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를 찾는 선거에서 다양성을 묻다

이경미 2026. 3. 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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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미 메타보이스㈜ 차장

이달 8일은 여성의날이었다. 주변 여성 지인에게 존중과 연대의 의미로 빵과 장미를 나눠 주는 행사가 있었다. 나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이 좋은 행사를 며칠 뒤 기사를 보고 알았다. 아쉽지만, 빵과 장미는 내년을 기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문득 이번 지방선거에 여성 후보와 정책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졌다. 다만 글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전, 이 글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후보나 정책을 홍보하는 글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놀랍게도 역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여성 당선자가 있었지만, 광역단체장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나경원 현 국회의원, 박영선 전 국회의원,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김은혜 현 국회의원 등 여러 차례 도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당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과연 다를지 톺아보자.

최초를 향한 문

더불어민주당 단수 공천으로 확정된 후보로는 인천시장 박찬대 의원, 강원도지사 우상호 청와대 전 정무수석, 경남도지사 김경수 전 도지사가 있다. 국민의힘 단수 공천으로 확정된 후보로는 인천시장 유정복 현 시장, 세종시장 최민호 현 시장, 제주도지사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있다. 다른 지역은 각 당의 공천룰에 맞춰 여러 후보가 치열하게 경선 중이다.

그중 여성후보는 서울시장 전현희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경남도지사 전희영 전 전교조 위원장이 있다.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요 여성 후보에서는 제외됐다. 그 외 출마를 공식선언하거나 주요 후보로 언급되는 여성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여성 최초의 광역단체장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언급된 주요 후보 중 일부 후보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꼭 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다.

진화하는 여성 정책

광역단체 단위에서 나오는 정책은 중앙정부 정책 다음으로 우리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선거철마다 후보가 출마 선언하거나 확정되면 정책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여성 정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특정 후보의 정책을 의도적으로 홍보할 의향은 없기에 여기서부터는 정책 내용에만 집중하려 한다.

찾아보니 눈에 띄는 공약들이 많았다. 전국 최초 출산·돌봄 공공 책임제 도입,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 남녀 모두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무료 접종, 여성 1인 가구 안심정책,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무상지급, 성평등 노동공시제 도입,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경력단절 바로복직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언급된 여성정책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면서 의문을 가지거나 불합리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국가에서 해준다는 점에서 제법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다. 느리지만, 삶을 둘러싼 정책이 진보하고 있음을 실감하기도 한다.

성별을 넘어선 공감대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은 선거마다 관심사였다.

올해 초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4명가량인 77.6%는 여성 광역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여성에서는 86.7%, 남성에서는 68.8%였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지만, 남성도 적지 않은 수치다. 이념성향별로도 진보 성향자 중 87.5%, 보수 성향자 중 67.7%로 조사됐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념성향과 무관하게 꽤 높은 비율이다. 즉, 여성단체장의 필요성은 성별이나 이념성향을 넘어선 사회적 요구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여성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주요 이유가 '해당 선거구에 여성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5.3%라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거나 언급되는 주요 광역단체장 여성후보가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고,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 여성후보가 있는 게 아니니 찍을 사람이 없어서 못 찍었다는 응답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제는 정치권이 답할 차례

고려대 정치연구소 수록 논문 중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와 여성할당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인식을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여성정치인 육성과 발굴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2018년 10월 고려대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를 인용했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응답자 중 58%가 여성의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여성에서는 72%, 남성에서는 44%였다. 올해 초 발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결과에 비하면, 남녀 간 차이를 보인다. 당시 조사 시기가 젠더정치를 향한 관심이 커진 시기였기에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서 본다면 몇 년 사이 인식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

해당 조사에서 또 눈에 띄는 점은 지역구 30% 할당제에는 반대하면서도 여성 정치신인 발굴에는 동의한다는 응답이 71%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여성 정치신인 발굴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높다는 건 지금 봐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중 여성 광역단체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77.6% 점과 비교하면,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2018년 10월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남녀 모두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방식과 과정에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여성정치인 발굴이나 필요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건, 성별을 떠나 공통된 인식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는 갈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최초를 넘어 다양성으로

일을 하다 보면 기계적으로 확인하거나 암기하는 습관이 있다. 전국 여론조사를 할 때면 인구 비례에 맞춰 할당표를 짜는데, 나는 습관적으로 18세 이상 남녀를 기준으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은지 남녀 비율을 확인하고, 이후 서울·인천·경기를 합친 인구 비율 50%에 근접하는지, 나머지 지역은 예상한 비율이 맞는지 확인한다.

특정 성별을 강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녀 인구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말 필요한 분야나 대표성을 발휘할 역량이 있다면, 누구나 성별의 장벽 없이 당선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후보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바라는 마음으로 향후 지방선거를 지켜볼 예정이다.

메타보이스㈜ 차장 (gmlee@metavoice.kr)인용한 여론조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타난 여성정치인의 도전과 진입장벽 개선방안' 보고서 참고
https://www.kwdi.re.kr/publications/reportView.do?p=1&idx=133644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한국리서치 마스터샘플 활용 웹조사 방식 2018년 10월20~23일 조사
https://hrcopinion.co.kr/archives/11789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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