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임상 지원 없이 3상만?”…‘신약 압박’ 정부, 제네릭 약가 인하 ‘26일 결판’

박수현 기자 2026. 3.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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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 규모 ‘3상 펀드’에 업계 냉담
“자금력 한계·기초 단계 외면한 탁상행정”
복지부 인하율 ‘함구’ 속 건정심 의결 수순
국회 복지위 ‘별도 보고’ 요구가 막판 변수
여당 ‘재정 지속성 강조’ 기류는 부담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제약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제네릭 의존 구조를 탈피해 신약 개발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개발의 씨앗이 되는 초기 임상 지원은 외면한 채 약가 인하를 통한 재원 옥죄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체적인 약가 인하율조차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깜깜이 행정’으로 일관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는 26일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전체회의에서 인하 폭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회 개입이 막판 변수로 부상해 흐름이 반전될지 주목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한국제약협동조합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으로 이뤄진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초 체력 없는데 후기 임상만?”…산업 이해 못한 ‘3상 펀드’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1500억원 규모의 ‘임상 3상 특화 펀드’ 결성을 위한 운용사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이 펀드는 정부 예산 600억원과 국책은행 자금 300억원, 민간 자금 600억원을 매칭하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산 신약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적으로 완주할 체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2024년 국산 항암제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은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의 몫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신약 개발은 대부분 전임상이나 임상 1상 등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기 임상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산업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후보물질이라면 3상 전에 이미 기술이전이 이뤄지는 시장 구조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상 1·2상 지원을 확대해 기술 수출을 유도하는 것이 산업 측면에서는 훨씬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펀드 규모에 대한 회의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약 2조원이며, 이 가운데 30~50%가 임상 3상에 투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500억원 규모 펀드로 임상을 몇 개나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설령 이 펀드를 통해 임상 3상에 성공한 물질이 나오더라도 그 단계에서는 기술이전이 사실상 어려워져 기업이 직접 상업화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하율 ‘깜깜이’ 속 43% 유력설…26일 건정심 의결 전망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하율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11일 열린 건정심 소위원회에서도 정책 방향만 재확인했을 뿐 인하율 언급은 피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제네릭 약가를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 7월 시행을 예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위가 수 시간 이어지는 동안 복지부는 인하율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 내부에서는 오리지널 대비 43% 수준으로 낮추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계가 제시한 마지노선인 48.2%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당초 인하율을 40%로 바로 낮출 계획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줄곧 40% 초반대의 강도 높은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건정심은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앞서 18일에 추가 소위를 열 예정이지만 약가제도 개편안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결 직후 고시가 이뤄지면 정책은 확정되나, 현장 혼란을 고려한 유예 기간을 거쳐 실제 시행은 내년 1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0일 열린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의사중계시스템

◇국회 변수에도 여전한 ‘재정 절감’ 압박…“사실 기반 논의 필요”

변수는 국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0일 복지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별도 보고를 요구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해당 정책이 업무보고 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없이 개편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아직 정책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며 “추후 서면 보고나 방문 보고를 통해 국회에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사안의 중요성을 들어 ”논의가 마무리되면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추가 업무보고를 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상임위가 정부에 업무보고를 요구할 경우 정부는 이에 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건정심에서 정책이 의결되더라도 시행 시기가 늦춰지거나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국회의 개입이 업계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여권은 물론 야권 내부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복지위 소속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윤·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를 통해 “국제 기준보다 높은 약가 구조와 과도한 품목 과잉이 재정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제네릭을 건보 재정을 잠식하는 ‘카르텔’처럼 규정하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에 기반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미국, 일본 등도 제네릭 사용을 권장해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대표원장(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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