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파병요청에 신문들 "킬박스 위험"…경향 "받아들일 수 없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트럼프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 1면, 신문들 '위험성' 우려
"참전이나 다름없어, 공격하면 사상자 위험 커"
이 대통령 "무책임한 언론 흉기보다 무섭다"…한국"'우리 편' 예외 아니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중국·프랑스·일본·영국이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파병을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에 동맹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란 지적이 나온다. 16일 아침신문들은 한국의 군사 개입 시 벌어질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주문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사설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바라건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이 인위적인 제약의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도 이곳으로 함정을 보냄으로써 호르무즈 해협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한국 등 5개국에 요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올린 글에서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그 통로를 관리해야 하며 우리는 그들을 아주 많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일부 국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미국 NBC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여러 나라가 참여를 약속했고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나라가 약속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가진 유일한 힘은 기뢰 투하와 단거리 미사일, 즉 해협 봉쇄 능력뿐”이라며 “미군이 해안선 정리를 마치면 그 힘마저 사라질 것이고 이틀 안에 완전히 제거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NN에 “중국은 즉각적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이란은 각국에 분쟁을 확대하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14일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모든 나라를 향해 “갈등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일본에 배치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과 소속 해병 원정 부대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증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약 2500명의 해병이 승선한 최대 3척의 군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동으로 이동해 현지 5만 명 규모의 미군 병력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15일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하여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만 해도 “우리는 이미 승리한 전쟁에 참전하는 사람들은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신문들은 파병이 작전상 위험한 것은 물론,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참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3면에서 “지금 호르무즈에 군함을 보내는 것은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참전하는 것과 다름없고, 이란이 무인기(드론)나 자폭 보트, 미사일 등으로 호르무즈를 지나가는 군함을 공격할 경우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제3국이 작전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 목적지가 중국(37.7%), 한국(12.0%), 일본(10.9%), 유럽(3.8%), 미국(2.5%) 순이다. 미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이 호르무즈 봉쇄 해제 임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향신문은 풀이했다. 미국은 특히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도 압박했다. 경향신문은 “문제는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호르무즈를 '죽음의 통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4㎞에 불과하고 북부 항로는 해안선과 가까워 이란이 드론·미사일 등으로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센터장(중동학)은 동아일보에 “인명 피해 등 리스크가 큰 상선 호위 작전을 미국 단독이 아닌, 다국적군을 구성해 수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외신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상선 보호 작전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며 영국 일간 가디언도 영국 해군 제독 출신인 닐 모리세티를 인용해 “현재로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는 위험이 너무 많이 따른다”고 전했다고 했다.
동아일보와 한겨레도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폭이 좁은 지점이 3.2km에 불과해 '킬 박스(kill box·집중 공격 구역)'로 평가받는 위험 지역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드론, 대함 미사일, 고속정 공격이 거의 전 방향에서 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최대 6000개의 기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한 점도 미국을 다급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만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작전 위험도도 올라갔단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또 청해부대가 호르무즈해협에 파병됐던 6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다”며 “우리 군의 '독자 작전'이었던 2020년과 달리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으로 미국과 이란 전쟁의 최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작전 위험도가 훨씬 크다”고 했다. “청해부대는 대함·대공미사일과 어뢰 등을 장착한 4400t급 구축함과 해상작전헬기 등으로 구성돼 있으나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함이 배치되지 않아 기뢰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당장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배치했던 전략자산을 중동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등도 중동으로의 차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달 이란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후, 우리나라에 미국의 지원 요청이 올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주로 1990년대 이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한미 간의 협상, 지원 결과 및 효과 등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당시의 파병이 주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토대로 이뤄진 것과는 달리 파병 명분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파병 요청에 경향 “받아들일 수 없다” 한겨레 “후안무치”
경향신문은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가 “한국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고 못 박았다. 경향신문은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시작된 대이란 전쟁에 동맹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려는 셈”이라고 했다.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라도 벌어지는 경우 한국은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는 대이란 전쟁의 복판에 끌려들어가게 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한국의 원유 수입 항로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이어 “더구나 이번 전쟁은 이란의 공격 징후가 전혀 없었는데도 미국·이스라엘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어기고 선제 공습을 전격 감행한 것이 발단”이라며 여기에 한국의 파병을 요청하는 것은 “당사국 중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협의한다”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도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그러면서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건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일방적으로 시작한 전쟁의 군사적 비용을 제3자인 동맹국에 떠넘기려는 미국의 행태가 도리어 동맹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물론 비준동의권이 있는 국회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설 <호르무즈 파병, 국익 해치는 전쟁 휘말리면 안 된다>에서 “확전 위험이 있는 군함을 보내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방안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란 군사 공격의 직접적 타깃이 될 수 있는 호르무즈 파병을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것은 '혼자서 친 사고에 애먼 이웃을 끌어들이려는'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국회 동의 절차를 통해 국민의 뜻을 묻는 게 정도”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파병과 관련해 우리 선박 26척이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고 “원유 공급처 확보를 위해 우리 상선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라고 한 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좁은 곳은 폭이 약 39km, 대형 유조선 운항 수역 폭은 약 10km에 불과해 이란의 드론이나 기뢰,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고 했다.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가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라며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이 즉답을 피하며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도 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로 확보는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러나 군사 작전에 직접 참여할 경우 이란과의 관계 악화 문제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보면서 동맹에 대한 재평가도 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군함 파견은 한·미 동맹, 국익 확보, 이란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한국 “무책임한 언론 흉기보다 무섭다, '우리 편' 예외 아니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무책임한 언론은 흉기보다 무섭다”고 밝힌 것을 두고 아침신문들이 각기 해석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한 장영하 변호사가 최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데 대해 14일 SNS에서 “(변호사 발언을) 무차별 확대 보도한 언론들이 사과는커녕 추후 정정보도 하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가짜뉴스 없는, 진실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맑은 세상을 희구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폭 연루설뿐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는 공소취소 거래설과 같은 허위주장들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13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너무 어이가 없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며 홍 수석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언론사로 등록된 상태라 방미심위(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적절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했다. 이후 정무수석실은 “인터넷 언론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공소취소' 논란과 관련해선 언론중재법에 따른 중재 대상이기에 발언을 바로잡는다”고 알렸다고도 전했다.
세계일보는 이를 두고 “그간 공소취소 거래설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언급을 피해온 청와대가 보다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한 시민단체가 장 기자를 고발했다며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공소취소 거래설'을 직접 수사한다. 서울청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된 장인수 전 MBC 기자 사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면서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무책임한 언론 흉기보다 무섭다”...'우리 편' 예외 아니어야>에서 “공적 채널인 대통령 SNS 계정에서 이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언급하는 건 공사 구분이나 대통령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김어준 씨는 장씨 발언 내용(이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검찰 보완수사권 거래설)을 미리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보도 내용의 사실관계를 사전 검증해 보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자 기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발언은 맞는 말이다. 다만 '우리 편 매체'에도 예외여선 안 된다. 민주당은 장씨만 고발했다”며 “정치적 유불리, 진영에 따라 언론에 이중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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