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없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커지는 ‘결사반대’ 목소리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두고 최근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반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조건부 찬성으로 열어놓고 논의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들이 사라진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노정협의 없이 정책들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공공기관 노동계에서는 대화 테이블이 꾸려질 때까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출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반대' 두 목소리
결사반대 금융노동계, 조건부 찬성 공공노동계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반대의 최일선에는 금융노동계가 있다. 수도권에 남은 공공기관 중 규모와 상징성을 갖춘 곳이 대부분 금융기관이라서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지방이전 공동대응 TF'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지부와 정부 입김이 미치는 NH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지부가 주축이 된다.
공공부문 노동계에서는 '조건부 찬성' 목소리도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공노련·공공연맹·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계속해서 이야기해 왔다"며 "혁신도시에 이미 내려간 기관들이 있고 혁신도시 필요성도 공감하고 있어, 금융노조 외 공공기관 산별노조와 연맹들에서는 노동계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할시 조건부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전했다.
조건부 찬성의 핵심 조건은 '혁신도시로만 이전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기본 원칙을 요구하는 셈이다.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했다. 이전 공공기관·대학·기업·연구소가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는 게 목표였다. 다만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경우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으로도 이전하는 '지역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돼 당초 취지와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동자 우려 커지고 대정부 신뢰 무너져"
이재명 대통령도 공공부문 노동계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충북 타운홀미팅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너무 많이 분산돼 지역에 가면 공공기관 한두 개만 따로 놀고 있고, 지역하고 섞이지도 못한다"며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의 성장 활력을 만들어낼 에너지들을 서로 모아야 힘을 받는다"고 말했다. '분산 배치 지양, 특정 지역 집중' 방침을 밝힌 셈이다.
문제는 지방이전에 관한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운영해 온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같은달 '1·29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 내 주택공급을 하겠다며 과천경마장의 이전을 발표했다. 상반기 내 이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국방연구원, 은평구의 한국행정연구원과 한국산업기술원·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전하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관계자는 "국토부 실무협의를 하며 쌓아온 신뢰들이 돌출된 정책들로 무너지고 있다"며 "지방이전 정책에 전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공부문 노동계와 협의 거치자"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공공운수노조 의뢰로 사회공공연구원이 조사해 11일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 기관 노동자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수도권 과밀 해소 및 지역 균형발전' 의견에는 55.7%가 긍정을 표해 부정적(44.3%)이라는 답변을 앞섰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74.8%였고, 매우 부정적이란 응답도 57.7%였다. 조사는 지난달 2~13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2차 이전 대상 기관 약 350개 중 21개 기관의 재직자 5천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이 중 2천632명(47.5%)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1.41%포인트다.
공공노동계는 지방이전 관련 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범정부 협의체를 만들어 산업 클러스터를 활성화시킨다는 원칙 아래, 이전 제외 대상 기관과 기준, 정주 여건을 노정협의를 통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관계자는 "대화의 물꼬를 대통령이 터주거나 국무총리가 맡아서 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말에서 일방 진행이 시작됐기 때문에 아무도 이야기를 못한다"며 "지방이전은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통행적 방식으로 반발을 더 키우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17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일방적 정부정책 반대와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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