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AI시대에 필요한 사고력, 벽돌책 읽으면 생각 달라지죠"
쉽고 편한 지식 대신 '종합건설지성' 강조…"지적 지구력 키워야"
![소설가 장강명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yonhap/20260316080712992fagu.jpg)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장강명 작가가 이번엔 '벽돌책'을 주제로 책을 펴냈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글항아리)은 장강명이 10년간 벽돌책 100권을 읽고 쓴 칼럼을 묶은 독서 에세이다.
작가가 스스로 정한 벽돌책의 기준은 700쪽. 목침으로 삼을 만한 벽돌책을 읽고 4주에 한 번씩 칼럼을 썼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차력 쇼'일지도 모른다.
'월급사실주의 소설가'이자 '단행본 저술업자'이며, '문단 차력사'를 자처하는 장강명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yonhap/20260316080713187xwsp.jpg)
"벽돌책 읽는 사람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돼"
그렇다면 왜 하필 '벽돌책'일까. 책이 '두껍다'는 게 어떤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작가는 '그렇다'고 답한다.
어떤 사유들은 그것이 펼쳐질 수 있는 드넓은 서식지가 필요하다는 게 작가의 분석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갖춰야 할 지적 경쟁력으로 '종합건설지성'이란 개념을 내세운다.
그는 "인터넷 이전에는 정확한 정보를 기억하는 암기력이 중요했고, 인터넷 이후에는 기존 지식을 잘 다뤄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AI는 이런 논리 생성을 아주 잘하지만, 그 유창함은 단단함이나 정교함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AI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논리 다발을 쌓아놓고 서로 연결하면서 커다란 사상을 설계하는 복잡한 사고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사고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책들은 벽돌책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벽돌책을 읽는 사람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지적 지구력을 강조했다.
"700쪽이 넘는 책을 한 번이라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이후 모든 텍스트를 대하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아마추어 러너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뒤에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루해서 책장이 안 넘어가는 대목을 버티는 경험,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겪는 혼란, 한 작가의 세계관이나 문제의식을 오랜 시간 검토하며 삶의 일부로 흡수하는 경험은 얇은 책이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며 긍정적 효과를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벽돌책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단순하고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 인터넷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한쪽짜리 지식은 대개 엉성하거나 의미가 훼손된 상태임을 아는 것. 지적으로 겸손해지고 신중해지는 것."(100쪽)
이 책은 100권의 벽돌책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안내서가 아니라 오늘날의 빈약한 독서 문화와 부박한 지적 풍토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읽힌다.
![소설가 장강명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6/yonhap/20260316080713356wofd.jpg)
"특별한 독서법이 없다는 게 벽돌책 독서의 비결"
하지만 벽돌책 읽기가 쉽고 편안한 경험은 아니다. 어떤 책들은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수반한다.
장강명은 "사실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에 소개한 100권은 어떤 식으로든 제가 소화한 책이고, 읽었지만 아직 소화를 못 해서 서평을 미루고 있는 벽돌책도 있다"며 더글러스 호프스태더의 '괴델, 에셔, 바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언급했다.
또 "소화는 했지만 읽기 어려웠던 책"도 있었다며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을 꼽았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청각장애, 자폐증, 동성애 등 흔히 질병 혹은 비정상으로 간주해버리는 예외적인 특징을 지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무척 쉽게 잘 쓴 원고임에도 그가 책을 읽다 멈추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가슴이 미어지는 대목이 많아서"였다.
그에게 벽돌책을 읽기 위한 특별한 독서법이 있는지도 물었다.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별다른 독서법은 없네요. 특별한 독서법이 없다는 점이 벽돌책 독서의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벽돌책 읽기란 결론이 아닌 과정이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여전히 벽돌책의 첫 장을 열기를 망설이는 독자에게 응원을 건넸다.
"과도하게 겁을 먹거나 비장해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는 책이 있으면 그냥 포기해도 괜찮습니다. 저도 자주 그럽니다."
덧붙이자면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은 360쪽 분량이다. 작가가 정한 벽돌책 기준엔 못 미친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걷는다는 기분으로"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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