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닭 전염병 동시 확산 석 달째..지난달 축산물 물가 6% 급등
한우 양지는 20.5% 치솟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3대 가축전염병’이 몇 달째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6%나 뛰었다.
돼지고기, 계란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서 한우 양지가 20% 넘게 급등하는 등 밥상 물가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 발생하는 상황은 국내에서 2년 연속 이어지는 것으로, 수의학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런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란 한 알 400원 육박…AI 살처분 ‘5년 만에 최대’
16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6~20일) 기준 계란 특란 10개 평균 소비자가격은 3893원으로 1년 전보다 20% 넘게 올랐다. 계란 한 알 가격이 400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30개짜리 한 판 평균 가격도 6843원으로 전년 대비 8.0% 비싸졌다.
계란 값을 끌어올린 주범은 6개월째 이어지는 고병원성 AI다. 2025∼2026년 동절기 가금농장 발생 건수는 56건으로, 2022∼2023년(32건)과 2024∼2025년(49건)을 모두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경기·충남·전북·경북 4개 도에서 5건이 추가 확진됐고, 지난 13일에는 전국 최대 산란계 사육지인 경기 포천시의 4만5000마리 규모 농장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번 동절기 산란계 살처분은 980만 마리를 넘어 5년 만에 최대로, 1년 전(483만 마리)의 두 배이자 2∼3년 전의 약 네 배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일평균 계란 생산량이 4754만 개로 전년보다 5.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닭고기 가격도 뛰었다. 이달 둘째 주 육계 소비자가격은 ㎏당 6235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6% 올랐고, 이달 산지 가격은 ㎏당 2200원 안팎으로 전년(1953원) 대비 12.6%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ASF 22건 ‘역대 최대’…돼지 도축 15% 줄어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삼겹살은 100g당 2611원으로 1년 전보다 3.1%, 목살은 2440원으로 4.9%, 앞다릿살은 1518원으로 8.4% 각각 올랐다.
올해 ASF 발생 건수는 22건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와 2024년 2년을 합산한 17건보다 이미 많고, 2019∼2025년 7년간 연평균 7.9건과 비교하면 올해 확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다.
올해 ASF로 인한 살처분 마릿수도 벌써 15만 마리를 넘어 지난해 한 해(3만4000마리)의 4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돼지 도축 마릿수는 조업 일수 감소까지 겹쳐 전년보다 15% 이상 줄었다.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상반기 평균 돼지 도매가격이 ㎏당 5500∼5700원으로, 작년보다 3.3%, 평년보다는 12.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경기·강원 등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경로에 국한됐던 ASF가 올해 충남·전남·전북·경남 등으로 처음 번지면서 이른바 ‘ASF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도축장 돼지 혈액을 원료로 한 배합사료에서 ASF 유전자가 처음 검출되는 등 방역망의 허점도 드러났다.
◇방역 허점에 “당국이 감독했어야”
한우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세다. 이달 둘째 주 기준 안심(100g·1만5616원)과 등심(100g·1만2296원)은 전년보다 각각 14.0%, 17.4% 올랐고, 양지(100g·7118원)는 20.5%나 급등했다. 농업관측센터는 한우 사육 마릿수 감소로 올해 도축 마릿수가 86만2000마리로 전년보다 9.1% 줄고, 2027년(82만6000마리), 2028년(82만3000마리)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우 도매가격은 ㎏당 2만1000원 안팎으로 작년보다 6.9% 오를 전망이다.
구제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천 강화군·경기 고양시 소 사육 농장에서 3건이 확인됐다. 연간 발생 건수도 2023년 11건에서 지난해 19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구제역 확산은 정부의 한우 수출 확대 계획에도 걸림돌이 된다. 구제역 미발생국에 소·돼지고기를 수출하려면 청정국 지위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2년 연속 구제역이 발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2년 연속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백신 접종 누락을 꼽는다. 발생 농장의 항체 양성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는데, 이는 연 2회 의무 접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신 접종 점검은 방역 당국이 할 일인데, 대형 농장 접종을 농가에 맡기고 당국이 감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병원성 AI는 살처분 중심 정책을 재검토하고,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의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이 다른 국가에 비해 늦다”는 지적에 농식품부는 “AI와 ASF 백신 도입은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송미령 장관에게 “가축 질병 관련 장관 주재 회의를 딱 두 차례 했는데 너무 안이한 거 아니냐”며 “현 상황을 농식품부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의학자들은 가축전염병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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