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로봇·노란봉투법”···현대차 국내 공장 3중 변수
자동화 갈등·협력사 교섭 변수에 산업 생태계 긴장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생산 거점 매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인건비와 강한 노동조합 영향력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 생산 로봇 도입 갈등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국내 공장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국 생산을 장려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차 입장에서는 해외 생산 확대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생산 비중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과 노란봉투법 시행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생산 방식과 노사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한국 생산량 45%···판매는 17%
현대차의 생산 구조를 보면 국내 생산과 판매 비중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반면 국내 판매 비중은 2025년 기준 71만대로 전체 시장의 약 17%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생산량 중 상당수가 내수보다는 해외로 팔려나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판매가 이루어지는 지역과 생산 거점이 멀어질수록 물류비 부담과 환율 변동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 역시 현지 생산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이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면서 자동차 생산도 판매 지역 인근에서 이뤄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 생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집중하고 있고 유럽 역시 역내 생산 확대 정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정책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주요 판매 시장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현대차 역시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생산 전략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주요 시장 인근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노사 갈등에 로봇 도입 변수도
국내 생산 환경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공장의 평균 임금 수준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거점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생산 현장에서 노조 영향력이 강한 점 역시 기업의 생산 운영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생산 방식 변화나 자동화 확대 과정에서 노사 협상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높은 인건비와 규제, 강성 노조 등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생산 거점의 해외 이동 흐름이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자동화 확대가 국내 공장에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봇 도입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노조가 반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 공장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노조는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같은 기술이라도 해외 공장에서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해외 공장에서 자동화 수준이 빠르게 높아질 경우 국내 공장과의 생산 효율성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노란봉투법 시행···완성차 생산 운영 부담 커지나
노사 갈등 변수도 추가되고 있다. 최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 교섭 요구에 대응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현대차 하청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를 통해 원청에 3차 교섭 요구서를 보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의 노사 협상 구조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동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까지 협상 범위가 확대될 경우 생산 운영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같은 흐름 속에 완성차 협력업체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2·3차 협력업체 등 하청 구조에 있는 기업들은 향후 생산 구조 변화가 협력업체 경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완성차 기업의 생산 거점 이동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부품 산업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완성차 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품 공급망이 함께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대표는 "우리 같은 하청의 하청들은 원청들과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가 없다"며 "노란봉투법에 따라 1차 하청들의 사정이 나아지면 우리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보다 괜히 대기업들이 국내 생산을 줄여서 일거리가 사라질까 더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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