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ILO 총회] ‘플랫폼 노동자’ 보호할 국제기준, 협약 채택될까

올해 6월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플랫폼 종사자 관련 국제노동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한 세부 쟁점을 정리하고 협약으로 채택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권리 밖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ILO 논의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ILO는 6월 예정된 114차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 초안'(네 번째 보고서) 토대로 2차 논의를 이어 간다. 노동권과 산업안전보건, 보수·대가 같은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지난해 113차 ILO 총회에서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국제노동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첫 공식 논의가 이뤄졌다. 국제노동기준의 형식은 비준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으로 하되, 회원국 특수성을 고려해 지침을 담은 '권고'로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총회 이후 사무국 중심으로 내용을 다듬어 협약·권고 초안을 마련했다. 이달 초 공개된 자료(네 번째 보고서)는 사무국이 정리한 초안에 74개 회원국 정부와 106개 사용자단체·131개 노동자단체의 응답을 종합하고 이를 반영해 수정한 것이다.
플랫폼·종사자 범위 규정부터 첨예한 대립
지난해 1차 논의에서는 디지털 노동 플랫폼과 종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정의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법적 성격을 노동을 '조직한다(organize)'고 할 것인지, '용이하게 한다(facilitate)'고 볼 것인지가 대표적이다. 각각 사용자적 성격을 강조할 것인지, 중개자로 한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organizes and/or facilitate'라는 병렬 표현으로 정리됐다.
종사자 정의도 'worker'인지 'person performing platform work'인지 쟁점이 됐다. 후자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제안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플랫폼 종사자와 별도로 고용관계와 무관하게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이라는 범주를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고용상 지위 분류와 무관하게 광범위한 표현인 'a person employed or engaged to work'로 정리됐다.
'교섭권, 산업안전보건 조치, 보수' 핵심 쟁점 미합의
플랫폼 종사자에게 어떠한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의 주체는 누구인지 같은 핵심 쟁점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조항으로 남아 있다. 올해 2차 논의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실질적 인정을 비롯해 △괴롭힘 포함 산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어디까지 누가 보호할 것인지 △보수 또는 대가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지 등이다.
네 번째 보고서에 담긴 초안에는 산재예방의 주체를 '각 회원국'으로 명시해 플랫폼 기업이 책임에서 빠져 있다. 폭력과 괴롭힘 조항에서도 ILO 190호 협약을 구체적으로 인용하지 않은 채 원론적 내용만 담았다. 보수 또는 대가 조항에서는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고용관계가 없는 노동자에게는 가능한 경우 이러한 조치를 확대 적용하도록 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에도 직·간접 영향
ILO 총회에서의 논의 과정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법에서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정의할 것인지, 권리 보장·보호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당정협의를 거친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뿐만 아니라 같은당 김주영·이용우·박홍배 의원 등이 관련법 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13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ILO 플랫폼 노동자 보호 국제기준 설립 논의 전문가 간담회'에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협약 채택시 한국 정부는 비준 가능성을 전제로 국내 법령의 정합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며 "특히 플랫폼 종사자의 산업안전보건, 결사의 자유, 차별금지 등 관련 규정이 협약 수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뒤 ILO 협약과 연동해 개별 법률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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