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위 분리 ‘0시 티켓팅’했는데, 딜레마 빠진 하청노조들

이수연 기자 2026. 3. 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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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 “접수했다고 창구단일화 중단 안 돼” … “교섭도 못할라” 하청노조들 교섭요구 시기 ‘고민’
▲ 택배노조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 첫날 교섭단위 분리신청이라는 전략을 택한 하청노조들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분리신청 접수만으로 창구단일화 절차가 중단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하청노동자들이 모인 택배노조와 포스코 하청노조 플랜트건설노조는 지난 10일 0시께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는 대신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부터 했다. 과반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 교섭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노동위는 신청 30일 이내에 심판을 거쳐 직무별·상급단체별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결정한다.

10일 오전 CLS는 택배산업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해, 포스코는 금속노련의 교섭요구와 관련해 교섭요구 사실을 각각 공고하고, 오는 17일까지 다른 하청노조도 교섭 참여 의사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점부터 창구단일화 절차가 시작된다.

일부 노조들이 교섭을 요구하기 전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택한 데는 법적 근거가 있었다. 노조법 시행령 14조의11은 노동위의 교섭단위 분리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창구단일화 절차를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12월 발표한 복수노조 업무매뉴얼도 "사쪽은 노동위 결정이 있을 때까지 교섭요구 사실공고 등 창구단일화를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노조들은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면 창구단일화 절차가 곧바로 정지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교섭분리 신청하면 창구단일화 중단
시행령 믿었는데 노동위는 "따져봐야"

그런데 노동위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적법한 시기, 즉 창구단일화 절차 이전에 이뤄졌는지 아닌지도 최대 30일 걸리는 심판 절차에서 다툰다는 설명이다. 서울지노위는 "분리신청 접수 자체로 창구단일화 절차가 중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택배노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건설노조의 분리신청서를 접수한 경북지노위쪽도 "분리신청의 유효 여부는 심문회의에 들어가야 알 수 있다"고 본지에 설명했다.

이에 두 노조는 딜레마에 놓였다. 노동위가 분리신청이 창구단일화 절차 개시 이전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신청은 무효가 된다. 이때 원청이 요구한 '17일까지 교섭요구'를 하지 않으면 이번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 이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다시 하더라도 분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조는 교섭에 참여할 길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노조들은 교섭단위 분리신청만 했던 전략을 유지할지,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17일까지 교섭요구를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신청 요건을 갖췄으니 사실공고 등 창구단일화 절차가 중단됐다고 보면서도, 노동위가 이를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창구단일화 절차에 들어가는 방법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플랜트건설노조는 16일 교섭요구를 할 계획이다.

교섭창구 단일화가 낳은 혼란?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어느 시점에 했는지도 그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교섭단위 분리신청서가 팩스 등으로 노동위에 도착한 시점을 기준으로 할지, 노동위가 접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할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울지노위는 택배노조의 분리신청이 CLS의 사실공고보다 먼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권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절차적 요건을 좁게 해석하면 개정 노조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교섭단위 분리 제도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창구단일화 절차 속에서 노조들이 개정 노조법 시행에 맞춰 신청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선후를 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종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법리적으로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이뤄지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창구단일화를 강제한 제도 자체가 이런 혼란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분리신청이 유효한데도 사실공고문이 그대로 붙어 있으면 공고에 적힌 노조로 조합원이 이탈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CLS와 포스코는 교섭요구 사실공고를 철회하지 않았다.

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노동부 지침은 따로 없고 노동위가 정리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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