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호위 작전 참여 안하면 기억해 둘 것”···미·중 정상회담 연기도 거론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노골적으로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 동맹은 “기억해 두겠다” “나쁜 미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보복을 암시하는 등 다국적군 동참 압박을 노골화했다. 또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기 위해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약 7개국에 다국적군 참여를 요구했으며,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함 파견을 요구한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에서 2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겠다고 했는지 묻자 “말할 수 없다.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이건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해 둘 것”이라며 참여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달리 중국·유럽은 걸프 지역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혜자들이 그곳에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원 요청을 무시하거나 거부할 경우 “나토의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의 공격 위협 속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 미 군함이 선박 호위 작전을 펼쳐 운항을 재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섣불리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맹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은 위험한 선박 호위 작전에 다국적군을 참여 시켜 미국의 인적·물적 피해를 줄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를 굳이 도울 필요 없었지만, 도왔다”면서 “이제 그들(나토)이 우리를 도울지 보겠다”고 말했다. 호르무즈로 군함을 보내라는 요구가 ‘안보 청구서’임을 더욱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나토가 “오래전부터 ‘일방통행’이었다”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 혜택을 누리면서도 충분한 부담을 나눠서 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의 대표적 동맹국인 한국·일본에도 비슷한 불만을 제기해 왔던 것으로 미뤄볼 때, 같은 논리로 한국에도 동참을 압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동맹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이라면서,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많은 기뢰제거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 해안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행위자들을 물리칠 사람도 원한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위함뿐 아니라 특수부대나 다른 군사 지원을 원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원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중국의 협력을 압박하기 위해 미·중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정상회담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늦다”며 “2주는 긴 시간이다. 그 전에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방문 일정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난 직후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주 동안 “이란을 완전히 초토화했기 때문에” 동맹국들이 걸프 지역에 군사 자산을 보내도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 섬에 새로운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5분 안에 이란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 이란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위성 정보를 제공해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망을 공격하도록 돕고 있냐는 질문에 “나는 알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3500억달러를 지원했다. 우리도 같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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