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전쟁은 무엇을 해결하는가

전혜원 기자 2026. 3. 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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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박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증거는 부족하다. 트럼프식 접근법의 치명적 한계도 드러난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의 한 여자 초등학교에서 시민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AFP PHOTO

한국 시간으로 2월28일 토요일 오후,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1시간여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금 전 이란 내 대규모 전투가 시작됐다”라고 알렸다. 다음 날, 이란 국영방송은 자국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를 향해 보복 공격을 단행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3월15일로 16일째에 접어들었다.

트럼프는 왜 이란을 공격하기로 선택했을까? 그는 “이란 정권이 가하는 임박한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미국 국민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했다는 점을 명분 삼았다. 그러나 이란이 이번 공습 직전에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려는 적극적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2월26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곧”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게 될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중이었다고도 했는데,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이란이 그 같은 수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데 1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정작 이란 공습 직후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는 1979년 이란의 혁명 세력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한 사건, 1983년 이란의 대리 세력이 레바논의 미국 해병대 막사를 폭탄 테러한 사건 등을 언급했다. 앵커시 카드로리 전직 연방 검사는 3월2일자 〈폴리티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법적 논리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실질적으로는 그런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가 그토록 허약하다면, 트럼프가 이번 공습을 감행한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중동과 미국의 관계를 오래 연구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의 분석이다.

“첫째, 지난 1월 베네수엘라 공습 효과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콕 집어 신속하게 체포했고,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를 후임자로 만들어 미국 말을 듣게 만들었으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을 일부 확보했다. 힘으로 악인을 제거해 모두를 자기편으로 만든 ‘신화적 존재’로 스스로를 생각하는 듯하다.

둘째,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진압으로 이란 당국 집계로만 시민 3117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이란 정권의 정통성이 바닥에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은 47년간 숙적 관계를 이어왔는데, 이란이 가장 약해진 지금이 (공격할) 적기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셋째,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에서 연이은 사망자 발생,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트럼프가 국내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숙적인 이란을 날린다면 지지도를 반전시킬 상징적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또 하나 트럼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외부 변수로는 이스라엘이 거론된다. 전쟁 사흘째인 3월2일(현지 시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촉발할 것임을 알고 있었으며, 그들(이란)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들을 타격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발언을 〈악시오스〉는 이렇게 평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가 이 전쟁의 동인으로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이스라엘 발언’이 부른 마가 진영의 동요

마코 루비오와 트럼프는 해당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부랴부랴 톤을 낮추거나 말을 바꿨지만, 이 발언이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트럼프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동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마가 진영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비롯한 미국의 군사개입에 회의적인 경향이 있고, 트럼프는 바로 이런 목소리를 대변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해 5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연설할 때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자기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개입”해왔다며 조롱했다.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출신 부통령 J.D. 밴스는 2023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트럼프의 세 번째 백악관 도전을 지지한다며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트럼프 최고의 외교정책?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않는 것.” 밴스는 이번 공습 직전인 2월27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거의 교훈을 ‘과도하게’ 학습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어떤 대통령이 군사 분쟁을 망쳤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는 군사 분쟁에 관여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끝이 보이지 않는 채로 수년 동안 중동전쟁에 발이 묶일 거라는 생각—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실제로 그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이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관한 설명이 매우 혼란스럽고 계속 바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예컨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3월2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이른바 정권교체 전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습 직후 영상 메시지에서 이란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었다. “우리가 일을 끝내면,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 (…) 지금이 행동의 순간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

이란 통신사 편집국장 메흐디 라티피 씨. ⓒ메흐디 라티피 제공

트럼프의 봉기 촉구를 이란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란 테헤란에 기반을 둔 아자드 대학의 자회사 ‘아나 통신사(Ana News Agency)’ 편집국장 메흐디 라티피 씨(33)는 3월3일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군사 공습 이전에 그 메시지가 어느 정도 울림을 가질 여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미국의) 공격 그 자체가 그 울림을 크게 약화시켰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특히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시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을 지원한다는 기치 아래 이뤄지는 외국의 군사개입은 그런 움직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주변화해왔다. (…) 최근까지 정부를 비판하던 많은 이들조차도, 지금은 자국에 대한 군사 공격에 확고히 반대하고 있다. (…)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때, 내부의 분열은 좁혀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이란 언론인 쿠로시 지아바리 씨. ⓒ쿠로시 지아바리 제공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란 언론인이자 미디어 연구자인 쿠로시 지아바리 씨(36)도 3월5일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권위주의자”이며 “수백만 이란인들의 눈에 광범위한 인권침해, 언론탄압, 이슬람공화국의 정체성을 규정해온 여성혐오 정책을 승인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이란의 민주화로 이어질 현실적인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권과 도널드 트럼프의 무모한 확전이 낳을 결과는 장기적인 불안정과 혼란일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와 자기결정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것이다. 상처 입고 폭격당하고 트라우마에 휩싸인 나라가 곧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어떤 형태든 받아들이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이란의 시민사회, 여성 인권 활동가, 학생들, 학계, 기자들이 외부 개입 없이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어낼 만큼 권한을 부여받고 주체성을 인정받는다면 이란은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미국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고문을 지낸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 CEO는 3월2일(현지 시각)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식 전쟁 방식이 ‘파월 독트린’과 대비된다고 짚는다. 파월 독트린이란 훗날 미국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 장군이 걸프전(1990~1991년) 당시 발전시킨 전쟁에 관한 원칙이다. 파월 독트린에 따르면, 무력은 모든 비폭력 수단을 소진한 뒤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고, 명확한 목표를 추구해야 하며, 출구전략이 있어야 하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적을 격파할 정도의 압도적·결정적인 힘을 사용해야 한다.

파월 독트린과 트럼프 독트린의 차이

폰테인이 보기에, 트럼프의 전쟁은 정반대다. 그는 협상 도중에 이란을 공격했고(최후의 수단 원칙 위배), 이란의 정권교체가 목표라고 말하면서도, 살해된 지도자를 대체할 새 지도부와 협상하겠다고도 말한다(명확한 목표 원칙 위배). 이란 공격은 물론 베네수엘라 침공을 포함한 그 어떤 전쟁에서도 트럼프는 국민을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았고 의회의 표결도 거치지 않았다(국민의 지지 원칙 위배). 트럼프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공군력과 특수부대에 의존한 짧고 날카로운 군사행동을 선호하며, 거의 항상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다(압도적·결정적 힘의 원칙 위배). 마지막으로 출구전략에 관해, 리처드 폰테인은 이렇게 쓴다.

“파월 독트린이 ‘명확성’을 요구하는 반면, 트럼프는 ‘유연성’을 중시한다. 대통령은 여러 개의(그리고 종종 모호한) 목표를 주장함으로써,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도 싸움을 멈출 여지를 확보한다. ‘분명한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중단할 수 있는 능력’이 그의 출구전략이다.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전복하는 데 실패하거나, 미군 사상자가 많아지거나, 미국 여론이 전쟁에 지치거나, 이란 정권의 붕괴 이후 등장할 대안 세력이 더 나빠 보인다면, 트럼프는 전투를 멈출 수 있다. 대통령은 애초 목표가 ‘이란을 약화시키고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며(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방향을 틀며), 승리를 선언할 수 있고,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한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 공습으로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서 최소 175명이 사망했고, 희생자 대부분은 어린 여자아이들이었다. 현장에는 피와 재로 뒤덮인 교과서와 책가방들이 널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전쟁 13일째인 3월12일(현지 시각) 미국에 기반을 둔 ‘이란 인권운동가 뉴스 에이전시(HRANA)’는 이란에서 민간인 1286명을 포함한 1858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사살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잇는 후계자로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임명되었다. 3월14일(현지 시각) 현재까지 이 전쟁으로 미군이 최소 13명 사망했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레바논에서도 100명이 넘는 아동을 포함해 8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월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세계경제의 충격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헌장은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자위권 행사이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없다면 무력 사용을 할 수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그리고 이란의 보복 공격)이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평시의 타국 국가원수 살해 역시 국제법 위반이며 미국의 전쟁 선포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이 모든 것들도 휴지 조각이 되어가고 있고, 이란 민중의 앞날은 밝지 않다. 앞서의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리처드 폰테인은 트럼프식 접근법의 한계에 대해 이렇게 적는다. “그것은 장기적 평화로 가는 길을 닦기보다, 갈등을 다른 날로 미루는 데 그친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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