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조금씩 시작되는 변화…발전원 넘어선 논의
우리가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달리, 일반용, 교육용 또는 산업용 전기의 경우 계약 전력에 따라 시간대별로 전기요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 전력량이 큰 경우엔 시간대별 가변요금은 선택이 아닌 의무(일반용 300kW 이상, 산업용 300kW 이상, 교육용 1,000kW 이상)입니다. 구매자의 입장에선 이를 통해 비용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고, 공급자의 입장에선 가격에 기반하여 수요 시간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이런 가운데 새정부의 출범, 그리고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과 함께 '계시별 요금제(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제)는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고, 지난 13일 전기위원회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심의했습니다.
시간대별로 요금제를 달리하는 경우,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시간대로 나뉘어 다른 요금이 적용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기준으로, 지금까진 경부하대는 밤 10시부터 오전 8시 사이, 이후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중간부하가 적용됐고, 11시~12시 잠시 최대부하 요금이, 그리고 12시~오후 1시엔 다시 중간부하 요금이 적용됐죠. 점심시간 이후부터 통상의 '나인 투 식스' 근무가 종료되는 시간인 오후 1시부터 6시까진 최대부하가, 이후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진 다시 중간부하 요금이 적용됐습니다. 겨울철엔 경부하 시간대는 그대로 유지되나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 중간부하, 이후 9시부터 정오까지 최대부하, 해가 중천에 있고, 하루 중 일 최고기온이 기록되는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 다시 중간부하, 이후 오후 4시부터 저녁 7시 사이에 최대부하, 저녁 7시부터 밤 10시 사이엔 다시 중간부하로 구분됐고요. 이러한 시간대 구분은 요금 종류를 막론하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번 개편안에선 이 시간대별 구분이 좀 더 단순해졌습니다. 봄~가을 기준, 경부하 시간대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밤 10시부터 오전 8시 사이입니다. 그리고 통상 '일과시간'의 절반인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엔 중간부하, 이후 오후 3시부터 밤 9시 사이는 최대부하, 이후 경부하 시간대가 찾아오기 전까지인 밤 9시~10시 사이엔 중간부하로 구분됐죠. 겨울철 부하 구분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평일과 달리 일과시간 중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주말 또는 공휴일엔 봄과 가을에 한해 되려 한낮 요금을 50% 인하하는 제도도 시행됩니다. 이 할인은 개편안의 주요 대상이 아닌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에도 예외적으로 적용되고요. 더불어, 산업계의 적극적인 수요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추가 할인'도 가능해집니다. '플러스 수요관리제도'라고 명명된 DR(Demand Response, 수요 반응)과 주말·공휴일 할인을 동시에 적용받을 경우, kWh당 31~5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평일 최대부하 요금의 20~3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개편안은 오는 4월 16일, 산업용(을) 요금을 시작으로 6월 1일부터는 산업용(갑) II, 일반용(갑) II, 일반용(을), 교육용(을) 등 기존 계절·시간대별 요금이 적용됐던 요금제에도 반영될 계획입니다. 다만, 준비기간 등이 필요한 곳들은 적용 유예신청시 9월 30일까지 추가적인 준비기간이 부여됩니다.

이런 실제 총수요와 달리, 전력시장 내 순수요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새벽녘에 5.7GW의 낮은 수요를 기록한 이후 증가가 시작된 것은 동일하지만, 되려 일출과 함께 순수요는 갑자기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전력 기준, 이날의 최저수요는 5만 2,079MW로, 한낮인 오후 12시 40분에 기록됐죠. 새벽 2시 50분보다 한낮의 수요가 더 적었던 겁니다. 점심시간 이후, 실제 총수요는 약한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이후 전력시장 내 순수요는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전력시장 차원의 최대수요가 기록된 것은 저녁 6시 45분(6만 8,938MW)이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개편안 속 전기요금은 '한전이 전기를 판매하는 가격'을 의미합니다. 즉, 전력시장 내 거래되는 수요에 반영되는 가격인 것이죠. 5분 단위의 수요 변화 곡선과 개편 전후 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시간대를 살펴보면, 개편안이 오후 시간 총수요와 달리 급증하는 순수요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꾀하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쌍봉낙타 같은 수요 곡선을 최대한 평탄하게 만드려는 것이죠.

전력시장 안팎의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남에 따라 전력시장 내 순수요는 실제 최대부하 시점에 되려 최저를 기록하게 되고, 이는 곧 타 발전원의 발전량 감소로 이어집니다. 그간 연재에서 꾸준히 말씀드린 것처럼, 하루 중 이 정도 규모에 달하는 발전량 조절을 할 수 없는 경직성 전원(원자력, 석탄화력)은 여기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 합니다. 낮 시간대 가스화력 발전량이 급감하고, 양수발전이 최대한 물을 끌어올리며 전기를 위치에너지로 바꿔 저장해두는 이유입니다.
이는 가스화력 발전사업자에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겠지만, 시장의 원리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같은 다른 대규모 주요 발전원과 달리 유연성을 갖췄다는 특성 외에도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비가 가장 비싸기 때문에 출력을 먼저 조절받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전력 생산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은 그저 덤일 뿐입니다. 가스화력 발전사업자의 입장에선 원자력학회나 원전 산업계의 '원전도 유연한 운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매우 반가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홀로 출력을 26.3GW(오전 7시 50분)에서 12.8GW(오전 11시 55분)로 절반도 안 되게 줄여야만 했던 부담을 나눠질 수 있으니까요.

지난 328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뒤집어봐야 보이는 것도 있다?〉에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영국,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일본의 실제 전력수급 상황과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가격에 대해 살펴본 것처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실질적인 수요의 이전을 부르는 가격 격차는 매우 큽니다. 프랑스는 최저 21.29달러/MWh, 최고 137.73달러/MWh, 스페인은 최저 21.29달러/MWh, 최고 148.04달러/MWh로 하루 중에도 최저가가 최고가의 7~15%에 그치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유럽 대비 더딘 미국 조차 최저 33.83달러/MWh, 최고 74.51달러/MWh로 최저가가 최고가의 45%에 불과합니다. 위의 5개국 가운데 하루중 최고-최저 격차가 가장 적은 일본도 최저가(55.2달러/MWh)는 최고가(118.95달러/MWh)의 46%를 기록했죠.

이러한 변화가 시사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더 이상 '발전원의 확대'만을 논하지 않는, '진짜 에너지전환'에 돌입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실질적인 프라이스 시그널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전기요금 체계의 개편이기에 '판매가격'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가격 신호는 공급자에게도 유효한 신호입니다. 수급 상황에 따라 같은 전기를 팔아도 발전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가격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늦게나마 우회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인 셈이죠. 더불어, 이러한 논의의 확장은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라는 과정에서 발전원 외 망과 기타 유연성 자원, 그리고 수급 자체의 유연성을 부를 수 있는 각종 제도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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