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벗어나려면…채소·통곡물 충분히 드세요
섬유질 섭취 늘리면 깊은 수면 비중 높아져
5가지 이상 식물성 식단은 쉽게 잠들게 해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뇌는 내일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낮에 습득한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하고 활동 중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하는가 하면,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면역 세포의 기능을 강화한다. 잠을 잘 자고 못자고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숙면을 취하려면 낮 동안 활발한 활동으로 몸을 적절히 자극해 밤에 깊은 잠에 들 수 있도록 ‘수면 압력’을 높여 놓아야 한다. 신체활동 뿐 아니라 식생활도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이 달라진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섬유질(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출판 전 논문 공유집 메드아카이브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또 다양한 과일과 채소, 견과류를 섭취하면 더 쉽게 잠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섬유질 섭취가 수면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나왔지만, 대부분 몇주 또는 몇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기억하는 식단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낮 동안 섭취한 음식이 그날 수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균 나이 53살인 3500여명의 성인으로부터 수집한 수면 및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매일 섭취한 음식을 모바일 앱에 기록하고, 수면 측정 장치를 착용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 가슴과 손목, 손가락에 부착하는 센서로 구성돼 있는 이 장치는 코골이, 혈중산소농도, 심박수, 호흡수를 자동으로 측정한다.

가공식품·동물성 비중 높을수록 잠 설쳐
연구진은 측정값을 통해 참가자들이 각 수면단계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냈는지 파악했다. 그런 다음 25가지 식단 요소가 그날밤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섭취량보다 더 많은 섬유질을 섭취했다고 보고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그날밤 잠을 더 잘 자는 경향이 나타났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그룹은 깊은잠(N3)을 취하는 시간이 3.4% 더 많았고, 가벼운 수면(N1 또는 N2)을 취하는 시간은 2.3% 더 적었다. 연구진은 “이는 이들이 뇌와 신체 건강에 중요한 회복수면을 더 많이 취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공식품이나 포화지방, 일부 동물성 식품은 섭취 비율이 높을수록 깊은 잠이나 렘 수면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많이들 아는 이야기지만 잠들기 직전의 카페인 섭취는 깊은 잠을 방해하고 가벼운 수면 단계를 증가시키는 등 수면 구조를 악화시켰다.
단기적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섭취 비율 변화는 수면 단계 분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나 칼로리 섭취량은 수면 시간과 심박수 등에는 영향을 미쳤으나 수면 단계 구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미생물이 만드는 단쇄 지방산의 효과인 듯
연구진은 또 평균보다 더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한 사람들이 적게 섭취한 사람들보다 밤 사이에 심박수가 약간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야간의 낮은 심박수는 몸이 깊은 휴식과 회복 상태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이는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 컬럼비아대 마리-피에르 세인트-온지 박사는 “(식이 섬유 섭취량이 많은 그룹과 적은 그룹 사이에서 관찰된) 분당 1회의 심박수 차이가 단 하룻밤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수십년 지속된다면 심혈관 건강에 중대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추가로 분석한 결과, 하루에 5가지 이상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잠드는 속도가 약간 더 빨랐고 수면 중 심박수도 더 낮았다. 연구진은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면 비타민, 미네랄, 폴리페놀 같은 다양한 분자들에 몸속에 들어가 염증을 줄이고 신경계가 ‘휴식 및 소화’(rest-and-digest) 모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권장한 식이섬유군이 풍부한 식품군은 통곡물, 채소 및 과일, 콩류, 견과류다.
*논문 정보
Day-to-day dietary variation shapes overnight sleep physiology: a target-trial emulation in 4.8 thousand person-nights.
https://doi.org/10.64898/2026.02.17.26346471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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