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 막을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카운트다운
LNG·원전·전력망 협력 부상…에너지 동맹 확대 기대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3월12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세를 추가 부과하려던 미국의 명분을 다소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총 3500억 달러(약 151조원) 규모의 전체 대미 투자 가운데 약 200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향후 한미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할 전략적 카드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는 LNG와 원전 등 에너지 협력 카드를 내세워 국익과 사업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루이지애나 LNG 터미널 유력 후보로 거론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력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후보군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전력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내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필요성,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정부는 이 중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 통과 이후 미국과 협의를 거쳐 적절한 시점에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로 한 만큼,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1호 프로젝트가 공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정부는 대미 투자 추진 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속도 조절론을 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 여부 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판결에 따라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 규모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하기보다 일본, 대만 등 다른 국가들의 투자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대미투자특별법 통과와 한미전략투자공사 설립 등 절차적 준비 단계가 산적해 있다는 점 역시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신중하게 접근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월 한국의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월26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협정을 법으로 제정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의 기타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일본이 지난 2월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한국 역시 1호 프로젝트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투자 후보로는 미국 측 제안에서 출발한 루이지애나주 LNG 수출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가 꼽힌다. 루이지애나는 미국 최대 규모의 LNG 터미널인 사빈 패스(Sabine Pass) LNG 터미널이 위치한 지역으로, 미국 남동부에서 생산된 LNG를 수출하는 핵심 거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LNG 수출 물량의 약 60%가 루이지애나 터미널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로 공급됐다. 그런데 최근 공사비 상승과 인허가 문제 등으로 신규 LNG 수출 터미널 투자가 대폭 지연되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에 투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최근 LNG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의향을 확인하는 등 터미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한미전략투자기금을 통해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기업이 건설 과정에 참여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분위기다. 국내 철강 기업이 관련 기자재를 공급하고, 터미널을 오가는 LNG 운반선은 국내 조선사가 수주·건조하는 방식으로 양국이 '윈윈(win-win)' 하자는 전략이다.
LNG 터미널 프로젝트는 비산유국인 한국 입장에서도 LNG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국은 천연가스 수입의 약 19.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상시 노출된 상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면 미국산 LNG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카타르가 LNG 수출과 관련해 불가항력 상태에 직면할 때 미국산 LNG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며 "에너지 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산 LNG를 필연적으로 찾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전력 수요 대응…원전·전력망도 물망
마누가(MANUGA·미국 원자력발전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인 원자력발전소 건설 역시 유력한 대미 투자 후보로 지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3월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대미 원전 투자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으나 관련 논의를 진지하게 진행 중"이라며 원전 프로젝트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현재 2030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 10기를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원전 설계 기술(웨스팅하우스)만 확보됐을 뿐, 30년 이상 신규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없어 사실상 건설 역량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세계 최고의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예산 내 적기 시공)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의 협력이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도 향후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전력망(송배전망) 투자 역시 양국의 니즈(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후보 사업으로 거론된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산업 확대 등으로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정작 전력을 공급하는 송배전 인프라 상당수는 설계 수명을 넘긴 상태다. 전력망 사업에서는 글로벌 기술력이 입증됐고, 미국 내 생산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상당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는 1호 프로젝트 발표 전까지 다방면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미국 투자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어떤 사업으로 확정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향후 프로젝트 선정 과정이나 투자 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은 대미투자특별법 절차에 따라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보다 앞서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 일본은 이미 후속 투자 프로젝트에 관한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신문·교도통신·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미 투자 2호 프로젝트로 △SMR 건설 △구리 정련 시설 △디스플레이·액정 제조 등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3월19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후속 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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