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대파 가격 파동…전남 농민들 ‘파죽음’
대파 산지폐기 못해 시름…“재고 쌓인 채 정부 수급정책 부실 탓”

국내 재고 물량이 산처럼 쌓여있는 상황에서 수입산 양파까지 유입되며 가격이 생산비도 못 건질 만큼 수직 하락했기 때문이다.
대파 농가도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산지 폐기마저 이뤄지지 않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양파(상품·15㎏) 도매가는 1만2212원으로 전월(1만7624원) 대비 30.71% 하락했다. 이는 전년(2만7470원)보다 55.54% 급락한 가격이며, 평년(2만5768원)에 비하면 52.61% 낮은 수준이다.
국산 양파 가격은 수입 양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4일 기준 양파(상품·1㎏)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589원이었는데, 이는 수입 양파(1028원)의 57% 가격밖에 받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양파를 출하할 시기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은 “양파를 일찍 수확하는 고흥 거금도의 경우 수확 작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1㎏당 가격이 500원대라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최소 1000원 이상은 돼야 하는데 이 상태가 계속되면 5월 조생종과 6월 만생종 양파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영암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허경집씨도 “정부가 양파를 너무 많이 수입해버린 탓인지 양파 가격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모양새”라며 “양파를 수확할 때까지 가격이 이런 식으로 계속 낮게 나오면 손해가 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재고 물량과 정부 정책을 가격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양파 출하 시기에 2만645t을 수입했고, 이후 가격이 하락하자 지난해 7월 이후 3만t을 사들여 비축한 뒤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 쌓아놓고 있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지역 양파 농가들은 이 때문에 포전거래도 못하는 상황이다. 전체 물량 중 농협 계약재배는 20% 수준이고, 나머지 80%는 상인에게 판매되는데 가격 불안으로 상인들이 매입을 미루는 등 시장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수출이나 폐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1만5000 여t의 비축 물량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며 “재배면적 감소만 보고 향후 가격 상승을 우려하다가 1~2월 가격 폭락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비축 물량과 유통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 등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정부 수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격이 600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저장 물량을 폐기해야 하지만 정부는 5월 조중생 양파가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3월 말까지 재고를 정리해야 저장창고를 비우고 소독한 뒤 올해 수확 물량을 보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의회도 최근 정부가 올해 양파 수확 전까지 보유 중인 비축 물량을 전량 폐기하고, 농민들의 생산비를 고려해 양파 가격을 ㎏당 800원 이상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도 “정부는 재배면적 감소를 이유로 향후 가격 상승을 전망하고 있지만 현재 가격 하락 폭이 커 조생종이 출하되더라도 수입산과의 가격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대파 농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기준 대파의 경락가격이 1㎏당 1078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진도와 신안 등 전남 대파 농민들은 “최소 1600원은 돼야 본전을 맞출 수 있다. 산지폐기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도군은 현재 대파 농가를 대상으로 수확하지 못한 물량과 재배 면적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산지 폐기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진도 지역 한 농협 관계자는 “전남도가 정한 농산물 기준 가격보다 아직 크게 낮지 않다는 이유로 산지 폐기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지자체와 농가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난 11일 대파 수급 안정화 대책 회의를 진행했으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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