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경제] 핵보다 위협적인 호르무즈 봉쇄‥대체로 없나?
[뉴스투데이]
◀ 앵커 ▶
월요일마다 만나는 뉴스 속 경제시간입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그리고 전황에 따라서 원유 시장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이성일 경제전문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 ▶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국이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함까지 파견해 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후르무즈 해협이 도대체 뭐길래 이러는 겁니까.
◀ 기자 ▶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 반도 동쪽 끝이고,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뱃길입니다.
해협 폭도 34km 정도로 좁지만, 해저 지형과 안전 거리 확보 등을 감안해 실제 활용하는 뱃길은 각각 폭 3km 남짓한 양방향 통행로뿐입니다.
인체의 핏줄로 치면, 모세혈관과 비유하는 것이 적당할 만큼 비좁은 길목인데, 하루에 2천1백만 배럴, 전세계 소비량의 20%, 우리나라 일주일 분 수입량이 지나갑니다.
미군이 폭격을 가한 하르그 섬, 이란의 원유 수출항도 이 안에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 수송로 교착점, '급소'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뱃길 하나가 통제되면, 수입량 70%가 막히는 셈인데, 수입한 원유로 공장 돌려 물건 만드는 우리나라· 중국에 미국이 거들라고 말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 앵커 ▶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전 세계소비량의 20%가 지나가는데 우리나라의 소비량의 70%나 된다고 했습니다.
사실 중동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겪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그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이 나올 법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 기자 ▶
1979년 이슬람 정권이 이란에 들어선 이후,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된 것은 없습니다.
바닷길 대신 육지에 송유관을 설치할 수 있지만, 동아시아까지 거리가 멀고 여러 나라·고원을 거쳐야 해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뱃길로 좁혀 보면, 주요 산유국들, 유전, 원유를 수출하는 항구는 모두 페르시아만에 모여있습니다.
사실상 유일한 출구가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우회로가 없지는 않습니다.
넓은 영토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는 반도 건너편 홍해 뱃길로 돌리기 위해서 1200km짜리 송유관과 항구를 건설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도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항구·저장시설을 만들어 유사시에 활용했는데, 푸자이라 항구는 지난 주말 이란의 포격 대상이 됐습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였던 두 송유관 용량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의 1/4 이하에 불과해 충격을 온전히 흡수할 수준이 아닙니다.
중동이 아닌 곳에 들여오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한국은 지난 5년 사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렸지만,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을 온전히 대체할 정도가 되지 못합니다.
◀ 앵커 ▶
원유 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자동차 기름값이나 난방비만 오르는 게 아니라 다른 산업에까지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치잖아요.
당연히 앞으로 세계 경제 좋은 영향을 미칠 리는 없겠네요.
◀ 기자 ▶
호르무즈 봉쇄되면, 다른 지역 원유 값도 오르고, 전세계가 동시에 고통을 받습니다.
휘발유·난방비가 생활비 올리는 직접 영향 외에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끌어올려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물가 잡아야 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에 2중 3중 충격을 주게 됩니다.
대표적 사례가, 물가 상승·수요 감소· 성장률 침체로 이어지는 전세계적 디플레이션을 불러왔던 1970년대 오일쇼크였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 이스라엘이 아닌 주변 아랍국가를 겨냥해, 정유 시설· 원유 수출항구에 공격을 퍼부은 배경에는 이런 불안감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 앵커 ▶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내는 메시지만 봐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합니다.
◀ 기자 ▶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전'을 용납할 수 없는 이유도 유가상승이 불러올 파국적 여파 때문입니다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원유에 대한 거래 금지 조치를 완화하고, 100년 된 해운 규제도 푸는 것을 검토할 만큼 절박해 보입니다.
전쟁을 곧 끝내겠다는 말도 치솟는 유가 앞에서 부쩍 자주 나옵니다.
지난 9일 숨진 지도자 하메네이의 아들을 이란 강경파가 새 지도자로 추대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30% 급등·주가는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전쟁을 곧 끝내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과 저녁에 한 말이 다르고, 대통령과 장관 말이 모순돼, 혼선을 빚기도 합니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수송로가 막힌 원유를 저장할 장소가 소진돼, 유전마다 생산량을 서서히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생산량을 줄인 원유 시추정에서 이를 다시 늘리려면, 회복에 몇 주에서 여러 달 걸리기도 합니다.
무기 손실이 큰 이란 군부가 "유가를 200달러까지 올리겠다", "미국 마음대로 전쟁 못 끝낸다"고 엄포를 놓으며 호르무즈 공습에 집중하는 것은, 나름의 계산에서 나온 최후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앵커 ▶
이제 전쟁이 당장 끝난다 해도 경제가 바로 회복되기도 어려운 지경까지 돼 버렸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 앵커 ▶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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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기자(sile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today/article/6807656_37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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