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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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면 사랑은 예부터 남달랐다. 최초의 배달 음식부터 면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해장국의 일종인 '효종갱'을 배달로 즐겼다는 설이 있지만, 사실 최초의 배달 음식은 냉면이었다고 한다. 그 기록은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이 53년간 쓴 일기 <이재난고>에 남아 있다. 그는 1768년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서 친구들과 냉면을 배달해 먹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문신 이유원이 쓴 <임하필기>에는 1800년대 순조가 달 구경을 하다 냉면을 사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한국의 면 문화는 근대화를 거치며 변해갔다. 과거 고급 음식으로 통하던 면 요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맥이 끊겼고, 가난한 시절 서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메밀 대신 구호물자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은 부산 밀면이 대표적이다. 전쟁은 끝나고,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면을 사랑한다. 기쁜 날, 울적한 날, 특별한 날, 평범한 날에도 우리는 면을 찾는다. 이번 기사가 실리는 <아레나> 3월호는 20주년을 기념하는 창간호다. 잔칫날 손님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하듯,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행운을 기원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담아 다녀온 한국식 국숫집.

한국식 국수의 재발견, 면서울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805 메뉴 골동면 1만6000원 안성제면 1만6000원
'식재료에 대한 깊은 애정, 그중에서도 면에 대한 각별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지닌 인물이다.' <미쉐린 가이드>가 김도윤 셰프를 설명하는 첫 문장이다.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윤서울'을 이끌고 있는 김도윤 셰프는 '면서울'을 연 이유로 '한국의 면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면 소비량이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에 비하면 입맛은 편향돼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면에서 다양한 식감을 찾기보다 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을 확실히 선호하죠. 쫄면이나 당면처럼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거든요." 면 요리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먹던 고급 음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빠르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해갔다. 부산의 밀면과 완당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면서울에서는 단단한 면, 끊어지는 면, 부드러운 면 등 다양한 식감을 지닌 면을 만든다. 김도윤 셰프가 면서울의 대표 메뉴로 소개한 것은 '골동면'. 골동면은 과거 궁궐에서 각종 나물을 비벼 먹던 비빔밥의 옛 명칭인 '골동반'에서 따온 이름이다. 궁금증이 들었다. 왜 하필 나물일까? "나물 안 좋아하는 분들 많죠. 제 생각에는 단체 급식 시절부터였던 것 같아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넘어가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아이들 입맛이 비엔나 소시지와 스팸으로 바뀌었어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집집이 나물 반찬은 꼭 있었고, 아이들도 즐겨 먹었거든요. 우리가 잊고 지내던 한식의 매력을 국수에 담고 싶었습니다." 면서울의 제면 과정에는 통밀가루, 물, 소금을 제외한 어떤 첨가제도 들어가지 않는다. 첨가제가 들어가면 면의 탄력을 잡는 데는 유리하지만 소화를 방해해 속이 더부룩해진다. 면서울은 첨가제를 쓰지 않고도 면의 찰기를 잡기 위해 반죽을 접고 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소금은 충남 태안에서 공수한 자염을 쓰는데, 어패류가 많은 갯벌에서 채취한 덕분에 미네랄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나다. 1분 20초 동안 삶아낸 면 위에는 전국 각지에서 캔 나물을 엄선하여 올린다. 4월에는 고사리, 5월에는 죽순, 6월에는 취나물을 주로 쓰는데, 이날 완성된 골동면에는 청학동에서 따온 표고버섯과 고사리가 올라갔다. 경남 하동에 위치한 청학동은 해발 800m 고지대라 나물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면을 삶던 노창식 셰프는 면서울의 히든 메뉴인 '안성제면'도 함께 먹어보라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안성제면은 골동면보다 약 두 배 더 널찍한 면을 쓴다. 고명으로는 들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태안에서 가져온 유기농 김 가루, 숭어 알로 만든 어란, 다진 한우 소고기, 간장에 조린 표고버섯이 올라간다.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김도윤 셰프는 라면을 얼마나 자주 먹을까? 안경을 만지작거리던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말 스트레스받을 때 한 번씩 먹어요. 어렸을 때부터 소화가 잘 안 돼서 즐겨 먹진 못합니다." 그런 김도윤 셰프에게 좋은 국수는 어떤 국수냐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속 편한 국수가 좋은 국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날 또 먹을 수 있으니까요.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으려면 식감도 다양해야 할 테고요. 불닭볶음면 말고도 한국에 매력적인 국수가 정말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집집이 나물 반찬은 꼭 있었고, 아이들도 즐겨 먹었거든요. 우리가 잊고 지내던 한식의 매력을 국수에 담고 싶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신토불이, 서교난면방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12길 16 메뉴 서교난면 1만2000원
"우리 밀 국숫집입니다." '서교난면방'은 2024년 5월 처음 문을 열었다. 이곳의 주인장은 김낙영 셰프. 이탈리아 음식을 전공한 그는 앞서 생면 파스타 레스토랑 '카밀로 라자네리아'를 오픈해 미식가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렇기에 그가 '우리 밀 국숫집'을 만든 이유가 더 궁금했다. "오랜 시간 양식을 해오면서도 늘 '우리 음식을 잘 아는 요리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전래음식연구회에 들어가 이말순 선생님께 반가 음식을 전수했습니다. 반가 음식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에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만들던 고급 전통 음식이에요. 그때부터 난면을 공부하게 됐죠. 사실 난면과 파스타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차이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다만 서교난면방은 반가 음식에서 배운 절제미와 배려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난면은 '卵(알 란)' '麵(국수 면)'이라고 쓴다. 말 그대로 달걀을 넣어 만든 국수라는 뜻. 메밀 면에 비해 제대로 전승되지 못했지만, 난면은 <음식디미방> <정조지> <시의전서> 등 고조리서에서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전통 면이다. 서교난면방에 도착했을 때는 브레이크 타임이었고, 김낙영 셰프는 면을 뽑고 있었다. 실제로 난면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파스타 생면을 뽑는 것과 매우 비슷한데, 서교난면방에서는 달걀흰자와 노른자를 모두 사용한다. "면의 형태는 탈리올리니, 면의 질감은 볼로냐 지역의 달걀 생면 파스타와 비슷합니다." 완성된 반죽은 진공 상태로 포장해 하루 동안 저온 숙성을 거친다. 다음으로는 반죽을 접고 펴는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해 탄성을 잡는다. 최종 완성된 면은 끓는 물에 2분 20초 동안 삶는데, 이 역시 생면 파스타를 삶는 방법과 같다. 우리나라 밀 소비량 중 국내산 밀은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낙영 셰프는 신토불이의 힘을 믿기에 국내산 밀을 고집하여 면을 만든다. 서교난면방에서는 국내 제면소 네니아의 백밀과 통밀, 플레르뵈의 아리흑밀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김낙영 셰프가 보기 좋게 완성된 면을 저울에 올리며 말했다. "국수 한 그릇에도 지속가능성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우리가 우리 밀을 많이 소비하는 것이겠죠. 국내산 밀의 소비량이 많아지면 품질 역시 자연스레 좋아질 거고, 환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런 선순환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서교난면방의 대표 메뉴는 '서교난면'. 육수를 한 숟갈 뜨니 곰탕의 구수함과 평양냉면의 감칠맛이 고루 느껴졌다. 서교난면 육수는 한우 양지, 제주 구엄닭으로 각각 우려낸 육수를 블렌딩하여 완성한다. 고명으로는 한우 양지, 닭 가슴살, 애호박, 표고버섯, 쪽파, 홍고추 등이 올라가는데 그중에서도 만두처럼 보이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만두가 아닌 라비올리다. 서교난면에 올라가는 라비올리는 구엄닭 살코기, 버섯, 치즈를 사용해 이국적인 맛을 더한다. 김낙영 셰프는 매장 한쪽에 놓아둔 '레몬밥'을 말아 먹는 걸 추천했다. 밥은 레몬 향이 또렷하게 나지는 않지만 은은한 산미가 돌아 기분 좋은 입가심 역할을 했다. 그릇이 깨끗이 비워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김낙영 셰프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좋은 재료, 깨끗한 과정, 따뜻한 마음을 담아내는 국수가 좋은 국수라 생각합니다."

사실 난면과 파스타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차이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다만 서교난면방은 반가 음식에서 배운 절제미와 배려를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면은 추억이다, 옥돌현옥
주소 서울 송파구 오금로36길 26-1 메뉴 평양물냉면 1만4000원 평양비빔냉면 1만4000원
"국수는 도화지 같아요. 도화지는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해지잖아요. 평양냉면은 수묵화 같아요. 여백의 미라고 하잖아요.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재료가 지닌 맛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매력이 있죠." '옥돌현옥'은 2019년 송파구에 문을 연 평양냉면 가게다. 옥돌현옥은 윤대현 셰프가 자신의 이름 마지막 글자 '玹(옥돌 현)'을 따서 지은 상호다. 서른 살까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는 취미 삼아 등록한 요리학원에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후 일식집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그리고 한 평양냉면 가게에 들르면서 새 변곡점을 맞는다. "노원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어요.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냉면집이 의정부 평양면옥이었습니다. 거기서 냉면을 먹고 생각했죠. '어떻게 만드는지 아예 모르겠다. 단 1도 모르겠다.' 웬만한 한식은 먹어보면 대충 레시피가 감이 와요. 그런데 평양냉면은 아예 모르겠더라고요. 몇 번을 먹어봐도 똑같았죠. 그게 제 도전 정신을 자극했어요." 이후 윤대현 셰프는 운영하던 이자카야 문을 닫고 1년간 마장동을 기웃거리며 육수를 테스트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두 평양냉면 가게의 중간을 목표로 삼았다. 하나는 의정부 평양면옥, 다른 하나는 우래옥이었다. "의정부 평양면옥은 암소 특유의 꼬릿한 맛이 잔상처럼 남는다면, 우래옥은 직관적인 육 향이 확 치고 들어와요. 저는 그 중간을 잡고 싶었습니다." 옥돌현옥에서는 한우 암소 양지와 돼지 삼겹살을 9:1 비율로 사용해 육수를 뽑는다. 거세육이 아닌 암소를 쓰는 건 특유의 우유 향을 내기 위함이고, 삼겹살을 쓰는 건 육수 전체를 감싸는 고소함을 내기 위함이라고. 면 역시 특별하다. 옥돌현옥의 가장 큰 특징은 자가제분. 주방에서 직접 반죽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녹쌀을 직접 제분하여 사용한다. 카페에 비유하자면 커피 가루를 받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커피 원두를 받아 직접 그라인딩하는 셈이다. "저희는 햇메밀과 묵은 메밀을 모두 씁니다. 햇메밀은 단맛이 진하고, 묵힌 메밀은 향이 강하거든요. 매일 아침 맛을 보고 그 비율을 달리합니다." 메밀 제분은 평균적으로 하루 두 차례 진행한다. 제분한 메밀은 점성과 찰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점심시간 전후로 필요한 만큼만 제분한다. 반죽도 마찬가지다. 탄탄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주문량에 따라 그때그때 반죽하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하루 20차례 정도 새롭게 반죽을 한다. 갓 삶은 면은 찬물에 헹군 뒤 보기 좋게 말아 접시에 올린다. 그 위에는 직접 담근 동치미, 양지와 삼겹살 수육, 달걀, 파, 고춧가루가 올라간다. 만두 역시 평양냉면집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 만두는 기름진 중국식 만두와 담백한 이북식 만두의 중간을 지향한다. 때문에 어떤 지방도 넣지 않고 두부와 소뼈를 푹 고아 만든 고체 육수를 넣는다. 윤대현 셰프는 냉면 한 그릇에 장수의 뜻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맛있는 음식은 두 부류예요. 먹자마자 맛있는 음식, 며칠 뒤 불현듯 생각나는 음식. 저는 후자가 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혀는 느끼지 못했지만, 우리 몸이 반기는 음식이라는 뜻이니까요. 깨끗하게 뽑은 메밀 면은 배부르게 먹어도 소화가 잘돼요. 나이 드신 분들도 편하게 드실 수 있죠. 당장은 아리송해도, 문득 '또 먹고 싶다' 생각나는 국수야말로 좋은 국수라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태어난 윤대현 셰프는 처음 서울로 와서 어머니와 함께 먹은 명동칼국수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돌이켜보면 늘 추억으로 남는 건 밥보다 면이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평양냉면 한 접시를 깨끗이 비웠고, 가게 문을 열고 나오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이곳에 더 빨리 돌아올 것 같다고, 그런 맛이었다고.

고조리서를 따라서 국물을 수십 번 테스트했는데 마지막에는 갈비탕과 곰탕의 중간 맛이 났어요. 거기에 쌀국수를 넣어 먹어봤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울 푸드가 되는 일, 옥자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9길 40-15 메뉴 차돌양지쌀국수 1만2000원 참깨비빔국수 1만3000원
강원도 태백 출신의 이병철 셰프는 연남동에서 쌀국숫집 '옥자'를 운영 중이다. 쌀국수 가게치고는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름은 그의 아내가 지은 것. "2019년 결혼을 하고, 2021년 아내와 함께 옥자를 열었어요. 저희한테는 자식 같은 가게죠. 옥자는 봉준호 감독님 영화 <옥자>의 이름이기도, 어느 시골 할머니의 이름이기도 해요. 연남동에는 외래어로 이름을 지은 멋진 가게들이 많잖아요. 저희 가게 하나쯤은 구수하고 촌스러운 이름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여담이지만 아내가 저를 부르는 별명이기도 합니다. 제가 <옥자>에 나오는 돼지랑 똑 닮았대요." 옥자는 매장 입구에 적혀 있듯 '베트남 쌀국수'가 아닌 '한국식 쌀국수'를 표방한다. 여기서 '한국식'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병철 셰프는 이렇게 답했다. "동남아식 쌀국수에는 팔각, 정향, 고수 씨앗 같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요. 이국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죠. 옥자에서는 곰탕과 갈비탕 사이의 맛을 내고 있습니다. 가게를 준비하면서 고조리서를 읽었는데 '경주 이씨 둘째 며느리가 곰탕을 엄청 잘 끓였다'라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고조리서를 따라서 국물을 수십 번 테스트했는데 마지막에는 갈비탕과 곰탕의 중간 맛이 났어요. 거기에 쌀국수를 넣어 먹어봤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날 이병철 셰프가 내놓은 메뉴는 '차돌양지 쌀국수'와 '참깨비빔국수'. 차돌양지 쌀국수에 들어가는 국물은 한우 사골 육수와 양지 육수를 섞어 완성한다. 면을 15초 정도 빠르게 삶아낸 후 국물을 붓고 차돌, 양지, 숙주, 청양고추, 파 등을 듬뿍 올리면 끝.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은 분명 베트남식 쌀국수였지만, 갈비탕의 진한 육 향이 느껴졌다. 참깨비빔국수는 이병철 셰프의 일식 경력에서 비롯된 메뉴다. 그는 스시집과 야키토리집에서 처음 요리를 배웠다. 옥자를 오픈하고 여름 메뉴를 고민하던 시기, 이병철 셰프는 그간 익숙하게 사용하던 참깨 소스를 떠올렸다. 옥자의 참깨 소스는 참깨, 사과, 배, 양파 등으로 완성하는데, 소스 위에는 양파와 부추가 올라간다. 그 결과 매운맛보다 고소한 맛이 진한 한국식 쫄면처럼 즐길 수 있다. "사실 제 소울 푸드는 자장면이에요.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즐겨 먹는 음식이잖아요. 어느 시점부터 쌀국수가 자장면 같은 음식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자를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연남동에 데이트하러 온 20대 커플부터 가게 앞 경로당의 어르신들까지. 이병철 셰프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할머니께서 아들, 사위랑 같이 오셨어요. '나 이거 안 먹는다!' 화를 내시더라고요. 아드님께 사연을 여쭤보니 할머니께서 치매에 걸리셨대요. 잠깐 정신이 돌아오셨을 때 저희 가게에 오고 싶어 하셨대요. 그런데 가게에 오시는 중에 기억을 잃으신 거죠. 막상 음식을 드리니 맛있게 드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울었어요." 이번에도 눈물을 훔치던 이병철 셰프는 대단한 목표를 품고 국숫집을 차린 게 아니라고, 그저 먹고살기 위해 국숫집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만든 국수 한 그릇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울 푸드가 될 수 있다.

사실 제 소울 푸드는 자장면이에요.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즐겨 먹는 음식이잖아요. 어느 시점부터 쌀국수가 자장면 같은 음식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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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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