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교실은 ‘실전 재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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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교정은 설렘으로 가득하지만,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마음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낯선 교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달라진 일과 시간.
성공적인 새 학기 적응을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의료진의 다학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감각 방어가 있는 아동은 시작 종소리나 쉬는 시간의 소음, 스치는 촉각조차 고통스러운 과잉 자극으로 느껴 돌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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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치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재활이 '기능의 회복'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면, 학교는 그 기능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실전 재활의 무대'다. 성공적인 새 학기 적응을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의료진의 다학제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바른 자세 유지를 위한 물리적 환경'이다. 뇌성마비나 근긴장도 이상이 있는 아동에게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은 상당한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 몸통(코어) 근육이 약해 자세가 무너지면 척추 측만이나 관절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학교 책걸상의 높낮이를 아동의 신체에 맞게 세밀하게 조절해 주고, 휠체어 사용 아동의 경우 체압을 분산시킬 수 있는 맞춤형 방석이나 자세 보조 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재활의학 관점에서 볼 때, 학교생활은 '일상생활 동작(ADL)과 소근육 기능'을 매일 검증받는 혹독한 무대이기도 하다. 연필을 쥐고 선을 긋는 것, 급식 시간에 숟가락과 식판을 다루는 것, 화장실에서 스스로 옷을 올리고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은 고도의 소근육 협응이 필요하다.
작업치료실에서는 잘 해내던 단추 채우기나 숟가락질도 낯선 교실 환경의 긴장감 탓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학교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훈련을 지속해야 하며 아이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쥐기 쉬운 굵은 연필이나 교정용 젓가락 등 적절한 보조 도구를 처방받아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폐 스펙트럼이나 감각 방어가 있는 아동은 시작 종소리나 쉬는 시간의 소음, 스치는 촉각조차 고통스러운 과잉 자극으로 느껴 돌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때는 아이의 '감각적 특성'을 교사에게 미리 알리고, 소음이 견디기 힘들 때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잠시 쉴 수 있는 교실 내 '안전 구역(Safe Zone)'을 설정하는 등의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더불어 교사의 다단계 지시어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인지 능력,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적절히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 능력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으므로 치료실 안팎에서 상황극을 통한 지속적인 사회성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한 심리적 지지다. 처음부터 완벽한 적응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늘 짝꿍과 눈 마주치기", "스스로 책 꺼내기"처럼 실현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워주고 아낌없이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이 쌓여야 학교는 '견뎌야 하는 두려운 곳'이 아닌 '즐거운 성취가 있는 곳'이 된다.
새 학기 적응은 단거리 전력 질주가 아닌 긴 마라톤이다. 때로는 어제보다 퇴행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 부모의 마음을 태우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아이가 치열하게 적응해 나가는 '성장통'일 수 있다. 가정의 따뜻한 품, 병원의 전문적인 재활 지원, 그리고 학교의 포용적인 환경. 이 삼박자가 맞물릴 때 우리 아이들의 3월은 비로소 빛나는 성장의 시간이 될 것이다.
<서송병원 박한결 소아재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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