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안 지키면 나토 미래 없다”… 트럼프, 동맹·중국 동시에 압박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군사 문제를 넘어 국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과 중국을 향해 해협 방어 협력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협력 여부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 일정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동 해상 안보 문제가 에너지 공급망과 동맹 부담 분담, 미중 전략 경쟁이 겹친 국제 정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 “해협 혜택 받는 나라가 책임져야”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 방어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해협의 혜택을 받는 국가들이 그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유럽과 중국이 미국보다 걸프 지역 석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협력에 소극적인 국가들을 향해 “그렇다면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향해 정상회담 카드까지 꺼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중국을 향해서도 이어졌습니다.
중국이 해협 안정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정세 악화에 반발해 왔습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중국 외교 책임자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여러 국가 외교장관들과 통화하며 미국의 대이란 군사 행동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 동맹국에도 노골적 메시지… 영국 공개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군사 참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영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이란의 위협을 거의 제거한 뒤에야 배 두 척을 보내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긴 뒤가 아니라 이기기 전에 그 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기뢰 제거 함정을 파견하거나 해협 주변에서 활동하는 세력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국·일본도 언급… 아시아 에너지 의존 구조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방어 협력 대상으로 중국과 함께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원유 수입국도 언급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제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서 들어오며 이 물량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해협 봉쇄나 군사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아시아 산업국들의 에너지 공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실제 군사 작전에 참여할지 여부는 각국 정부의 외교·안보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동맹국들 사이에서 부담 분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란 군사력 사실상 궤멸”… 추가 공격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의 해군과 방공망, 공군은 사실상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란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교란을 시도하는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에 대한 추가 타격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섬을 공격했고 원한다면 남은 시설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에너지 통로 둘러싼 압박… 동맹과 미중 관계 변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은 중동 군사 상황을 넘어 국제 정치 전반으로 확산하는 흐름입니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를 누가 보호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외교 문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동맹국과 주요 원유 수입국들에게 역할 분담을 요구하면서 향후 대응 방식에 따라 중동 정세뿐 아니라 미중 관계, 국제 에너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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