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의 ‘일하고×5’ 발언 유감

구리타 류코 2026. 3. 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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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를 다시 묻는 시대, ‘일하지 못하는’ 구리타 류코 기고

일본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수상의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 발언에 놀라고 분노한 사람이 많다. 과로사 대책은커녕 많은 여성의 비정규 노동과 직장 내 성희롱, 임신한 직원에 대한 괴롭힘, 가사와 육아의 과중 부담 문제는 그대로다. ‘불안정 노동자’이자 책 『‘일하지 못함’을 철저히 생각해봤다』의 저자 구리타 류코(栗田隆子) 씨에게 ‘일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기고를 받았다. [편집자 주]

▲ 작년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씨의 연설 중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일하고×5’)가 2025년 ‘신조어·유행어 대상’에 뽑혔다. (콜라주 제작-페민)

다카이치 사나에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

작년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씨의 연설 중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이하 ‘일하고×5’)가 2025년 ‘신조어·유행어 대상’에 뽑히는 등 이상하고 한심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일본은 최근 20년 가까이 ‘한심한’ 일들이 당당하게 사회 정중앙을 활보해왔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리란 사실을 꿰뚫어 보듯이, 한심한 상황들이 그대로 돌진해 나가버린다.

다카이치 총리의 이 발언이 그렇듯, 하청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서 ‘흑자였다’고 떠벌리는 오사카만국박람회가 그렇듯, 또 “저를 여러분의 어머니로 삼아주세요!!!”라는 말을 선거 가두연설에서 외치는 참정당 여성의원이 그렇듯, 통일교 등 특정 종교에 유착한 자민당 정권이 그렇듯, 외국인 혐오 발언이 그렇듯, 故 아베 신조 전 수상의 ‘파트타임 월급 25만엔’(실제 파트타임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약 8만4천엔 정도였다) 발언이 그렇듯, “가난은 자기책임”이라는 말이 그렇듯, 뉴라이트의 역사개찬이 그렇듯….

그러니 시민들은 아무리 한심하고 비속한 일에 대해서도,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행어인가, 정치적 선동인가

궁금한 것은 ‘일하고×5’가 정말 유행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카이치 발언이 2025년 유행어 대상을 받은 것은 언론이 공범인 ‘선동’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나 역시 그런 의심을 하고 있다. 1989년에는 ‘성희롱’이라는 말이 유행어 대상을 탔다. 직장 내 성희롱을 가볍게 생각하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이번엔 더욱 직접적으로 정치의 힘을 느낀다.

이번 유행어 대상 선정을 선동이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2025년에 나의 저서 『‘일하지 못함’을 철저히 생각해봤다』를 비롯하여, ‘일×5’를 연호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는 책들이 줄지어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저서를 사례로 몇 편 꼽아보겠다. 데시가와라 마이(勅使川原真衣)가 쓴 『‘일하다’를 다시 묻다-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조직개발』. 난치병을 앓고 있는 변호사 아오키 시호와 항상 몸의 부조화를 느끼면서도 확정적인 병명을 진단받지 못하고 있는 신문기자 다니다 토모미의 공저 『내일 아침, 두통이 없기를』. ‘절대 막차를 놓치지 않는 여자’의 저서로 허약한 몸의 고민을 적어 내려간 에세이집 『허약하게 살다』. 또한, 진학률 탑클래스 고등학교에서 ‘낙오자’로 지낸 경험을 서두에서 꺼내는 센류(풍자시) 작가 구레다 마나의 저 『죽었는데 수다를 떨고 있어!』 등등이다.

글의 문체 차이는 있지만,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보통의’ 일하는 방식과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 연달아 출판되며 저마다 주목을 받았다. 일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살짝이나마 제기하는 미야케 카호의 『왜 일을 하면 책을 못 읽게 될까』도 꼽을 수 있겠다.

▲ 구리타 류코(栗田隆子) 저술가. 비상근직과 파견직 일을 하며 여성의 빈곤 문제와 노동 문제를 중심으로 저술한다. 저서로 『‘일하지 못함’을 철저히 생각해봤다』(이미지 우측 표지, 헤이본샤), 『꼭 맞지 않은 채로 살고 있습니다』, 『속삭이는 페미니즘』 외.

‘보통을 질문하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는 시기에

이들 책을 펼치면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와 ‘(애초에) 일할 수 없다’, ‘병이라고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항상 부조화를 느낀다’, ‘일한다 해도 풀타임은 무리’ 등등 ‘보통을 질문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빙하기(1993~2004년, 일본 버블경제 붕괴 후 극심한 구인난으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발생한 시기)라는 특정의 세대, 혹은 우울증 등의 특정 질환, 혹은 비정규 고용이라는 특정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보통’이라고 여겨지는 삶의 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쫓아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모이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빈곤 문제와 노동 문제는 항상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여성이 일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책이 출판되어 주목을 받았던 해는, 내가 태어나 철이 든 이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일하고×5’가 유행어 대상으로 뽑히는 사실에서 ‘백래시’(사회의 진보적 변화 흐름을 역행하는 반동)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저임금 장시간 ‘일하고×5’하게 된다

오히려 여성의 노동에 대해 앞으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급노동(unfaid work)을 포함한 ‘여성 파업’, 그리고 ‘휴가 사용’이 어떻게 가능한지이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의 가사노동 등을 포함한 모든 노동의 파업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슬란드가 멈추던 날〉(Women Who Stopped Iceland, 파멜라 호건 감독, 2024)이 일본에서도 개봉되었다. (맞다, 2025년은 이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 해이다.) 우리 모두는 “휴가가 필요하다”는 사실, 혹은 “그 정도까지 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일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깎아내려는 다카이치 사나에 씨 외 정치인들에게 강력하게 ‘NO’를 들이밀지 않으면 저임금, 저대우로 ‘일하고×5’를 실행하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될 것이다.

저출생 현상을 한탄하면서도 가사, 육아, 돌봄 노동에서의 젠더 불평등을 시정하거나, 대우를 개선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정치인들. 노동력이 줄어든다고 우려하면서도 가혹한 노동환경은 돌아보지 않으며, ‘정규직 비장애인 남성’이라는 ‘노동자모델’에 어떤 의문도 갖지 않는 기업들. 그러면서 고령자가 늘어나니 “고령자도 은퇴하지 말고 일을 시켜라”라고 말하는데, ‘지금까지 기대되던 노동자 기준의 절반 정도밖에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노동시장에 자리매김시킬까 하는 이야기에는 무관심한 정재계 인사들이 산더미처럼 있는 것이 지금의 일본사회다.

누구나 건강하고 체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 든 사람을 일하게 할 거라면 더더욱 노동기준법을 지켜야 한다. 유급휴가가 있으면 소진될 때까지 쓰게 해야 한다. 시급으로 일하기 때문에 쉴 수 없는 사람들과 프리랜서는 그만큼의 임금 인상과 적절한 대우를 요구하자. 19세기로 돌아간 듯 방약무인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오래됐지만 새로운 노동운동을 꿈꿀 때이다. [번역: 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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