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의 언어로 유물을 말하다…국립중앙박물관 '청년멘토' 도전기

한이재 기자 2026. 3.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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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해설사는 아닙니다만"…긴장된 3분 해설 테스트
교육·테스트 거쳐 15주간 학생단체 관람객 대상 해설
눈높이 맞춰 또래가 설명하며 관심과 흥미 가지도록
"시간이 지나면 힘들더라도 분명히 좋은 자산 될 것"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백예림씨가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힘들다고 했는데도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13일 국립중앙박물관 으뜸홀. 청년멘토 해설 테스트를 앞두고 김현지 전문해설사가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정회윤씨가 웃으며 답했다.

"어려워서 오히려 도전 정신이 생겼어요."

이날 정씨와 박상현, 박연우, 백예림씨 등 청년멘토 지원자들이 테스트를 치렀다. 이들은 사전에 전시실과 동선 교육을 받은 뒤 유물 5점 해설을 준비했다. 해설사가 유물을 고르면 약 3분 동안 설명하는 방식이다. 평가 기준은 해설 내용과 암기, 태도다.

지원자들은 전시실로 이동하며 마지막으로 해설 내용을 점검했다. 백예림씨는 휴대폰에 적어둔 대본을 다시 살폈고, 박연우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설명을 되뇌었다. 백씨가 '인장'을 설명하자 다른 멘토들은 두 손을 모은채 지켜봤다. 김 해설사는 클립보드에 메모를 남기며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청년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김현지 전문해설사에게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같은 유물을 설명해도 내용은 서로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김 해설사는 설명에 오류는 없는지, 관람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지 살폈다. 처음에는 긴장한 모습이던 멘토들도 점차 손동작이 자연스러워지고 눈을 맞추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나가던 관람객이 발걸음을 멈추고 해설을 듣는 모습도 보였다. 어느새 청년멘토들은 어엿한 도슨트처럼 보였다.

"옛날에 접어서 보는 책이나 두루마리가 많았는데, 옆으로 떨어지는 걸 방지하려고 경상 끝이 말려 올라간 형태로 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떨던 백예림씨도 차분한 목소리로 '경상'을 설명했다. 이렇게 이날 테스트가 마무리됐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청년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이들이 해설한 '고려-기증' 코스는 상설전시관 내 ▲중·근세관의 고려1·2실 ▲역사의 길 ▲서화관의 불교회화실·목칠공예실 ▲기증관의 기증3·4실과 기증테마공간을 잇는 동선이다. 다른 코스에 비해 관람객이 많지 않은 공간이다.

김 해설사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물이 있는 곳은 아니고 박물관 누리집에서 정보를 찾기 쉽지 않은 곳"이라며 "관람객이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어 잘 찾지 않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코스는 비교적 자료가 적어 해설 준비가 쉽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멘토'는 박물관이 2011년부터 운영해 온 장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이 학생 단체 관람객들에게 전시 유물을 설명하며 또래의 언어로 문화 유산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청년멘토 해설은 이날 테스트가 진행된 ‘고려-기증’을 포함해 '선사-도자', '고대-조각', '조선-회화' 등 총 4개 코스로 운영된다.

지난해 2만7000여명의 학생 관람객이 청년멘토 해설을 들었다. 지원자도 늘고 있다. 신규 서류 신청자는 2023년 상반기 168명에서 올해 상반기 259명으로 증가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박연우씨가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학예연구사를 꿈꾼다는 박상현씨는 "어릴 때부터 박물관을 다니며 언젠가 참여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박물관이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란 점에서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회윤씨도 "중학생 때부터 학예연구사를 꿈꿨다"며 "청년멘토가 된다면 어린 관람객들이 저처럼 박물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정회윤씨가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활동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청년멘토들은 하루 최대 네 차례 해설을 진행하기도 한다. 관람객 연령에 맞춰 설명 방식과 단어도 바꿔야 한다. 김 해설사도 초창기 '청년멘토'로 참가했지만,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박상현씨는 "전공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전문용어를 써도 되지만 학생들에게는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한다"며 "보고서를 쓰듯 말하는 습관을 구어체로 바꾸는게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정회윤씨도 "정보가 많지 않은 유물도 있어 준비가 쉽지 않았다"며 "더 꼼꼼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테스트를 마친 김 해설사는 지원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많이 힘들 겁니다. 그래도 나중에 돌아보면 재미있고 삶에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거예요."

테스트를 통과한 '청년멘토'들은 오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학생 관람객을 만나 해설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2026년 상반기 청년멘토에 지원한 청년들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교육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멘토는 초·중·고 학생 관람객들을 안내하며, 유물에 대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6.03.13.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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