관련 작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장기간의 패널조사(Wu, Wang & Evans, 2019) 등을 통해 대형연구가 파괴적 혁신보다는 기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NIH에서는 10여 년간 다수의 연구를 통해 논문 결과의 재현성 부족 문제와 함께 연구비 배분(Grant) 방식의 적합성을 분석한 결과 동료평가의 유효성 및 일관성 부족 등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미국의 정부기관들은 과학적 데이터 분석 접근을 추진해 일부 규정 개정 등을 시도해 왔지만 기존 제도 개선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정부는 그 장벽을 과감히 뛰어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정부조직으로 메타사이언스 부서를 두고 과학연구 시스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과감한 정책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동료평가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점수 이상의 제안서를 대상으로 무작위 복권 방식으로 과제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영국의 도전은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과학연구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적인 접근으로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적용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기반이 취약한 증거 기반의 과학기술정책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접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R&D 시스템에 대한 효율성 요구 강화, 연구 시스템의 복잡성 증가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지만 AI에 의한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과학정책은 평가제도 개선, 연구윤리 강화, 오픈 사이언스 적용 등 문제 요소별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적 분석 접근보다는 단순 통계나 애로 사항과 같은 현장 의견 수용에 의존한다. 최근 부상하는 메타사이언스는 과학연구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과감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고려한다. 단순 통계정보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분석해 추론하고 실험하는 적극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글로벌 과학연구 분야는 막연히 과학은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 나은 연구성과와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 과학연구 시스템의 구조화된 문제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과학연구 정책 접근을 위한 인프라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과학연구 시스템도 변화와 혁신의 대상임을 수용하는 과학기술계의 개방된 자세가 요구된다.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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